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괴물을 만나다

괴물, 한쪽 눈을 뜨다 ㅣ 문학동네 청소년 7
은이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예전에 뉴스에서 방송된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었다. 선생님이 앞에 있건 말건 마음대로 교실을 휘젓고 다니고 선생님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학생들의 모습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녔을때만해도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한 교실에 있는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신뢰가 저렇게까지 무너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 방송은 극히 일부 교실의 모습일테지만 마음이 씁쓸해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조카를 통해서 듣는 학교 얘기 속에서도 학교 선생님에 대한 신뢰보다 학원 선생님에게 더 높은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학교에서 직접 생활하는 학생이나 선생님이 아닌 이상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세히 알 수 없고 교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외부인을 차단하고 있는 작은 요새 같은 폐쇄성을 가진 '학교'라는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왕따, 학교폭력 등이 왕왕 벌어지고 있는지 종종 궁금해진다. 교실내에서의 따돌림은 피해학생은 물론이고 가해학생에게도 상처로 남는 일이다. <괴물, 한쪽 눈을 뜨다>에서는 중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왕따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야기는 중학교 2학년 한 반 학생인 영섭이와 태준이,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영섭은 행동이 느리고 어수룩해서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자신과 주위 학생, 선생님을 사바나의 동물들로 상상하며 학교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하이에나와 같은 육식동물로, 순한 학생들은 초식동물로, 자신은 시시각각 다른 동물로 상상하는데 그것이 괴로운 순간들을 견디는 영섭이만의 방법이다. 얼떨결에 반장을 맡게 된 태준이는 영섭이를 안쓰러워 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지만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방관자의 입장에 서 있는다.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영섭,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뚜렷한 행동을 하기 주저하는 태준. 둘의 마음에 잠들어 있는 괴물이 서서히 눈을 떠간다.

 

중학교 선생님인 작가가 써내려간 교실 이야기는 꾸밈없이 생생한 중학교 2학년 교실을 보여준다. 나 또한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서 나는 가해자가 아니라고 자위했던건 아닌가 되돌아 보게된다. 저마다의 가슴 속에 괴물을 품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상처받지 않고 어른이 될 수 있게하는게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아닐까. 또 다른 영섭이가, 태준이가, 영섭이를 괴롭히던 아이들이 없기를 다시 한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