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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 족보 ㅣ 샘터어린이문고 47
임고을 글, 이한솔 그림 / 샘터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옛 이야기 속에는 구렁이가 자주 등장하지요. <구렁덩덩 새 선비>에도
구렁이가 나오고 <은혜갚은 까치>에도 구렁이가 나와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라는 속담도 있고~이렇게 구렁이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많은것을 보면, 옛날 옛적에는 구렁이와 인간이 제법 어울려 지냈던 모양이에요.
역시나! 구렁이에 대해 좀더 조사해보니
[한국의 경우 제주도를 제외한 전역에 분포한다.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라고 나오네요. 민가 주변에 많이 나타나 바위나 돌담에서 일광욕을 하곤 하던 구렁이들이 멸종위기에 놓인건 또
인간의 욕심 때문이죠. 몸에 좋다고 엄청 잡아 먹어서 멸종위기에 까지 놓였다고 하니 자연과 더불어 살지 못하고, 군림하려고 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어쨌거나! 이 이야기는 구렁이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아토피로 인해 산 초입의 집으로 이사온
소년의 방에 커다란 구렁이가 나타나죠. 구렁이는 소년에게 부탁을 합니다. 구렁이 가족의 이야기를 기록해 달라고! 즉, 구렁이 족보를 써달라는
이야기인데요. 연기처럼 흔적 없이 사라진 생명들을 많이 보아온 구렁이는 구렁이 역시 이 땅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구렁이가
이땅에 살았다는 기록만이라고 남기고자 소년을 찾아온거죠.

얼마전 새끼를 잃은 구렁이 아줌마와 체육시간에 뜀틀을 뛰어넘는게 소원인 소년과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서로 마음을 나누다 보면 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것이 당연지사. 소년은 구렁이 아줌마의 허물벗기를 도와줄 멋진 돌을 선물하고
도서관을 다니며 구렁이 이야기를 구해옵니다.
구렁이 아줌마의 시선으로 본 인간의 세상이 재밌게 묘사되어 있는게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인데요. 안방의 옷걸이에 죽 걸린 옷들이 천년묵은 구렁이의 허물들이라고 믿은 구렁이 아줌마는 소년을 구하기 위해 엄마(천년묵은 구렁이가
변장했다고 믿음..ㅋㅋ)를 어찌해보려다가 소년에게 걸려 혼쭐이 나기도 합니다.

소년과 구렁이 아줌마의 우정이 감동적이고 유머러스한 묘사가 무척이나 재미있는 이 책은 마지막
결말도 감동입니다.
["평소 하지 않았던 일,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 일에서 한 발 더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단다!"]
구렁이의 조상 이야기를 나눌때 구렁이 아줌마와 소년의 대화중에 나온 이야기인데요. 이 이야기가
우리의 겁장이 소년이 뜀틀을 넘을 수 있게 용기를 주었어요.
구렁이 아줌마의 족보를 완성했지만, 아줌마는 돌아오질 않네요..아줌마는 허물을 벗고 용이
되었을까요?
소년이 낸 결말이 이 이야기의 대미입니다. 쉿! 비밀로 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