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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가토 다이조 지음, 이인애.박은정 옮김 / 고즈윈 / 2006년 12월
평점 :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부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
가토 다이조 지음 / 고즈윈 / 2006.12.05
너무나 진실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슴 깊이 이해되기 어려운 것이, ‘자신으로부터 평화가 시작된다는 것’. 그것은 이기주의, 개인주의 같은 개념들과 뒤섞여 그 실체를 잃곤 했지만 나는 정신적, 영적, 심리적 아니 모든 면에서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잘 돌보는 것’이 모든 평화와 행복이라고 시작한다.
내가 행복하지 않고 편안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으로부터 왜곡된 형태로 보상을 얻으려는 심리를 드러낸다. 즉,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정신적 심리적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특히 부부간 그리고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 어떤 형태로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이 마음에 와 닿았던 이 책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누름으로써,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투영하여 만족시키고자 하는 의존성에서 독립하지 못함으로써 우리가 겪게 되는 고통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의존성이란 우리가 자신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고 솔직한 감정을 느낄 수 없도록 억누름으로써 타인을 통해 자신의 왜곡된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상태를 말한다.
저자가 한 마디로 정의내린 의존성.
“남에게 기댄다는 것은 ‘이런 저런 것을 요구하는’ 행위와 같다.”
이것은 상당히 자각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아주 교묘하고 혹은 반대적 형태로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이 왜곡된 욕구를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부모와 자식, 부부 간에는, ‘이렇게 해야 옳다’는 정의를 내세우거나, ‘나는 너에게 이렇게 헌신적인데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혹은 ‘이렇게 걱정해 줬더니..’ 와 같은 형태로 드러나면서 ‘나의’ 규칙과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 상대방은 ‘나쁜 사람’이 된다.
이 책에는 어떻게 우리가 어린 시절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지배적인 부모’ 로부터 정신적, 감정적 독립을 하고 싶다면 한 번 자신의 상황이 이렇지 않은지 살펴보자. 또는 내가 이러한 ‘지배적인 부모’로 아이의 자기 발견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부모가 부모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음으로써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저자는 말한다. 아이가 자연스러운 감정을 느끼기 전에, 지배적인 부모는 이 감정은 옳은 것이고 저런 감정은 나쁜 것이며, 이 일은 좋아해야 맞고 저 일은 좋아하지 않아야 맞다는 형태로, 모든 것을 정해 버린다. 이로 인해 아이는 자연스럽고 진실스러운 감정을 잃어버리고 ‘당연히 그래야 할’ 감정을 만들기 시작한다.
아이가 이 진실하지 못한 상태를 자각하는 건강한 시기를 거치지 못하고 성인으로 계속 살아나가게 되면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자각하지 못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나 환경에 의해 주어진 욕망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자연스럽고 정직한 감정들을 ‘시시하고 하찮고 안 되는’ 감정들로 여기고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억눌린 하지만 여전히 충족되기를 바라는 감정과 욕구를 다른 사람, 특히 배우자 혹은 자녀를 통해 채우고자 하는 의존성을 지니게 된다.
결혼하고 부모가 되었지만 스스로 자각하지 않는 한 이러한 의존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의존성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여러 인간 관계를 다양한 왜곡된 형태로 변형시킨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자연스럽고 솔직한 감정을 인정 받을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방어하고 싶어하고 상대방에게 사랑받기 위해 그의 욕구에 나를 맞추고자 노력한다. (이 책의 제목이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을 고통스럽게 여기고 상대방에게 내가 배푼 은헤를 생색내며 나에게 왜 내가 해 준 것처럼 해 주지 않느냐고 비난하게 된다.
저자는 상대방을 통해 스스로의 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는 의존 욕구의 치유를 ‘존재감’에서 찾는다. 자신을 부정하기에,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지 않기에, 즉 ‘자기 존재감’을 잃어 버리게 되면 늘 자신을 확인하고 싶어하고 초조해 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줄 관계 혹은 일에 ‘의존’한다고 한다. 저자는 과하게 일을 놓지 못하거나 성취감이나 보람찬 하루에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면 일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지 묻는다.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자신이 진실로 누구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 혹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느끼는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밝히고 또한 그것을 인정하는 것 또한 힘겨운 일이 될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존해야만 한다면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에 솔직해지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무탄트>라는 책의 아주 지혜로운 인디언들이 해 주는 이야기에, 아이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완전히 홀로, 완전한 침묵 속에서 며칠을 머무르고 온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 성년이 될 준비가 되었음을 말하면 모든 부족 사람들이 파티를 열어 진심으로 축하해 준다고 한다.
우리도 이렇게 스스로 부모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할 준비가 되었음을, 한 존재로서 결혼할 준비가 되었음을, 그리고 부모가 될 준비가 되었음을 스스로 깊이 인정하는 행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늘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이해하는 가족, 친구들과 진심으로 같이 축하하는 행위는 그 무엇보다도 멋지고 값질 것 같다.
완전히 공감 갔던 저자의 한 구절.
“자연스런 감정을 억누른 채 인위적인 감정으로 살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