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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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넘게 모질게 아팠습니다. 고열에 시달리고 온몸이 건들지 못하게 통증이 와서 이대로 영영 낫지 않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병원의 진단 결과는 '독감'.... 흔하디 흔한 독감이란 놈에 이리도 맥을 못추다니 새삼 나약함을 느끼게 됩니다. 일주일 넘게 침대에 누워 꼼짝 못하고 있을 때 잠깐씩 열이 내리고 통증이 조금 가시면 이 책 <환상의 빛>을 조금씩 읽었습니다. 그리하여 얇기만 한 이 책을 읽는데 일주일이 넘게 걸렸고 이 책은 내게 쓸쓸한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지는 법이라 이 책 속의 쓸쓸함이 너무도 스산해서 괜시리 아픈 자신에 대한 동정심에 함께 쓸쓸해지기도 했습니다.

 

표제작 <환상의 빛>을 시작으로 총 네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분명한데 어쩐지 이어져 있는듯한 기분이 듭니다. 누군가의 죽음이 언뜻언뜻 등장하기 때문인지, 그냥 쓸쓸한 분위기가 비슷해서인지.... 네 편의 이야기가 어쩐지 한 편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환상의 빛>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자살해버린 남편의 마음을 알지 못해 재혼 한 후에도 문득문득 전남편에게 말을 거는 유미코가 주인공입니다. 자살한 전남편에게 말을 건내듯 하는 구어체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 속에서 갑자기 자살해버린 남편을 이해할 수 없는 유미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쓸쓸하게 묻습니다. '당신은 왜 그날 밤 치일 줄 뻔히 알면서 한신 전차 철로 위를 터벅터벅 걸어갔을까요......’


삼십 년 전 이혼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던 아야코는 일 년 전 아들을 사고로 잃고 2층의 한 방을 하숙을 놓으려고 합니다. 전남편의 만류로 하숙을 하려던 마음을 접었는데 한 젊은이가 찾아와 하룻밤만 방을 빌려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마지못해 수락한 아야코의 이야기를 담은 <밤벚꽃>, 친구로부터 우연히 어린시절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박쥐>, 침대차에 함께 탄 할아버지의 숨죽인 울음을 들으면서 떠올린 친구의 죽음... 손자를 잃은 친구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침대차>까지 네 편의 이야기가 모두 쓸쓸하고 담담합니다. 오랜만에 정말 일본 순문학다운 소설을 읽었습니다. 밋밋한 느낌때문에 일본 순문학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테 그야말로 밋밋하고 쓸쓸한 이야기의 정수를 만난 느낌입니다. 어쩌면 우리네 삶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밋밋하고 쓸쓸하지만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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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16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저..이책 읽었군요..흐흣!! 바보네요..소제목보고 기억해내다니..원 제목 보고는 원래..이 책이..바다출판사가 초판인가? 아닌것같은데..ㅎㅎ그림이..더 동화스러웠다고 해야하나..그랬던더 같거든요..아님..화사한 색에..글씨만..제목으로 뽑았던가..ㅋ

아픈 몸은 쾌차하셨기를 바라며..
저도 한 일주일 고생했어요..토닥토닥~
잘 추스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