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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심판 1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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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쯤 되었다.

스탠드 불을 켜놓고 책을 읽고 있었고, 이 책의 1권을 다 읽었는데 마지막 장면이 너무나 섬뜩하여 2권이 있는 어두운 거실로 나가기가 무서웠다. 

 

['가위손 미치광이'라 불리는 살인범. 병적으로 뒤틀린 그의 정신세계에서는 가위를 통해 벌이는 범행이 짜릿한 쾌감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

가위로 3명의 여성 피해자들에게 가슴과 다리 치골부위에 흉측한 흔적을 남긴 범인이 4번째는 살인을 했다. 그 진범이 밝혀지는 장면이 1권의 마지막 장면인데, 그 반전의 결말이 너무나 소름이 끼쳤던거다.

그런데 이 반전은 이 책의 진정한 마지막 반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마지막 반전은 기대이상이다.

 

이 책은 괴물의 창세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 사이코패스 등

어느 순간 뚜렷한 동기도 없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속에 존재하는 악, 그 근원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인간속에 내재되어 있는 악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걸까? 아니면 학습되어지는 걸까? 아니면 신의 존재에 대립하는 사탄의 모습일까?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는 걸까? 도대체 어느 시점부터 한 인간의 운명이 180도 뒤바뀌는 걸까?

 

이 책의 저자 도나토 카리 이탈리아의 행동과학 범죄학자이다.

전작 <속삭이는 자>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도나토 카리시는 차기작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한 가톨릭 사제를 만난다.

그에게서 바티칸 내사원과 사면관의 활동, 고해성사를 통해 축적된 죄지은 자들이 직접 남긴 방대한 양의 범죄 관련 문서, 그리고 그것을 보관하고 있는 일명 ‘악의 도서관’이 바티칸 내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리고 19세기와 20세기 초에 생존했던 <카멜레온 연쇄살인범>과의 조우로 이 책이 쓰여진다.

[그는 자신이 살해한 피해자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살인범으로 놀랍게도 외모뿐만 아니라 실종자의 습관, 지병, 평소 한쪽 다리를 전다는 것까지 완벽하게 같았다. 타인의 신원을 도용하기 위해 피해자를 납치, 살해한 것으로 보이며, 마치 옷을 갈아입듯 실종자들의 나이는 순차적으로 많아졌다.]

 

바티칸 내사관과 카멜레온 연쇄살인범
두 실화를 바탕으로 이 소설은 쓰여졌다. 실화라는 것이 더욱 더 이 소설에 빠져들게 했다.

이 소설은 마르쿠스와 산드라, 그리고 1년 전 어느 추격자가 번갈아 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마르쿠스는 사면관이다.

[" 이 세상에는 빛의 세계가 어둠의 세계와 만나는 접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바로 모든 일들이 비롯됩니다.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어둠의 세계에서 튀어나오는 일들 말입니다. 우린 그 경계선을 지키는 파수꾼입니다. 간혹 그 경계를 뚫고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존재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존재를 다시 어둠의 세계로 돌려보내는 일을 합니다. " ]

 

마르쿠스가 사면관의 하는 일을 산드라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마르쿠스는 기억상실증의 사제이다.  

6년 동안 아무런 꺼리낌없이 네 명의 피해자를 살해한 연쇄살인범을 쫓고 있다. 50대의 중년에다 매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연쇄살인범은 대낮에 젊은 여성에게 향정신성 물질이 함유된 음료를 권했고, 납치후 한달동안 결박한 채 살려두었다가 한달이 지나면 목을 따서 살해한다.

피해여성들은 그가 건넨 음료를 순순히 마셨다. 반사회적인 데다 은둔형의 연쇄살인범은 도대체 어떻게 그 여성들을 속인걸까?

이 의문에 대한 답 또한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산드라. 그녀는 과학수사대의 현장 감식 법사진 전문가이다.

르포 사진기자인 그녀의 남편은 로마 어느 공사가 중단된 어느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그런데 남편이 남기고 간 5장의 사진을 통해 남편이 살해되었을거라 의심하게 되면서 사진에 실린 장소에 가게 되고, 거기서 마르쿠스와 마주하게 된다.

남편이 남긴 사진을 통해 추리해 나가는 과정과 살인 현장을 찍은 사진속의 세세한 것들로 진범을 밝혀내는 산드라의 역할 또한 이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하는 큰 매력이다.

 

그리고 추격자.

[ 세계 도처에 발견된 얼굴없는 시체들 사이의 공통점과 연관관계를 따져보던 추격자는 누군가가 피해자들이 사망한 뒤로도 그들의 신분을 계속해서 사칭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살인범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마치 양복 사이즈가 달라지듯 피해자들의 연령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점 역시 간파했던 것이다.

그가 쫓는 먹이감은 카멜레온 같은 변장술을 보유한 연쇄살인범이었다. ]

 

1년전으로 서술되는 이 추격자의 이야기는 대체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의문이었는데, 딱 맞아떨어지는 퍼즐조각처럼 마지막에서야  의문이 풀렸다.

 

[ 산드라는 바닥을 내려다보다가 붉은 색 촛농을 발견한다.

생긴 게 꼭 갈색 얼룩처럼 동그란 모양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건 촛농이 아니었다. 핏자국이었다. 그가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

이 부분이 oh! my god! , 어메이징, 써프라이징..기타등등..의 대 반전의 기록이시다!

왜 이렇게 놀라는지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악의 기운은 무차별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일종의 전염병과도 같아. 그런데 사면관도, 자신 역시 인간으로서 악이 발현하고 전염되는 과정에서 결코 무사할 수 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

"시간이 흐르면서 악의 기운이 그 사제들을 옳은 길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말을 하는 거야?"

"그런 어둠의 힘과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면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지낼 수는 없는 법이니까."

.............

"흠 잡을 것 하나 없이 유능한 형사들이 어느 날 갑자기 마약상의 공범으로 밝혀지는 일이 있지 않았나?"

 

위의 대화는 산드라와 샬버형사와의 대화이다.

이 대화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 인간의 무관심 속에 숨어든 악이라는 괴물과, 죄인의 입장에서 서술된 엄청난 양의 고해성사 보고서에 의해 악에 물들고 마는 선. ] 

<근묵자흑>이란 말도 떠오른다.

...먹을 가까이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는 뜻으로,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한 말

악에 물들지 않도록  최소한의 방어책을 세울수는 있겠다.

 

3일 동안 책을 붙들고, 뒷 이야기가 궁금해 주방에서도 펼쳐놓고, 침대 맡에도 펼쳐놓고, 아이 공부방 옆에서도 펼쳐보았다.

책 속 로마의 미술관과 고대성당, 카라바조의 그림들을 오가면서

이탈리아 로마의 거리가 자못 궁금해 졌다.

역사 유적지가 즐비해 있는 거리. 살아 있는 고고학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로마의 도시 곳곳에 아직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고 한다.

 

도나토 카리시의 작품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비로소 손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공포의 전율이 두 배가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고 했다..정말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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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메일 리스크 Female Risk - 여자를 아는 것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
한상복.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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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남성의 생존 화두는 바로 여자의 마음인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과감하게 단언하고 있다.

<여성을 '제대로 '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탁월한 경쟁력의 원천이자 성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여성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여성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기를 찾아내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어떤 지식이 올바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울때, 적어도 유용한 지식이 옳은 지식이라는 견해를 취해 지식을 익힐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의 말이다.

정말 저자의 말대로 여성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사회에서는 트렌드를 주도 할 수 있을 것이고, 가정에서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이 책속의 정보와 지식이야말로 절대적으로 유용한 것이고, 꼭 익혀야만 하는 옳은 지식 되시겠다.

 

이 책속에는 많은 사례들과 대학의 연구논문과 통계들이 나온다.

남녀의 화법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볼수 있는 회의실, 주말레저에 왜 아웃도어 캠핑이 열풍이 되었는지, 여성들이 가장 자주하는 거짓말 1위는 무엇일까? 여성들은 왜 쇼핑할때 남자친구나 남편을 데려가려는 것일까? 여성들은 과연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비싼 돈을 들여 가방을 장만하는 것일까? 가사노동이 진정한 의미의 감정노동이 되는 이유, 도대체 누가 여성들에게 예쁘고 날씬해질 것을 요구했을까? 다른 여성의 내숭에 치를 떨며 응징에 나서는 여성들의 심리, 남자는 왜 여자의 눈물에 약한 것일까. 불행 배틀을 벌이는 여성들의 심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여성의 마음을 들여다 본다.

재밌다. 그 속내들이 감탄스럽고, 그 이유를 다 찾아낸 저자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게다가 내 마음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왜 남편과 10년째 똑같은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지, 왜 학창시절에 친구를 욕하면서도 같이 다닐수 밖에 없었는지, 이웃 친구들과는 왜 가끔 남편 흉을 봤으며, 불행을 나눠야 했는지도.. 다 이유가 있었던거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완전히.

남녀의 차이는 출생직후부터 뚜렷하게 나타난다. 남자아기는 물체에 여자아기는 사람에 흥미를 보인다.

남성은 정보전달을 위해 대화를 하고, 여성은 친밀한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즉, 공감을 원해 대화를 한다.

대다수의 남성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는 성공이다. 그들에게 성공이란 현재가 아닌 미래적 가치다.

이에 비해 여성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지는 행복이다. 그녀들에게는 지금 내가 행복한지, 만족감을 느끼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이렇게 너무도 다르기때문에 먼저 남성이나 여성 모두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것이라는 믿음과 결별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남녀사이에 꼭 지켜야할 배려라고 말한다.

표현하지 않는 욕망을 상대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초능력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하니! 그래서 그렇게 우리는 싸웠던 거다!

 

FEMALE RISK

제목이 주는 느낌과 달리 재밌는 책이었다. 불행 배틀, ABC놀이, 인형놀이 본능, 유리절벽..지금 나열한 단어들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달려있다.

공감이란 서로 입장은 다르지만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단언컨대~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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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민음사입니다.


2014년 새해, 민음사에서 우리나라 독자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로 손꼽히는


오쿠다 히데오 신작 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첫 장의 예측이 무엇이건마지막 장에 배신당한다


중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실족사했다.

 

 

 

사고인가사건인가그렇지 않으면……? 


아사히 신문 연재 당시부터 큰 반향을 부른

충격적인 문제작과연 거리에 가득한 침묵은

 

 

 

누구의 입을 통해 깨질 것인가.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인더풀」등의 작품으로 재미와 유쾌한 반전을 선사했던


오쿠다 히데오의 변신, 짜릿하지만 가슴 저미는 스릴러!



민음사가 YES24 블로그 회원분들께 드리는 2014년 새해 선물!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침묵의 거리에서」를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침묵의 거리에서」 서평단 모집 신청


서둘러주세요!



▶줄거리_ 


시험을
앞두고 야근을 하던 교사에게 학생의 집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온다.



번도 8시를 넘겨 귀가한 적 없는 아들이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학부형의
겁먹은
목소리에
교사는 당직이 아님에도 교내를 순찰해 보기로 한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어두운 학교에 사람 그림자는
없었으나,


마지막으로 없어진 학생이 속해 있
테니스부의
부실을 찾은 교사는


끔찍한
장면의 첫번째 목격자가 된다.

 



나구라 유이치. 중학교 2학년생. 



소년은 부실 옥상에서 뛰어내려 콘크리트에 부딪친 충격으로 이미 죽어
있었다.



작은 마을에 경찰 특별수사 본부가 세워지고, 매스미디어의 총력 취재가
이어지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된다.



한편, 옥상에는 죽은 소년을 포함한 다섯 명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고
취조와
취재가 거듭된다. 


그 과정에서 그간 아무도 몰랐던 소년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간 이지메를 당해온
것. 


사건은 점점 ‘이지메에 의한 살인’이라는 방향으로 굳어지게
되고, 


학교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을 인정하며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고자 하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학생들에게
죽은 친구에 대한 작문을 제출하게 한다.



이처럼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지만 학생들의 낌새가 심상치가 않다.


뭔가
공동의 비밀이 있는 것처럼 연대적으로 함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기자, 경찰, 교사, 유족, 그리고 옥상에 족적이 남은 용의자의
부모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계속되는
동안, 

이지메를
주도했다고 진술한 두 명의 소년에게 혐의가 전부 몰리게 되는데….

 


▶서평단 모집 상세내용_

★ 응모 방법 : 리뷰 페이지를 자신의 블로그에 스크랩 한 뒤 읽고 싶은 이유를
★ 간단하고 성실하게 댓글로 작성하여 스크랩 링크와 함께 남겨주면 응모 완료.
★ 응모 기간: 2014.02.14 ~2014.02.24 (10일간)
★ 추첨 인원: 30명
★ 서평단 발표: 2014.02.25 (월) 오후
★ 서평 기간: 2014.02.27~2014.03.02 (10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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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기술
김정남 지음 / 작가정신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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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이야기하는 책은 대체로 밝다.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기도 하고, 여행의 설렘과 기대가 어우러져 누구라도 껴안고 싶은 마음이 들게한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이 책은 참으로 어둡다.

삶의 어느 구석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남자가 아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이 남자에 대해 정리하자면 "칼 맞아 죽은 아버지와 불에 타 죽은 어머니를 둔 가난뱅이. 종말론에 미친 남편을 둔 불쌍한 누나가 유일한 피붙이" 인 사람이다.

게다가 아내는 2년전에 집을 나갔고, 아들은 자폐아이다. 본인은 해직된 교수다.

 

이보다 더 처절하고 비극적으로 묘사된 남자를 실로 오랫만에 보았다.

아이의 자폐 상황은 책을 읽는 내내 한숨이 절로 나오게 했다. 아비가 삶을 마감하려는 여행을 감행하는데 아들은 현실과는 닿지 않는 자신만의 생각속에 갇혀 밑도 끝도 없이 까르르 웃어댄다.

["맥퀸이 넘어졌어요."

겸아. 멕퀸이 넘어진 게 아니라, 네 아비가 넘어졌단다. 이젠 다시 일어설 수도 없단다. 철저하게 버려졌단다.]

 

이들의 여행은 7번 국도를 따라 아버지 승호의 지난 삶을 기억하는 길이다.

7번 국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손꼽힌다고 한다.

우리나라지도 등허리 쪽으로 길이 죽 나있으며, 속초 강릉 경주 부산을 잇고 있다.

이 아름답다는 7번 국도에 놓인 그의 삶은 참으로 비루하다.

그는 자기 삶을 악순환의 고리라고 일컫는다. 사랑이었으나 박복한 두 운명이 한몸이 된 아내와의 결혼은 악재에 악재를 더하는 일이었다고 기억하고, 아들의 질병은 억울해 미치겠다.

 

그는 폐과 된 학과의 교수다.

[문학 나부랭이를 전공한 박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다. 병에 걸린 자식 하나 구하지 못하는 게 무슨 공부라고, 헛공부에 세월을 써버렸다고 자책할 수 밖에 없다.]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온 그는 흰 가운을 입고 다니는 의사들을 한없이 부럽게 바라본다.

이 사회는 그가 힘들게 쌓아온 학업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는 이 사회에 남아도는 잉여인간이 되었다.

 

저자 김정남은 갈수록 뻔뻔해지는 세상에 맞서 자신의 글은 어두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남자가 잡은 희망조차 왠지 석연치 않다.

그가 생을 더 연장시켜도 되겠다고 생각한 희망은 연봉 2400만원의 허울뿐인 교수자리의 복직과 부도가 난 남편과 별거중이라는 송희에게서 온 전화, 그리고 아내가 남긴 통장의 8천여만원의 잔고다.

 

이 책에는 장애아를 가진 부모의 고통이 그려져 있다.

사회에서 자꾸 밀려나기만 하는 남자 승호의 어두운 현실이 있다.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아들 겸이가 있고, 어둡기 그지없는 주변인물들의 삶이 그를 둘러싸 있다.

 

아슬 아슬한 희망을 잡은 남자 승호가 삶의 어둠을 밝힐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누구의 잘못이랄것도 없이 세상에 내던져져서 몸을 불살라 살아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았던 삶의 순간은 어느누구에게나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비록 남자 승호가 윤리적이지 못하고 속물스럽기도 했으나, 그래도 그가 잡은 희망이 그에게 튼튼한 동아줄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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