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고 넓은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28가지 암살사건
오다기리 하지메 지음, 홍성민 옮김 / 아이콘북스 / 2011년 2월

역사에서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역사를 돌아볼때면 '만약에...'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된다. 만약에 소현세자가 왕위에 올랐다면, 만약 정조대왕이 뜻을 모두다 펼쳐 치세할 수 있었다면, 여운형, 김구 선생이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생각하면 안타까운 순간들은 너무나 많고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보며 또다른 모습의 역사를 상상해본다. 이랬다면 저랬을텐데, 저랬다면 이랬을텐데.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나만의 역사를 만들어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역사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암살'이라는 수단만큼 파급효과가 큰게 있을까. 주요한 인물의 암살사건은 좋은 방향으로든 그렇지않은 방향으로든, 크게나 적게나 역사의 방향을 바꾸게 한다. 이러한 세계적인 암살사건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솔깃한 얘기다. 두껍지 않은 분량의 책 속에 28가지 큰 사건을 담아낸다는게 우려스럽긴 했지만 얕고 넓은 이야기를 듣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책은 대중을 이끈 카리스마의 죽음, 의혹의 어둠으로 사라진 생명, 혼돈을 부른 죽음, 미수로 끝난 암살 등 4부분으로 나뉘어 28가지 암살사건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도 의문투성이인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은 세계적인 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의 죽음을 이토록 허술하게 조사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의혹이었다. 정보공개 금지가 풀리고 나면 어떠한 비밀이 알려지게 될까 궁금해졌다. 사회적인 변화를 이끈 마틴 루터 킹, 마하트마 간디의 암살 사건도 기억에 남는다. 비폭력, 불복종을 주장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간디는 암살당하는 순간 상대를 용서한다는 동작을 취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감동을 넘어 경건하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와 관련된 인물의 암살사건을 다룬것도 흥미로웠다. 안중근 의사에 의해 저격당한 이토 히로부미의 이야기나 박정희 전대통령의 이야기는 좀 더 관심 있게 보게됐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다른나라 사람, 그것도 일본인에 의한 시각이라 좀 더 흥미롭게 읽어내려 갔는데 실망스러웠다.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는 나름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려고 했던점은 보이지만 안중근 의사의 저격으로 한일병탄이 앞당겨진거라는 저자의 관점은 의아스럽기만 하다.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사건도 겉핥기식으로 다루고 있어 실망스러웠다.

 

몇 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큰 사건을 다루고 전세계의 여러곳의 사건을 다루다보니 깊이는 얕을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닌 책이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는다면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이었다. 큰사건의 개요를 아는 선에서 만족할만한 했고 몇 가지 사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면 좀 더 깊이 있게 다룬 책을 골라서 읽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