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평점 :
절판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만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책이다.
세대를 아울러 모든 연령층에게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 감독이기 때문이다.
<이웃집 토토로>는 1988년 작품인데 2000년대 출생인 아이들도 너무 좋아해서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도쿄에 있는 지브리 스튜디오도 다녀왔다.
그런 감독님께서 추천해주시는 책이라 하니 더 특별하게 여겨졌다.

이 책은 총 2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선정한 50권의 이와나미소년문고> 리스트와 간략한 추천 내용이 실려 있고
2부에서는 소년문고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나는 1부의 50권의 추천책 중에서 끌리는 16권의 책을 골라 그 추천 내용을 필사를 했다.
필사를 하는 시간은 책들과 함께 어린 시절로 추억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 나를 가장 두근두근하게 했던 책은 뭐였더라?‘
‘이 책은 나도 정말로 재밌게 읽었던 책인데…’
‘이 명작 만화 보고 싶어서 교회 가기가 싫었었지. ㅋ’
‘앗, 나랑 비슷한 여름 방학을 보내셨네. ㅎ’
‘이 책은 못읽어봤는데 지금이라도 읽어보고 싶다.’ 등

2부의 인터뷰 부분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감독님이 ‘책을 엄청 좋아하는 어린이’이었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소개해준 책 중 많은 것이 커서 읽은 것이고, 일에 도움이 될까해서 읽었다는 것이다.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정감이 갔다.

과거로 추억여행을 떠나고 싶으신 분,
아동문학에 관심이 많으신 분,
자녀들에게 추천할 명작을 찾으시는 분,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인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영향을 준 책이 궁금하신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147p 그러니까 책을 읽으면 생각이 깊어진다는 생각은 그만 해도 될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 훌륭해지느냐 하면, 그런 일은 없으니까요. 독서란 어떤 효과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예요. 그보다는 어렸을 때는 ‘나한테는 역시 이거야.’하는 무척 소중한 책 한 권을 만나는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가가 되는 법
제리 살츠 지음, 조미라 옮김 / 처음북스 / 2024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제리 살츠는
2018년 비평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 평론가 중 한 사람이다.

저자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관한 글을 썼는데,
그 이후로 강의 때마다 ‘어떻게 하면 예술가가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것과 관련한 생각들을 <뉴욕지>에 기고했고,
이 책은 그 글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책에는 크게 6단계로 나누어 총 63가지의 방법이 나와 있다.

STEP1 당신은 완전히 아마추어다 -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1. 부끄러워하지 말라.
2. 상상력이 지식보다 중요하다.
3.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흥미로워진다. …

와 같이 하나의 핵심적인 메시지 아래 한두 페이지 정도 되는 짧고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인 방법을 서술하고 있다.

일견 보면 당연하고 평범해 보이기도 하고,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의 평가를 걱정하며 부끄러워하지 말고, 상상력이 중요하고, 예술은 이해, 숙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이며, 작업하고 또 작업하고, 변명하지 말고 지금 바로 시작해라’ 등과 같은…

하지만 이 책은 예술가가 되기를 원하는,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이기에
그 일을 실제로 강렬히 원하고, 시작하고 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문제에 부닥쳤을 때,
깊게 와닿을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이 가득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주 대상은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만 한정된 원칙은 아니다.
창작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마다 필요한 원칙들이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작가는 <1. 부끄러워하지 말라>에서
“예술을 한다는 건 부끄러울 수 있다. 두렵기도 하다. 마치 다른 사람 앞에서 발가벗고 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예술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형편없고 이상하고 지루하고 멍청하게 보일 수도 있는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도 같다. 때론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야릇하고 따분하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울 수 있다. 괜찮다.”
“훌륭한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 말라. 창조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해야 한다.”
라고 말한다.

책을 많이 읽지도 않는 내가 이렇게 책에 대한 평을 쓰는 일이 부끄럽다.
다른 사람이 내 글을 읽고 나의 수준이 얕음을 파악하고 형편없다고 생각할까봐 두렵기도 하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글을 쓰는 나도 끊임없이 이런 생각이 든다.
작가의 말마따나 ‘잘 쓰겠다’는 생각보다
‘쫄지말고 당당히, 그리고 꾸준히 내 생각을 써보자.’
라는 마음가짐을 항상 되새겨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이 말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를 하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치 동화같은 빨간 지붕의 집들이 늘어선 이국적인 도시 프라하.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4명의 남녀가 ‘엄마’라는 뜻을 가진 ‘마민카 식당’에서 만나게 된다.

- 수빈은 전 남편과 헤어진 후,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잘 떠나 보내기 위해서 신혼여행 장소였던 프라하를 찾는다.
- 해국은 자신의 우주였던 어머니를 잃고, 그녀를 추억하고 추모하기 위해서 공무원증을 반납하고 프라하에서 어머니가 하셨던 한식당을 개업한다.
- 지호는 아버지의 일때문에 세살 때 프라하에 와, 자라는 내내 체코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또 다른 다름의 이유로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 단비는 늘상 경쟁에 시달리며 자신에게 10분의 여유도 내지 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삶을 살다가, 프라하의 카를로바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오게 된다.

원래의 둥지를 떠나, 자의든 타의든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서로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


블타바강, 카렐교, 빨간 지붕, 댄싱 하우스, 레논벽…
프레임만 갖다 대면 어디든 예술 작품이 되는
‘프라하’라는 낯설지만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잔잔하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글을 읽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적인 배경 묘사와 일상적인 이야기로
마치 수빈, 해국, 지호, 단비가 실제로 그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쫄깃한 긴장감같은 것은 없지만
인물의 마음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고
감성적인 표현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요하고 허허롭고 쓸쓸하고 황량한
프라하의 겨울과도 같았던 인물들의 마음은
차가운 바람 속에 반짝 쏟아지는 햇살을 간직한 봄을 맞으며 끝을 맺는다.

이들은 모두 사람때문에 상처를 입었지만 이들을 위로하고 일으킨 것도 결국 사람이었다.
수빈, 해국, 지호, 단비, 네 사람의 앞날을 응원하며,
그들의 눈부신 여름을 보고 싶다고 작가님께 살짝 어필해보고 싶다.

182p
과거의 상흔은 없애고 도려내야 하는 흉이 아니다.
아프고 못난 상처일수록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난날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예쁘고 반듯하기만 한 건 진짜가 아니니까.
모나고 흉진 모습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진짜 사랑이라는 걸,
이 사연 많은 벽이 수빈에게 조곤조곤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홉 꼬리의 전설
배상민 지음 / 북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드라마 제작사 기획 pd로 일하다가
제1회 자음과 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배상민 작가의 4번째 장편 소설이다.

작가는 전작 <<조공원정대>>, <<콩고콩고>>, <<페이크픽션>>, <<복수를합시다>> 등을 통해
“유머러스하면서도 현실을 비트는 통렬함으로,
현실과 서사의 틈 사이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현실의 문제를 환기시켜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p9
고려 말은 소문의 시대였다.
밖으로는 왜구의 침입이 끊이지 않았고,
안으로는 이인임, 임견미 같은 권신들이 득세하여 활개를 치는 통에 조정이 어지러웠다.
나라 꼴이 이러하니 무수한 소문이 떠돌 수밖에 없었는데,
원귀와 괴물에 관한 것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자는 원귀에 대한 소문을 낳았고,
영문도 모르고 죽임을 당한 자는 괴물에 대한 소문을 낳았다.
그렇게 한번 태어난 소문은 용케 살아남아 서로 이어지고,
스스로 살을 붙여 마침내 온전한 이야기로 그 꼴을 갖추곤 했다.

주인공 ‘나(정덕문)’는 사대부 집안 출신이지만 과거에 합격하여 벼슬에 오르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소문과 이야기에 매혹되어 사건이 발생하는 곳마다 쫓아다니며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일년에 서너 달씩 집을 비우기도 한다.
‘금행’은 난세에 먹고살기 위해 군졸이 되었으며, 전쟁터에서 성과를 올려 ‘나’의 마을에 감무(고려시대 하급 지방관)로 오게 된다.
마을에는 구미호가 나타나 사람을 참혹하게 죽이고, 이를 수사하는 감무들은 연이어 관아에 나타난 귀신에게 목숨을 잃는다…


작가의 전직이 드라마 제작사 기획 pd여서 그런지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주인공의 구성도 그렇고 - 겉으로 보면 한량인 듯하나 잠재된 포텐이 있는 주인공과, 뛰어난 무예 실력과 충직함으로 주인공을 서포트하는 서브 주인공,
주인공의 좌절과 각성,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그리고 러브 스토리 한 스푼까지…
시작하면 다음 화를 클릭하게 되는 흥미진진한 장편 드라마 한 편을 뚝딱 보고 난 느낌이다.

구미호, 처녀귀신, 불가사리, 삼족구 등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전설의 고향’ 캐릭터들을
하나의 큰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버무려 넣어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며 살이 붙고 살아 돌아다니다가 소멸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금 시대에는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 사람의 혼을 뺏는 처녀귀신은 없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한 번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그 실체를 숨기며 유튜브, SNS 등의 매체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어
사람들에게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곤 한다.

작가는 전작들에서 현실과 서사의 틈 사이를 파고 들며
현실 문제를 환기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번 작품도 이런 면에서 같은 맥락을 보여주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재미있고 쓸모있는 화학 이야기
이광렬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저자인 이광렬 교수님은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데,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모두를 위한 화학’을 연재하면서 구독자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열렬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네요.

우리의 몸도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가 먹고 마시고 바르는 모든 것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것들 모두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화학이라는 창문으로 세상을 보면서,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을 헤쳐 나갈 힘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자가 이 글을 쓴 목적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스테인레스 냄비를 하나 샀는데요.
우선 네이버(옛날 사람이라..) 검색창에 ‘스테인레스 연마제 제거’라고 검색어를 쓰고,
나온 결과를 몇 개 살펴본 다음,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작업을 시작합니다.
키친타올에 식용유 묻혀 닦아내고, 물에 베이킹소다 넣어 끓이고 (베이킹소다만 묻혀 닦아내라고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물에 식초 넣어 끓이고, 중성세제로 세척하고…
왜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저기서 다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따라서 해봅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알았습니다.
연마제 성분인 탄화규소 가루는 물에도 기름에도 녹지 않고, 산성, 염기성 용액에도 녹지 않는다는 것을!!!
베이킹소다 넣어 끓이고, 식초 넣어 끓이는 것은 다 잘못된 방법이었던 거지요.
탄화규소를 떼어내는 방법은 오로지 물리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책을 통해 어떻게 연마제를 제거해야할지 방법도 배웠습니다.

이렇듯 이 책에는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내 몸 속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서부터
뇌가 만드는 감정과 심리의 화학 작용,
그리고 약과 식품, 뷰티와 다이어트 관련한 화학 이야기,
살림에 필요한 화학까지…

단순한 방법이 아니라 ‘왜’ 그렇게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인터넷에 넘쳐나는 잘못된 이야기에 현혹되지 않고 바른 기준을 세우는데도 도움이 되구요.
수많은 이야기가 있으니 곁에다 두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어도 좋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