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봄을 만납니다.

아이 러브 샐러드 - 매일매일 건강 담은 한 접시
김영빈 지음 / 비타북스 / 2011년 3월

계절이란게 참 신기해서 봄이 가까이 오니 상큼한 무언가가 생각난다. 딸기도 한 팩 사다 먹고 싶고 새싹 채소를 사다가 간단한 드레싱에 버무려 먹어보고도 싶고 날배추를 슥슥 썰어 기본양념에 설렁설렁 버무려 먹고도 싶다. 요리 실력이 변변치 않아 대단한 요리를 할 수는 없지만 신선한 채소를 간단한 드레싱을 뿌려 먹는건 그리 대단한 요리실력이 필요친 않은것 같아 도전해 보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할 줄 아는 드레싱이라고 해봤자 기본중의 기본밖에 안되니 다양한 샐러드를 먹는건 다음으로 미루고 있었는데 <아이러브 샐러드>는 반가운 책이었다.  

 

샐러드만을 다루고 있는 <아이러브 샐러드>는 다양한 드레싱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샐러드 드레싱이 다 거기서 거기겠거니 생각했었는데 어쩜 이리 다양하고 색다른 드레싱이 많은지 감탄했다. 이 책에 나온 드레싱을 기본으로 내가 이런저런 레시피를 만들어본다면 드레싱의 종류는 셀 수 없을만큼 많아질거란 생각이 든다. 채소샐러드, 과일샐러드, 해산물샐러드, 육류샐러드에 어울리는 드레싱을 분류해서 실었고 새콤달콤한 맛, 짭잘한 맛,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 매콤한 맛 등으로 분류해서도 실어놓았다.

 

샐러드를 만들기 전에 재료 선택이나 보관 방법, 드레싱을 만들 때 주의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 Tip을 미리 알려주고 있는 점도 좋았다. 드레싱을 만들 때도 재료를 넣는 순서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새로웠고 샐러드에 자주 쓰는 식재료에 대해 구입, 손질, 보관 방법을 따로 알려주고 있는 점도 아주 유용했다.  

 

본격적인 내용은 간단 샐러드, 한 끼 샐러드, 다이어트 샐러드, 한식 샐러드, 기본 샐러드 등 다섯 파트로 나누어 싣고 있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부추와 유부를 이용해서 만든 샐러드, 오징어와 배추를 이용한 샐러드와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차돌박이 샐러드, 고구마 사과 시리얼 샐러드, 먹기만 하면 날씬해 질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 딸기 돌나물 샐러드, 우엉 셀러리 샐러드 등 셀 수 없이 다양한 샐러드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한식 샐러드' 부분은 나의 샐러드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뜨렸다. 이렇게 한식과 응용한 샐러드를 만들 수도 있구나 싶었다.

 

부뚜막에 소금도 넣어야 짜다는 속담처럼 요리책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요리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샐러드의 드레싱에 대한 탄탄한 레시피를 손에 넣었으니 이제 만들어 즐기는 일만 남았다. 올 봄에는 상큼한 샐러드와 사랑에 빠져봐야지...

마음 속 괴물을 만나다

괴물, 한쪽 눈을 뜨다 ㅣ 문학동네 청소년 7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예전에 뉴스에서 방송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었다. 선생님이 앞에 있건 말건 마음대로 교실을 휘젓고 다니고 선생님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학생들의 모습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녔을때만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한 교실에 있는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신뢰가 저렇게까지 무너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 방송은 극히 일부 교실의 모습일테지만 마음이 씁쓸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조카를 통해서 듣는 학교 얘기 속에서도 학교 선생님에 대한 신뢰보다 학원 선생님에게 더 높은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에서 직접 생활하는 학생이나 선생님이 아닌 이상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세히 알 수 없고 교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외부인을 차단하고 있는 작은 요새 같은 폐쇄성을 가진 '학교'라는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왕따, 학교폭력 등이 왕왕 벌어지고 있는지 종종 궁금해진다. 교실내에서의 따돌림은 피해학생은 물론이고 가해학생에게도 상처로 남는 일이다. <괴물, 한쪽 눈을 뜨다>에서는 중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왕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야기는 중학교 2학년 한 반 학생인 영섭이와 태준이,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영섭은 행동이 느리고 어수룩해서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자신과 주위 학생, 선생님을 사바나의 동물들로 상상하며 학교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하이에나와 같은 육식동물로, 순한 학생들은 초식동물로, 자신은 시시각각 다른 동물로 상상하는데 그것이 괴로운 순간들을 견디는 영섭이만의 방법이다. 얼떨결에 반장을 맡게 된 태준이는 영섭이를 안쓰러워 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지만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방관자의 입장에 서 있는다.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영섭,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뚜렷한 행동을 하기 주저하는 태준. 둘의 마음에 잠들어 있는 괴물이 서서히 눈을 떠간다.

 

중학교 선생님인 작가가 써내려간 교실 이야기는 꾸밈없이 생생한 중학교 2학년 교실을 보여준다. 나 또한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서 나는 가해자가 아니라고 자위했던건 아닌가 되돌아 보게된다. 저마다의 가슴 속에 괴물을 품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상처받지 않고 어른이 될 수 있게하는게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또 다른 영섭이가, 태준이가, 영섭이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없기를 다시 한번 바래본다. 

맛깔나는 단편들

멋진 추락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일단 표지가 눈을 잡아끈다. 여러 단계의 명암을 보여주는 푸른 하늘의 모습과 까마득하게 보이는 도심의 모습이 제목 '멋진 추락'과 정말 멋드러지게 어울린다. 아주 맑기만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컴컴한 어두운 하늘도 아닌 다양한 하늘의 모습이 이 소설 속 이야기들의 다양함을 의미하는것 같다. 책을 다 읽고나서 표지를 보니 책 속의 단편이 한 편, 한 편 하늘 속에 녹아 있는듯하다.

 

작가 하진을 처음 만난건 <기다림>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자신의 뜻과는 다른 결혼을 한 남자와 그 남자와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되는 한 여자의 오랜 기다림의 사랑을 그린 <기다림>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마음을 서서히 물들여갔었다. 주인공 남자의 우유부단함에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간결하면서 담담한 문체로 그려나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그들의 마음에 내 마음이 옮겨가는 느낌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오랜동안 좋게 남아 있어 하진의 신간 소식에 기쁘게 책을 집어 들었다.

 

<멋진 추락>은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12편의 단편 중 하나이다. 편리한 이메일이지만 그로 인해 여동생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다룬 '인터넷의 해악', 미인 아내를 얻은 남자의 고뇌를 위트있게 그려낸 '미인', 학비를 벌기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지만 모녀 사이에서 사랑의 줄타기를 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선택', 아내와 어머니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을 겪는 남자의 이야기인 '십자포화 속에서', 임금을 착취당한 스님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멋진 추락' 까지.

 

12편의 단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뉴욕에 자리잡은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무게감은 느껴지면서 때로는 위트있게 그려낸다. 뭔가 몰입할만 하면 끝나는듯해서 단편을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인데 이 단편집은 정말 좋았는데 하진이란 작가는 단편에 더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는게 아닌가 싶다. 간결하면서 위트 있는 글들이 맛깔스럽게 읽힌다. 이 책을 통해서 하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면서 다른 작품들도 찾아 보게 되었는데 이번엔 한국전쟁을 다룬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을 예정이다. 어떤 이야기로 내 마음을 흔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얕고 넓은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28가지 암살사건
오다기리 하지메 지음, 홍성민 옮김 / 아이콘북스 / 2011년 2월

역사에서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역사를 돌아볼때면 '만약에...'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된다. 만약에 소현세자가 왕위에 올랐다면, 만약 정조대왕이 뜻을 모두다 펼쳐 치세할 수 있었다면, 여운형, 김구 선생이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생각하면 안타까운 순간들은 너무나 많고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보며 또다른 모습의 역사를 상상해본다. 이랬다면 저랬을텐데, 저랬다면 이랬을텐데.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역사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암살'이라는 수단만큼 파급효과가 큰게 있을까. 주요한 인물의 암살사건은 좋은 방향으로든 그렇지않은 방향으로든, 크게나 적게나 역사의 방향을 바꾸게 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암살사건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솔깃한 얘기다. 두껍지 않은 분량의 책 속에 28가지 큰 사건을 담아낸다는게 우려스럽긴 했지만 얕고 넓은 이야기를 듣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책은 대중을 이끈 카리스마의 죽음, 의혹의 어둠으로 사라진 생명, 혼돈을 부른 죽음, 미수로 끝난 암살 등 4부분으로 나뉘어 28가지 암살사건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도 의문투성이인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은 세계적인 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의 죽음을 이토록 허술하게 조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혹이었다. 정보공개 금지가 풀리고 나면 어떠한 비밀이 알려지게 될까 궁금해졌다. 사회적인 변화를 이끈 마틴 루터 킹, 마하트마 간디의 암살 사건도 기억에 남는다. 비폭력, 불복종을 주장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간디는 암살당하는 순간 상대를 용서한다는 동작을 취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감동을 넘어 경건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와 관련된 인물의 암살사건을 다룬것도 흥미로웠다. 안중근 의사에 의해 저격당한 이토 히로부미의 이야기나 박정희 전대통령의 이야기는 좀 더 관심 있게 보게됐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다른나라 사람, 그것도 일본인에 의한 시각이라 좀 더 흥미롭게 읽어내려 갔는데 실망스러웠다.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는 나름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려고 했던점은 보이지만 안중근 의사의 저격으로 한일병탄이 앞당겨진거라는 저자의 관점은 의아스럽기만 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사건도 겉핥기식으로 다루고 있어 실망스러웠다.

 

몇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큰 사건을 다루고 전세계의 여러곳의 사건을 다루다보니 깊이는 얕을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 책이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다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었다. 큰사건의 개요를 아는 선에서 만족할만한 했고 몇 가지 사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면 좀 더 깊이 있게 다룬 책을 골라서 읽어도 좋겠다.

무엇이 진실인가

편집된 역사 - 아틀란티스에서 UFO까지, 왜곡 조작 검열된 역사 지식 42
J. 더글러스 케니언 지음, 이재영 옮김 / AK(이른아침) / 2011년 1월

사실 역사란 기록한 사람의 시각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같은 사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관점에 따라 확연히 다른 사실이 되기도 하고 가급적 사실만을 기록한다고는 하지만 기록하는 이의 시선을 통해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왜곡된 진실에 관한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고 제법 흥미로운 책을 만난 적도 있다. 우리가 배우고 익혔던 지식이 실은 왜곡되고 편집된 진실이라는 의혹을 처음 접했을땐 놀랍고 당혹스러웠다. 이전에 알고 있던 사실과 새로운 주장들 중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떤 주장이 사실인지 알 수 있다면 좋으련만.

 

역사는 승리한 자들의 기록이라는 말도 있듯이 역사란 주류의 입장에서 기록되어 진다. 주류에 불리한 진실은 은폐하거나 축소하고 유리한 입장을 기록하는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볼 수도 있겠다. 이런 일이 역사에서만 일어나고 있는게 아니라 고고학, 과학적 사실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게 이 책의 저자의 주장이다. 주류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감춰진 진실들이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어떤 주장이 사실인지 나는 결론 낼 수 없지만 이런 주장이 있다는 자체가 흥미로웠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에 전문적인 용어들이 등장해서 읽기에 어렵지 않을까 살짝 긴장하기도 했지만 제법 큰 글씨로 읽기 편하게 되어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다윈의 진화론에 의혹을 제시하고, 대홍수와 빙하기에 대해 논하고, 고대 유적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게 놀랍기 그지없다. 책 표지에 실려있는 문구처럼 아틀란티스에서 UFO까지 논란이 될만한 사안들은 거의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장을 덮은 후에도 어느 주장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수동적인 지식의 습득이 얼마나 해가 될 수 있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됐다. 주류의 왜곡된 진실만을 받아들일게 아니라 비주류의 주장도 들어보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이시간에도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역사에 대해 그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