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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평점 :
마치 동화같은 빨간 지붕의 집들이 늘어선 이국적인 도시 프라하.
저마다의 아픔을 가진 4명의 남녀가 ‘엄마’라는 뜻을 가진 ‘마민카 식당’에서 만나게 된다.
- 수빈은 전 남편과 헤어진 후,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잘 떠나 보내기 위해서 신혼여행 장소였던 프라하를 찾는다.
- 해국은 자신의 우주였던 어머니를 잃고, 그녀를 추억하고 추모하기 위해서 공무원증을 반납하고 프라하에서 어머니가 하셨던 한식당을 개업한다.
- 지호는 아버지의 일때문에 세살 때 프라하에 와, 자라는 내내 체코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또 다른 다름의 이유로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 단비는 늘상 경쟁에 시달리며 자신에게 10분의 여유도 내지 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삶을 살다가, 프라하의 카를로바 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오게 된다.
원래의 둥지를 떠나, 자의든 타의든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며 서로를 통해 치유를 받는다.
블타바강, 카렐교, 빨간 지붕, 댄싱 하우스, 레논벽…
프레임만 갖다 대면 어디든 예술 작품이 되는
‘프라하’라는 낯설지만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잔잔하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글을 읽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적인 배경 묘사와 일상적인 이야기로
마치 수빈, 해국, 지호, 단비가 실제로 그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쫄깃한 긴장감같은 것은 없지만
인물의 마음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고
감성적인 표현들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요하고 허허롭고 쓸쓸하고 황량한
프라하의 겨울과도 같았던 인물들의 마음은
차가운 바람 속에 반짝 쏟아지는 햇살을 간직한 봄을 맞으며 끝을 맺는다.
이들은 모두 사람때문에 상처를 입었지만 이들을 위로하고 일으킨 것도 결국 사람이었다.
수빈, 해국, 지호, 단비, 네 사람의 앞날을 응원하며,
그들의 눈부신 여름을 보고 싶다고 작가님께 살짝 어필해보고 싶다.
182p
과거의 상흔은 없애고 도려내야 하는 흉이 아니다.
아프고 못난 상처일수록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난날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예쁘고 반듯하기만 한 건 진짜가 아니니까.
모나고 흉진 모습까지 포용할 수 있어야 진짜 사랑이라는 걸,
이 사연 많은 벽이 수빈에게 조곤조곤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