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다시, 유럽
정민아.오재철 지음 / 미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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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아닌가 합니다. 아무리 좋은 여행지일지라도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하는 여행은 행복할리 만무하고 조금은 감동이 덜 한 여행지일지라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그 기쁨이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행이란 나의 바닥을 드러내기 딱 좋은 상황인지라 평소에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도 한번쯤은 의견차가 생기기 마련인데 평소에 조차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여행을 한다니 생각만해도 오싹해집니다. 가장 좋은 여행은 좋은 여행지를 마음이 아주 잘 맞는 사람과 하는 여행일겁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하는 유럽 여행이 아마도 그런 여행이 아닐까 합니다.


<함께, 다시, 유럽>은 예단과 혼수, 예물 대신 414일간의 세계 여행을 떠난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의 세계여행 중에서 유럽편을 추려서 펴냈습니다. 과거에 각자 갔었던 유럽을 이제는 둘이서 함께 떠났습니다. 같은 곳이지만 혼자일때 했던 여행과 함께 하는 여행은 그 의미가, 그 느낌이, 그 감동이 다를겁니다. 1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여행한다는건 어떤 기분일까요. 여행도 길어지면 일상이 되어버린다던데 그냥 일상을 살아내는 기분일까요. 아무리 긴 여행은 일상이라고해도 덤덤한 일상과는 조금은 다르겠지요. 문득 문득 감동적인 순간이 여행의 기쁨을 일깨워주겠지요.


집앞 공원을 산책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그 시간은 온전히 행복이 됩니다.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할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편과 함께 한 여행들을 떠올려봅니다. 간혹 여행에 지쳐서 토라질때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여행 스타일이 잘 맞는 편입니다. 이제 다른 사람과 하는 여행은 불편할거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사랑하는 남편의 손을 잡고 스위스를, 크로아티를, 스페인을, 오키나와를 걷는 날이 얼른 오면 좋겠습니다. <함께, 다시, 유럽>을 읽는 동안 유럽의 곳곳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그들이 부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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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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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언제나 기대를 하게 합니다.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내게 그런 작가가 몇 명 있는데 요시다 슈이치가 그중 한 작가입니다. 인간의 내면을 파헤치는 그의 작품은 언제나 읽고나면 마음이 술렁입니다. <분노>라는 제목부터 어쩐지 마음이 술렁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껴보았을 '분노'를 어떤 이는 잘 다스리는 반면 어떤이는 분노에 사로잡혀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분노'라는 감정을 소재로 어떤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지 궁금한 마음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치오지의 한 주택에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부부가 무참하게 살해 된 그곳에 피로 쓴 '분노'라는 글자가 남아 있었습니다. 범인은 야마가미 가즈야로 밝혀지지만 검거되지 않았고 1년이란 시간이 흘러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야기는 몇 개의 줄기로 진행됩니다. 하치오지 부부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어촌에서 일하는 마키 요헤이와 아이코 부녀 앞에 문득 나타난 청년 다시로, 동성애자 후지타 유마가 게이 사우나에서 우연히 만난 나오토, 엄마의 사정으로 오키나와의 섬으로 이사해서 민박 일을 돕고 있는 여고생 이즈미 앞에 나타난 다나카...


범인을 잡고자하는 경찰과 과거가 불분명하고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세 명의 남자의 이야기는 끝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공개수배를 하기로 결정하고 야마가미 가즈야의 새로운 수배 사진을 전국민에게 공개합니다. 과묵하지만 성실한 청년 다시로는 아이코와 함께 살기로 합니다. 딸의 불행한 모습만을 봐 온 요헤이는 다시로의 불분명한 과거가 마음에 걸리지만 다시로와 함께 하며 행복해하는 딸을 지지해줍니다. 정체불명의 게이 나오토와 의도치않게 함께 살게 된 유마는 점점 나오토에게 의지하며 평범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있던 다나카는 이즈미의 친구 다쓰야네 민박에서 일을 돕게 됩니다.


조금씩 평화로워지는 그들이지만 그 평화는 어쩐지 불안해보입니다. 경찰의 공개수사로 인해 다시로, 나오토, 다나카의 주변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요헤이와 아이코는 다시로가 범인이 아닌가 의심하고 유마는 나오토가 범인일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는 어렵지 않게 밝혀지지만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그 과정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조그만 틈에 물이 조금씩 스며들어 벽이 허물어지고 말듯 가장 믿음이 굳건해야 할 사람들 사이에 생긴 조그마한 의심이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고 맙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마음을 더 뒤흔들고 마는 그의 작품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내 주위 사람을 얼마나 믿고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믿음이 흔들리지 않을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믿어줄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이 책의 아쉬운 점은 분권으로 출간됐다는 사실 하나였습니다. 요즘은 600페이지가 넘어도 한 권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리 많은 분량도 아닌데 헐렁한 글밥으로 편집해서 300여 페이지 두 권으로 출간한 점은 내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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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 퓨처클래식 1
시모네타 아녤로 혼비 지음, 윤병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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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상황일지라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르고 남은 기억이 다르다는 사실이 당연하지만 참 흥미롭다고 느낍니다. 그래서인지 같은 사건에 대한 각기 다른 기억, 같은 사람에 대한 각기 다른 평판....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있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 중 백미로 꼽는 작품이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는데 정말 뛰어난 작품입니다. <마녀에게서 온 편지 : 멘눌라라>의 책소개를 보니 그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읽기로 했습니다. <고백>만큼 내 마음을 뒤흔들 작품이길 기대하면서....


의사 멘디코가 멘눌라라의 방에서 그녀의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멘디코가 멘눌라라의 유언장을 줄거라 기대했던 알펠리페 가족들은 아무것도 없다는 멘디코의 말에 화가 납니다. 알펠리페 가문의 가정부였던 멘눌라라는 알펠리페 가문의 자산을 관리했고 그녀가 죽었으니 재산을 차지할 수 있을거라 기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원하던 유언장을 볼 수 없고 자신의 부고를 신문에 내라는 편지만 받았습니다. 가족들은 일개 가정부의 부고를 신문에 낼 수는 없다며 벽보를 붙입니다.


알펠리페 가족은 그 후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자신의 말을 따르라는 또 다른 편지를 받습니다. 죽은 멘눌라라로부터 마치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듯한 편지를 받은 가족들은 경악하고 멘눌라라의 말을 들으면 숨겨놓은 멘눌라라의 재산을 받을 수 있을거라 기대합니다. 이야기는 멘눌라라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마을 사람들, 멘눌라라의 친척, 멘눌라라와 가까이 지냈던 신부님과 알펠리페가 주치의 멘디코.... 그 사람들이 말하는 멘눌라라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것처럼 다릅니다. 어떤이는 멘눌라라가 주인행세를 하며 권력을 휘둘렀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몰인정했다고 말합니다. 또 어떤 이는 현명하고 매력적인 여성이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어려운 형편을 꿋꿋하게 이겨낸 사람이었다고 말합니다.


멘눌라라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책을 끝까지 읽으면 내가 생각하는 멘눌라라의 모습이 완성됩니다. 어쩌면 책을 읽는 사람마다 완성된 멘눌라라의 모습이 다를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자신의 안위보다는 가난한 부모와 아픈 언니를 더 생각했던, 알펠리페가 사람들을 누구보다 충실한 마음으로 보필했던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는 의견에는 누구나 동의할거라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죽은 후에 사람들이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잠깐 생각했습니다. .........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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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될 거라고 오키나와 In the Blue 19
이진주 지음 / 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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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어쩐지 휴식처럼 느껴지는 책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저 보기만했는데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누군가 어깨를 토닥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 그런 책이 있습니다.  수고했다고, 충분히 잘 살았으니 조금은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것 같은 그런 책...  <다 잘될거라고, 오키나와>가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바쁜 일상속에서 쫓기듯 살아가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크게 호흡을 하면서 가만히 휴식을 취하는듯 오키나와가 내게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오키나와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곳입니다. 독립된 왕조국가 였던 류큐국을 번으로 만들고 오키나와현으로 바뀌면서 류큐국은 멸망했습니다. 또한 일본 본토의 대리전쟁을 치른 곳 또한 오키나와였습니다. 미군의 점령으로 인한 혼란도 겪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오키나와의 과거를 보면 볼수록 우리나라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쩐지 마음이 찡해졌습니다. 오키나와에 가고싶은 첫번째 이유는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이었지만 그런 아픔을 겼었던 사람들이 그토록 낙천적일 수 있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을거란 기대 또한 오키나와에 가고 싶은 이유였습니다.


<다 잘될거라고, 오키나와>는 'In The Blue' 시리즈라고 이름붙여진 열 아홉번째 책입니다. 시리즈 첫번째 책은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였습니다. 지금도 내 책장에 예쁘게 자리잡고 있는 그 책은 나의 완소 여행책입니다. 열 아홉번째 책인 이 책 또한 나의 완소 책으로 자리잡게 될겁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진들과 위로같은 글들이 읽는 내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행은 중독과도 같아서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음 여행을 손꼽아 기다리게 됩니다. 지난 여행의 추억을 곱씹으며 다음 여행을 기대하는 것은 일상의 행복과는 또다른 설렘입니다.


일상이 힘겨워질때면 오키나와 사람들의 '난쿠루나이사(어떻게든 되겠지)'를 중얼거려 봐야겠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질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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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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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많은 스타일이었던 나는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올때마다 현재 하고 있는 걱정의 대부분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이라는 말을 곱씹고는 합니다. 사실 지금 당장 벌어진 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무언가를 걱정하고 있을때가 대부분입니다. 다가오지 않은 날을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현재의 행복함을 충실하게 느끼자고 자꾸 자꾸 다짐을 합니다. 가끔 대책없이 낙천적인 사람이 등장하는 소설을 만나면 읽는 동안은 마치 그사람마냥 대책없는 긍정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남은 날은 전부 휴가>에도 그런 대책없이 낙천적인 사람이 등장합니다. 폭력조직의 자질구레한 일을 하청 받아서 해결하는 일을 하는 미조구치와 오카다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서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거나 불륜현장의 사진을 찍는 둥 제대로 된 일은 하지않던 오카다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누군가를 울게 하는 일이라며 이제는 누군가를 웃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미조구치에게 그만두겠다고 말을 합니다. 미조구치는 자신의 말을 잘들으면서 일했던 오카다를 놓아주기 싫어 자신이 지정하는 번호로 친구하자는 문자를 보내서 긍정적인 대답을 들으면 일을 그만두어도 좋다는 억지를 부립니다. 오카다는 그런법이 어딨냐고 투덜거리면서 문자를 보냅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긍정적인 대답을 받고 오카다는 미조구치의 곁을 떠납니다. 이야기는 마치 단편처럼 이 사람, 저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점점 커다란 이야기로 모아집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하염없이 낙천적이고 느긋한 오카다의 모습에 내 마음도 느긋해지고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그저 긍정적이기만 한 사키네 가족은 웃음짓게 만들었습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잣대로 나의 행복을 가늠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줍니다. 누군가의 잣대로 보는 행복이 아니라 나 나름의 행복을 찾아야겠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말고 지금 현재 나만의 행복에 감사하면서 조금은 낙천적으로 조금은 느긋하게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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