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과 연애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마음 속에 어떤 질문을 가지고 있거나
뭔가 마음이 불편하여 무언지 몰라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나는 마치 나를 찾아 온 듯한 책을 원래 의도하지 않은 형태로도 잘 만나고,
책의 한 구절에 돋보기를 갖다 댄 것처럼 한 방에 잘 꽂힌다.
물론 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미팅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도서관, 오프라인 서점, 그리고 인터넷 서점을 열심히 기웃거린다.
이렇게 만난 책을 당장 읽어 내려 갈 때 그 책 전체가 저자와 한 덩어리가 되어
나에게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온다는 느낌이 강렬하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한 구절은 마치 하루 전체를 구원 받은 듯 하고,
가끔은 기도처럼 내 존재 전체를 구원시켜 주기도 한다.
그리고 한 번 내 마음에 와 닿았던 책들은 처음에는 그 책이 잘 맞지 않아
서걱거리더라도 언젠가 다시 꼭 내 마음에 딱 안성맞춤으로 맞아 떨어질 때가 온다.
그러면 정말 그 충족감과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선택하였을 때, 일종의 군중심리와 트렌드 심리로
선택한 책들은 나와 궁합이 잘 맞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모든 베스트셀러(혹은 스테디셀러)가 나에게 다 베스트셀러(혹은 스테디셀러)는 아니다.
나는 이제 그것을 인정한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좋았다고 말하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나에게 다가온 책과 제대로 잘 통하는 것이다.
결국 실행하는 자는 책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니까 말이다.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나를 감화시키고 나를 격려하는
모든 책들과 그 책의 저자들과 그 책을 알아봐 준 출판사들과 그 책들을
열심히 전파해 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깊이 감사하며.. 나는 오늘도
나를 찾아 온 혹은 내가 찾아 낸 ‘바로 그 책’과 찐하게 눈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