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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단단하게, 채근담 - 무너지지 않는 마음 공부
홍자성 지음, 최영환 엮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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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동양의 고전이지만 읽어보는 건 처음이다.
400여 년 전 출간된 책이지만 책이 담고 있는 삶의 지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라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채근담』들이 매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은 전집 222편, 후집 134편의 총 356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글은 짧지만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원문과 그 해석만을 실은 것이 아니라, 각 편마다 짧은 철학 에세이 형태로 본문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400년 전 문장을 아무리 잘 번역했다 하더라도 현대 독자에게는 다소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고, 그 뜻이 쉽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엮은이의 관점으로 쉽게 풀어서 써 준 글 덕분에 각 편의 내용이 어렵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음에 와 닿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본문 하단에는 원문과 해석본도 함께 있어, 해석본과 본문 에세이를 함께 읽으면서 원문 내용뿐 아니라 엮은이의 생각도 함께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채근담』 각 편의 문장은 짧지만 우리 마음을 단단하게 채우는 글들로 가득 차 있다.
긴 시간을 보내는 공간 옆에 두고 마음이 흔들리거나 문득 시선이 갈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보기도 하고 필사하는 시간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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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바깥
이제야 지음 / 에피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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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읽었다.
첫 번째 시집 《일종의 마음》처럼
역시나 어려웠고
역시나 그 섬세함과 따뜻함이 좋았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이제야 시인의 시는 내게는 좀 어렵다.
시인은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단어를 고르고 골라 문장을 만들고 한 편의 시를 완성했을텐데,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언어의 한계가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다.

소설 한 문장을 이해하려고 며칠을 애쓴 사람이 왔습니다

언어가 정확한 진심이 될까요
우리는 물었습니다

아무 답도 없이 소설 한 문장에 계속 밑줄을 그었습니다

- <언덕 서점> 중에서

이유없는 느낌을 주고
사실 없는 직감을 받는 일

어쩌면 밑줄의 탄생과 같은

- <눈사람의 방> 중에서

시집을 읽을 때의 내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다^^

이제야 시인은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섣불리 위로하거나 짐작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 떨어져 조심스럽게 짐작하여 그저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이것이 시인이 말하는 <진심의 바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p52-53 <깊이의 역할>

한 번도 울지 않은 잊지 않은 사람이
굳은 외투를 벗고 처음으로 일기를 읽어 주었다.

서로를 이해한다고 믿어도 될까
이해는 역할인데

그럴듯한 사정을 아는 듯
마치 울어 본 것처럼 잊어 본 것처럼

한 번도 울지 않고 잊지 않은 사람이
다시 서로의 외투를 입고 일기를 썼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깊이는 이해될 수 없는 이야기인데

아무 일 없는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이해될 수 있을 만큼만 적어 두기로 했다

스스로를 읽어 본 적 없는 얼굴들은
스스로를 완벽하다고 믿지

밤새 일기를 읽는 동안에도
우리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는데

이해한다는 말로 밤을 지새는 동안
새로운 역할이 환한 등을 감싸고 있었다

울지 않고 잊지 않는 일기를 덮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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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 - 김재원 힐링 에세이
김재원 지음 / 달먹는토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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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이마다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킬 제목이다.

우리 엄마는 서울에서 400km 이상 떨어져 있는 울산에 혼자 살고 계시기 때문에
엄마를 생각하면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계신가?’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저자는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 보냈는데,
어머니의 마지막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어머니를 떠나 보낸 슬픔을 마음껏 표출하지 못한 채 살아오다가
이제서야 엄마를 충분히 애도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그 시간을 갖는다.

“억누른 슬픔은 관계의 장애물입니다.
엄마에게 말하지 못한 미안함과
아빠하고 풀지 못한 앙금은 내 마음에 자리 잡은 채,
다른 식구와의 관계에서 고개를 내밀곤 합니다.”

40년 이상 마음에만 담아두었을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용기냄을 응원하고
나 역시 많은 위로와 깨달음과 격려를 받았다.

“끝내 가지 못한 제주도 여행은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휠체어를 타고라도 갈 걸 그랬습니다.
아쉬운 기억을 따뜻한 추억으로 바꿀 걸 그랬습니다.“

투병 중인 상황이라 끝내 가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여행을 아쉬워하는 글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엄마에게 자주 연락조차 않는 나 자신을 훗날 후회할 것임을 깨닫는다.

책에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나운서로서 느낀 말에 대한 다양한 생각,
그 외 책, 걷기, 여행 등의 경험에서 체득한
많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것들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고
또 어떤 것들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관심을 나타내고 눈을 마주치고
다정한 말을 건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이
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표현하지 않으면 내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무뚝뚝한 내 성격에 조금만 더 용기내 보라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 무엇일까 궁금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의외로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저자가 좋아하는 화가인 모지스 할머니는
76세에 첫 작품을 그렸고
80세가 넘어 뉴욕에서 전시회를 하며 이름을 알렸고
101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붓을 잡았다고 한다.
(우리 집에도 이 분의 그림이 담긴 달력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그림의 세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라는 이 말이 너무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고 싶은 것은 다 도전해 볼 생각이라니!!!
삶을 대하는 새로운 자세에 기분 좋은 자극을 받는다.

작가는
“언어는 거룩한 도구입니다.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는 도구입니다.”
라고 말했는데,
이 책이야말로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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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2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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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제목부터 내 이야기!!!
전작 《사랑인줄 알았는데 부정맥》에 이어
후속작 역시 제목부터 남다르다.
큼직한 글씨에 3행 5-7-5 글자로 이루어진 짧은 시라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유쾌하지만 씁쓸했다.
웃음 이면에 담긴 노인들의 삶의 모습이 떠오르다보니…
‘마냥 재밌고 유쾌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구나.’하고 생각하면서 책을 덮으려는데,
책 뒷날개의 글을 보고, ‘아 역시 난 한 수 아래였구나.’하는 깨달음이 들었다.

“때로는 서글프고 민망한 순간이 일상 곳곳 찾아오지만,
그들에겐 웃어 넘길 수 있는 연륜과 지혜가 가득합니다.
괜히 진지해지지 마세요.
함께 하하 웃어주세요.”

그들의 연륜과 지혜로
서글프고 민망한 순간도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여유가 가득하다는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좀더 편한 마음으로 이 시집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p36
늘 실패 없는
할아버지 전매특허
자기 비하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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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연 - 플라톤의 대화편 마리 교양 3
플라톤 지음, 오유석 옮김 / 마리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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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저작들은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대화편으로 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총 25편이 전해지고 있다.
저작 연대와 사상 경향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되는데,
앞선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은 초기 대화편,
《파이돈》과 《향연》은 중기 대화편에 속한다.
따라서 세 편 모두 소크라테스가 화자로 등장하지만,
나중 작품일수록 플라톤의 사상이 많이 반영되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향연》은 기원전 416년 비극 작가 아가톤이 비극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향연이 열리고,
소크라테스와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에로스를 예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파이드로스는,
“세상을 아름답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정서를
에로스만큼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수치스러운 것을 수치로 여기고 아름다운 것을 존중하게 한다.” (p35)
고 에로스를 찬미한다.

수치스러운 일을 하다가 연인에게 들키면, 너무나 큰 수치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 앞에서는 아름다운 행동을 하게 될 것이며, 또한 에로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게도 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칭송한다.

파우사니우스는,
에로스를 영혼보다 육체를 더 사랑하는 ‘범속의 에로스‘와
‘유덕한 품성’을 사랑하는 ‘천상의 에로스’로 구분하고
천상의 에로스만이 찬양받을 가치가 있다고 한다.

에뤽시마코스는,
사람들에게만 에로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의술, 체조술, 농사 기술, 음악술 등 모든 기술)에도 에로스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몸과 관련하여서는 서로 반대되는 것 또는 불화하는 것(대립자)들을 조화롭게 하여 건강하게 하는 것에 에로스가 관여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아리스토파네스는,
옛날에는 인간의 성이 남성, 여성, 그리고 이 둘을 함께 가진 세 번째 성이 있었고,
이들의 형태는 공모양으로 두 몸이 붙어 있으며 힘도 엄청나게 셌는데,
이들이 신들을 공격하려 하자 제우스가 인간을 반으로 쪼개었다고 한다.
그러자 인간들은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찾아 다시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게 되었고
바로 그 본성이 에로스라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영화 <헤드윅>에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동성애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던 것 같다.

아가톤은,
에로스가 아름답고 훌륭한 존재이고,
세상의 모든 좋은 것들은 에로스 덕분이라고 칭송한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하는데,
에로스는 풍요의 신 포로스와 빈곤과 가난의 여신 페니아의 자식으로
어머니를 닮아 결핍과 함께 살아가지만,
동시에 아버지를 닮아 용감하고 대담하며 아름다운 것과 훌륭한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즉, 에로스는 ‘아름다운 것을 소유해서 행복해지고자 하는 것‘이다.

“사랑이 좋은 것을 항상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이라면,
필연적으로 우리는 좋은 것과 더불어 불사를 욕망합니다.
따라서 이런 논의에서 사랑이 불사하고픈 열망이기도 하다는 결론이 따라 나옵니다.
그런데 이는 오직 출산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출산은 항상 옛것 대신 새것을 대체해서 남기니까요.“ (p117-118)

에로스와 관련된 일들로 올바르게 나아가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이곳(감각세계)의 아름다운 것들에서 시작해서
저 아름다움(아름다움의 이데아)을 위해 늘 올라가는 것 말입니다.
마치 사다리를 이용하는 사람처럼,
그는 하나의 아름다운 몸에서 두 개의 아름다운 몸으로,
두 개의 아름다운 몸에서 모든 아름다운 몸들로,
또 아름다운 몸들에서 아름다운 관습들로,
아름다운 관습들에서 아름다운 배움들로
그리고 배움들에서 마침내 저 배움, 즉 다름 아닌 아름다움 그 자체의 배움에 도달합니다.
결국 아름다움 자체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p127)

플라톤은 바로 이런 ‘아름다움 자체(아름다움의 이데아)‘를 갈망하며 이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진정 가치있는 삶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를 통하여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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