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짧은 단상 – 세 가지 사랑]


처음에
나는 그 사람이 없으면 못살 것 같은, 나를 완전하게 채우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완전한 사랑의 느낌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살면서 생각했다.
자기 자신 그 자체로 완전함을 느낄 수 없다면 우리는 늘 누군가를 통해서 자신을 완전하게 채우고자 한다면 그것은 결국 다른 사람에게 자신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기를 바라는 것이 되지 않는가. 그것이 완전한 사랑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마치 결합 혹은 계약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아무리 그럴싸하게 멋지게 꾸며지더라도 결국은 서로의 부족한 무언가를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결합하는 행위로 느껴졌다.
메우는 행위, 부족한 것을 채우는 행위, 그것은 사랑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다시 의문을 가졌다.


그 다음에
찾아온 사랑에 대한 생각은 이러했다. 사랑은 상대방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나는 이 정의가 마음에 들었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상대방의 성장을 도와주기 위해 마음을 다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이 사람의 고통을 덜기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지만 거기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돕기 위해 애쓰는 동안 정작 나 자신을 돕지 못했다. 나 자신을 도울 시간을 내지 못했고 그것을 생각할 심리적 여유도 없어져 갔다.
가장 치명적이었던 것은 내가 나 자신을 생각하기에 힘들 때에 너를 위해서라는 명분은 너무나 달콤하고 위대해서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생각하는 고통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해방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지연이었을 뿐이다. 나 자신의 불행감을 쌓아 나가는.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간섭으로 치달아가는.
왜냐하면 사랑은 나의 가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가치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즉 그의 삶을 논할 권리를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직 누군가의 삶에 대해 논할 권리를 가졌다면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삶이었다. 나는 고통과 반복과 절망의 순간에 바로 상대방이 아니라 나를 돌아봐야 했다. 그것이 더 큰 사랑이고 그것이 근원적으로 왜곡되지 않는 순수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그의 성장과 과정, 삶의 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믿는다. 내가 그를 사랑한다고 할 때, 나는 ‘그의 삶의 과정, 성장의 속도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나는 평가하지도 비난하지도 초조해하지도 않는다. 나는 다만 나 자신의 삶의 성장의 속도, 삶의 과정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원하는 것처럼, 나를 사랑하는 사람 또한 그렇게 해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상대방의 삶의 속도, 그 성장과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물론 나는 그가 도움을 요청할 때 손길을 뻗기도 하고 그를 꼬옥 안아주기도 하고 나의 생각 또한 주고 받는다. 이 행위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그것이 옳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다. 전 삶의 과정, 이 전 생애를 꿰뚫어 내가 통찰해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는 사랑한다. 도움을 청할 때 도움을 주고 그리고 나도 도움을 청하는 기쁨을 누린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옳고 저것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특히 내가 그러한 유혹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내가 나 자신의 삶 전체를 다 꿰뚫지 못하며 더더군다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삶 전체에 대해 내가 무엇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나는 포옹하고 아끼고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의 자유가 기쁘다. 그 표현의 자유가 즐겁고 기쁘고 고맙다.
나는 이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사랑이라 부른다.


너무나 분명한 것은
내가 나 자신과 가지는 사랑의 관계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와 다른 사람과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나와 나 자신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다. 즉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과정, 그 변화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가
그 어느 순간에도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바라보아야 할 것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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