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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늘 ㅣ 나남창작선 114
안정효 지음 / 열음사 / 199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한국작가들의 책에 식상해 버린 이유는, 그들의 책에 등장하는 소재가 한결같기 때문이다. 툭하면 불륜, 중산층의 불화... 사는 모습이 다 그런 건데, 그럼 뭘 쓰냐고 되묻는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난 몇몇 여성작가를 필두로 한 그런 류의 소설에 질려버렸다.
이 책엔 4편의 중단편들의 실려있는데, 그 중에 미늘과 황야가 그런 류의 이야기이다. 나머지 둘, 미국인의 아버지와 혼선은 약간 다른데, 난 미국인의 아버지에 더 특별한 흥미를 느꼈다.
내용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미국으로 이민오고서 기가 푹 죽어버린 무력한 아버지. 그곳에서 바람을 피우는 능력있는 아내. 엄마를 닮아 유능하고 똑똑하지만, 아버지를 무시하는 딸. 딸의 책상에서 콘돔을 발견하고, 결국은 폭력을 가하게 되는 아버지. 'Help! Help! Somebody call the police! Please, somebody call the police!' 마지막 딸의 비명을 들으며 섬뜩해진것은 나 혼자뿐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