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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김미옥 옮김 / 양문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영적인 지헤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 늘 느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의 영적 지도자들의 책을 접하면 마치 현실과 영적 세계는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일상, 이 매일의 삶, 내 바로 옆에서 숨쉬며 잠자고 있는 부부, 가족, 아이과의 이 하찮아 보이는 삶에서 평화와 기쁨을 발견하고 그것과 함께 살 수 있는 힘이다. 지금 이 공간이 나의 명상 공간이며, 지금 이 상황이 나를 자각할 수 있는 상황이며,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이 사람이 바로 나를 드러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교회 문을 나와, 가부좌에서 풀려 나와서는, 이 매 순간 살아가는 존재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내가 평화와 기쁨을 깨닫지 못한다면...결국 나는 분리되고 만다. 우리는 특정한 공간 속에서 주어지는 제한적 행복이 아니라, 평화와 기쁨이 바로 이 순간, 바로 이 삶, 바로 이 공간, 바로 이 사람과의 관계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
여러 영적인 책들을 접하면서 늘 어려움을 느끼며 곤혹스러워 하던 나의 절친한 지인은 이 책을 접하고 나서 자신이 읽은 영적인 책 가운데에서 가장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으며 그렇기에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생각과 감정은 나 자신이 아니다’라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말에 깊이 반응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나 또한 이중으로 감동을 받았다. 내가 그에게 권한 영적 깨달음과 관련된 수십 권의 책 가운데에서 그가 그 말을 읽은 것이 처음이 아니다. 이 책만이 그에게 영향을 미쳐서 그가 그토록 반응은 아닐 것이다. 성장이라는 것은 이렇게 아주 미세하게 땅 안에서 기다림의 과정을 겪으면서 싹을 띄워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구도의 길로 소개한 것은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영적인 주제를 다루는 책은 특정 분야의 책들이 그러하듯이 전체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는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아마존에서 5년 동안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것은 에크하르트 톨레의 말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바로 나 자신의 모습, 고통이 반복되는 지금 이 순간, 마음의 평화를 누리고 싶은 매일의 바램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평소에 쉽사리 접하게 되는 자기관리 분야의 책들과는 명확히 다른 구도라는 분명한 의도가 책 전체에 순수하게 일관되어 있다. 특히 어떤 특정한 종교적 색채에 구애 받지 않은 자만심 없는 담백함과 간결함이 많은 이들에게 장애물 없는 호소력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도 나의 지인이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을 읽고 나서 어느 순간부터 이전에는 식상했지만 지금은 매우 진실된 하나의 질문이 늘 내 마음에서 솟아오른다. 마음이 너무 혼란스럽거나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 정말 알 수 없을 때, 이 질문은 내게 다시 숨쉬는 방법을 알려준다. “오늘은 나의 마지막 날, 지금 이 순간은 나의 마지막 순간, 지금 이 사람은 나의 마지막 사람…그렇다면 나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은 총 5권 한국에 번역되어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 ),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The Power of NOW, 2001), <고요함의 지혜>(Stillness Speaks, 2003> 그리고 나는 아직 읽지 않은 (A New Earth-Awakening to Your Life's Purpose, 2005),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2008.9>
내 마음 속에서 오랫동안 꿈틀거리던 아주 현실적이고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어 기쁨을 주었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아주 얇지만 한 구절 한 구절 매 순간 마치 삶 전체가 명상 가운데 있는 듯 했던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와 <고요함의 지혜>
내 책상 앞, 지금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둔 이유는, 매번 그 책을 펼쳐 보지 않더라도 책 안에서 에크하르트 톨레가 하고 싶었던 말의 진정한 한 마디, ‘지금 이 순간’과 ‘고요함의 지혜’, 제목 그 자체 만으로도 일상의 강력한 안내자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의 삶에 대한 존재감과 자각이 더 자주 그리고 더 넓고 깊게 지속되도록 도와 준 에크하르트 톨레와 그의 책.
잭 콘필드가 ‘깨달음 전에도 빨래, 깨달음 후에도 빨래’라는 했던 말의 깊이가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