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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터즈 - 눈만 뜨면 티격태격, 텔게마이어 자매의 리얼 버라이어티 성장 여행기
레이나 텔게마이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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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 혹은 친구, 그리고 동반자. 나의 형제와 자매를 떠올리고 그들과의 시간을 추억하며. |
언니 레이나가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여동생과는 전혀 딴판인 여동생 아마라와 남동생 윌, 엄마는 자동차로 일 주일이라는 시간동안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앙숙을 넘어 원수나 다름 없어, 사사건건 부딪히고 으르렁 거리는 자매와 자기만의 세계 속에 푹 빠져있는 남동생과의 여행. 이 여행은 과연 무사히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들이 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쯤에는 조금쯤 달라져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짧고도 짧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담고 있어요.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 가족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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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소녀는 혼자 놀기에 지쳐 "같이 놀아줄 사람"을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이렇게 소원을 빕니다. "엄마! 아빠!! 나 여동생이 갖고 싶어요!" 아아, 이 일을 어쩌죠? 소원을 빌어버리고 말았어요.
소녀의 이름은 '레이나'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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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원은 잘 이루어지지 않아도 이런 소원은 용케 잘 이루어지지요. 소녀의 소원도 마치 '꿈처럼'(꿈 가운데에는 길몽 말고도 흉몽 혹은 악몽이 있는 법이죠) 쟈쟌! 하고 이루어졌답니다. 그런데, 이런. 소녀의 여동생은 소녀가 '원했던' 그 여동생과는 너무나너무나 달랐어요. 애초에 이게 여동생인지 남동생인지 알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도무지 뭐가 재밌는지 알 수 없는 데서 까르르 혼자 웃곤 하는 거였죠.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못한다고 자기는 절대 '저랬던 적'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에요.
여동생의 이름은 '아마라'입니다.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이름 답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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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언니니까 참고 놀아줘야지'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기특한 마음으로 함께 놀아보려고 해도 영문 모를 곳에서 싫다며 난리 발버둥에, 온갖 소리라는 소리는 다 질러대는 통에 금세 질려버리고 맙니다. 왜 그러는지 말이라도 해주면 해줄 수 있을지 없을지 생각이라도 해볼텐데, 그저 막무가내로 싫다고만 하니 곤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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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보채는 통에 애완동물로 금붕어를 사가지고 왔어요. 동생의 금붕어가 똥을 누는 걸 보고 언니는 자기도 모르게 놀리듯 "아마라의 물고기가 똥쌌다"고 말해버립니다. 그 똥은 마치 살사 소스처럼 빨간 색이었는데요, 짖궂은 아마라는 언니가 나쵸에 살사 소스를 찍어 먹는 걸 보고는 자기의 물고기의 '똥처럼 생겼다'고 말해버리죠. 그통에 레이나는 입안을 헹구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렇게 한동안 서로의 물고기를 가지고 서로를 놀리며 며칠을 보냈지요. 그러던 어느날 아마라의 물고기가 죽어버려요. 엄마는 애먼 레이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책임을 묻습니다. 그저 레이나는 억울할 뿐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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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여동생 하나만으로도 벅차건만 남동생이 또 생겨버렸어요. 이름은 윌인데요, 신의 뜻이라는 의미랍니다. 그런데 이 남동생이 어찌나 아빠랑 똑같은지, 철이 없는데다 제멋대로라면 둘째가가 서러울 지경이지요. 엄마는 그저 비명같은 부탁을 소리 높여 부르짖을 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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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와 아마라, 윌과 엄마는 목적지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도착한 곳에서도 레이나는 자기와 '놀아줄' 적당한 상대를 찾지 못하고 말아요. 어렸을 때는 곧잘 어울렸던 사촌언니오빠들도 이제는 관심사가 달라져 어울리기 어려워졌습니다. 부모님과 이모님들의 이야기야 말할 것 없이 고리타분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뿐이라 근처에도 가지 못하지요. 남동생 또래의 남자 아이들은 또 어찌나 소란스럽게 굴던지 지나갈 때마다 질러대는 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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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 없는 마음으로 밖에 나와보니 동생 아마라가 혼자 앉아 있었어요. 자기와 같은 마음일 거라는 생각으로 말을 붙여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쿨'하고 단호해서 마음을 붙이기 쉽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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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처음 마음과는 달리 다시 다퉈버리고 말았어요. 왜 여동생인데도 나와 이렇게 다를까요? 아마라는 어쩌면 이렇게 냉정할 수 있을까요? 다시 화가 난 레이나는 문을 '쾅' 닫아버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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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들과의 모임이 끝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 주일 간의 여행이 시작됐어요. 그런데 이걸 어쩌죠? 도중에 차가 고장나서 도로 한 가운데 멈춰버리고 말았어요. 그리고 이미 죽은 줄 알았던 뱀마저 다시 나타났구요. 과연 이 가족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레이나와 아마라는 화해하고 사이 좋은 자매가 될 수 있을까요? |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면 오래 전 동생과 매일, 매순간,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서로 티격태격 아웅다웅 다투던 때가 떠올라서 웃음도 나고 아련해지기도 합니다.
셋째로 태어난데다 위로 누나가 둘이고 그 터울이 작지 않아서 어렸을 때는 혼자 놀았을 거에요. 기억은 없지만.
아마 그때는 저도 모르게 '동생 하나'쯤을 원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앞에도 적은 것처럼 동생과 함께 보낸 첫 기억 역시 싸웠던 것 같으니 말 다했지요.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는 생소해서 처음 받았을 때는 "이건 어떻게 읽으면 좋은 거지?"하고 잠깐 생각했더랍니다.
하지만 막상 읽을 때가 되니, 단편 소설조차 읽기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에,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만화는 또 아니다 싶다면 그럴 때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마 직전에 읽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의 영향이 클 것 같네요.
처음 읽은 그래픽 노블치고는 재밌게 잘 읽었다고 자평해 봅니다.
정말 비슷할 것 같고, 가장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은 존재가 바로 가족이죠.
그 가족 가운데서 가장 가까운 것은 부모와 자식이 아니라 형제와 자매 사이구요. 하지만 그렇게 늘 함께 있어도 이해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 수록 더 나은 관계를 위해 배려와 관심이 필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들 가족은 여행을 계속하고 있어요.
이 책의 말미에서 여행은 끝이 나지만, 아마 지금도 여전히 씨스터즈의 이야기, 레이나와 아마라, 남동생 윌과 엄마, 아빠의 이야기는 진행형일 겁니다.
편안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만한 걸 찾으신다면 한번쯤 들춰봐도 좋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저 뱀의 행방이 궁금하군요. 다음 이야기에서 밝혀질까요?)
이 책을 읽기 직전에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라는 거대한 산맥을 넘었던 덕에 유난히 휴식하듯 읽힌 책이었어요.
역시 세상에 다양한 책이 있고 이야기가 있는 이유는 제가끔의 쓰임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문득 내일은 고향 집, 누나들에게 전화 한 번 해야겠구나 하게 되는 밤입니다.
- 이 감상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적은 개인적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