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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오경아 지음 / 샘터사 / 2012년 1월
평점 :
우리 동네 원미산에 진달래 축제를 구경갔다가 깜짝 놀랬었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는 드라마속 할머니의 말이 절로
나왔다.
아파트로 가득 채워진 도심에 살면서 우리는 자연이 참으로 그리웠나 보다. 꽃구경 단풍구경에
휴가철에는 산으로 바다로들 기를 쓰고 다니는걸 보면 말이다.

이 책은 2주 동안의 아름다운 휴가에 대한 이야기다.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 13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영국의 최대 환경보전지역에서의
휴가!
동네 작은 산의 진달래를 보겠다고 몰려든 그 많은 인파가 참으로 불쌍하게 느껴질정도록 책 속
사진으로 만나보는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아름다왔다. 정말! 이런곳이 있을까 싶도록 경이로운 아름다움이었다.
방송작가로 잘 나가던 그녀가 정원 디자인을 공부하고자 39세의 나이에 두 딸과 함께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6년동안 공부를 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기전의 시간을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 보내면서 유학생활을 마무리한다.
그곳에서 새출발을 위한 두려움을 다독이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추억하며 인생의 큰 그림을
보게되고, 딸과의 대화로 기운을 낸다.

나는 내심 39세에 시작한 유학생활의 이모저모가 많이 궁금했는데, 저자의 이야기는 레이크
디스트릭트에서의 생활과 생각의 기록이어서 좀 아쉽기는 했다. 다음에 들을수 있을거라 기대하며, 나도 저자처럼
[풍경 위에 내 모습 한 장, 사진으로 박아두고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
여행이 아니라 목욕물에 몸들 담그듯 자연 속에 자신을 푹 담근다]
자연속에 몸을 담그는 그런 여행을 꿈꿔본다.
우리가 신을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는 정원이다.
당신은 정원에서 신을 캐낼 수 있을 것이다. - 버나드
쇼
우리네 사회가 날이 갈수록 삭막해지고, 도를 넘어선 사회악이 넘치는건 우리 인생에 정원이
사라졌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어릴적만 해도 집 마당에서 그리고 동네에서 꽃을 보고 자랐고, 꽃을 가지고 놀며 지낸 추억이 있는데
부끄러운 자연만을 남겨둔 우리 어른들의 이기심이 부끄럽다.
영국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정치인 존 러스킨과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 처럼 후손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이젠 가든 디자이너가 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저자는 어떤 삶을 살아도 아쉬움과 미련은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이 시한부 인생에 10년,
20년 후를 걱정하느라 지금의 사는 재미를 놓치느냐고 묻는다.
인생이라는 정원을 잘 가꿔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꽃향기가 나고 내 가족이 쉼을 얻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