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추락
하 진 지음, 왕은철 옮김 / 시공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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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표지가 눈을 잡아끈다. 여러 단계의 명암을 보여주는 푸른 하늘의 모습과 까마득하게 보이는 도심의 모습이 제목 '멋진 추락'과 정말 멋드러지게 어울린다. 아주 맑기만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컴컴한 어두운 하늘도 아닌 다양한 하늘의 모습이 이 소설 속 이야기들의 다양함을 의미하는것 같다. 책을 다 읽고나서 표지를 보니 책 속의 단편이 한 편, 한 편 하늘 속에 녹아 있는듯하다.

 

작가 하진을 처음 만난건 <기다림>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자신의 뜻과는 다른 결혼을 한 남자와 그 남자와 진실한 사랑을 하게 되는 한 여자의 오랜 기다림의 사랑을 그린 <기다림>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마음을 서서히 물들여갔었다. 주인공 남자의 우유부단함에 마음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간결하면서 담담한 문체로 그려나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그들의 마음에 내 마음이 옮겨가는 느낌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오랜동안 좋게 남아 있어 하진의 신간 소식에 기쁘게 책을 집어 들었다.

 

<멋진 추락>은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12편의 단편 중 하나이다. 편리한 이메일이지만 그로 인해 여동생에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다룬 '인터넷의 해악', 미인 아내를 얻은 남자의 고뇌를 위트있게 그려낸 '미인', 학비를 벌기 위해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지만 모녀 사이에서 사랑의 줄타기를 하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선택', 아내와 어머니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을 겪는 남자의 이야기인 '십자포화 속에서', 임금을 착취당한 스님의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멋진 추락' 까지.

 

12편의 단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뉴욕에 자리잡은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너무 무겁지 않게, 하지만 무게감은 느껴지면서 때로는 위트있게 그려낸다. 뭔가 몰입할만 하면 끝나는듯해서 단편을 그닥 즐기지 않는 편인데 이 단편집은 정말 좋았는데 하진이란 작가는 단편에 더 탁월한 솜씨를 발휘하는게 아닌가 싶다. 간결하면서 위트 있는 글들이 맛깔스럽게 읽힌다. 이 책을 통해서 하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면서 다른 작품들도 찾아 보게 되었는데 이번엔 한국전쟁을 다룬 그의 또 다른 작품을 읽을 예정이다. 어떤 이야기로 내 마음을 흔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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