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역사를 부치다
나이토 요스케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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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문고의 책은 처음 사봤다.

뭔가 색감이나 모양새가 좋다. 


군대에 다녀온 이후로 누군가에게 우편을 통해 편지를 보낸 일이 거의 없다. 

보냈다고 해도 한 손으로 헤아릴 수 있는 사람들에게다.

그 가운데 한 분은 보내오는 편지에 때에 맞는 예쁜 우표를 붙여 보내신다.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 씰을, 봄에는 꽃을, 여름에는 나무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이유로 어떤 의미에서는 우표는 보내는 사람의 역사(기억)까지 함께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 <우표 역사를 부치다>의 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표에 담긴 역사, 다른 하나는 우표에 담긴 반미의 메시지다.

결국 주제를 하나로 볼 수도 있겠는데 그게 '우표'다. 

흔히 우표는 우편을 보내기 위한 요금 지불을 완료했음을 나타내는 것 정도로 인식될 것 같다. 

나 역시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만큼의 요금 이상의 의미를 우표에 담아 본 적이 없다. 

일반 우편 요금이 300원이라면, 어떤 우표든 300원 만큼을 붙여 보내면 편지가 전달될 거라 생각한 것이다.


이런 단순한 생각이 있다면, 우표가 조금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있던 모양이다.

저자인 나이토 요스케 같은 사람들 말이다.

저자는 과거의 우표 속에서 역사적 사실이나 의미를 담은 것들을 추린 다음, 다시 그 의미 가운데 '반미'를 상징하는 것만을 뽑아낸 모양이다.

아무래도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미국에 대한 감정이 오래되었고 또 깊은데다 복잡할 것이기에 더 천착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저자가 20세기를 두고 '미국의 세기'이자 '반미의 세기'라고 한 이유를 책에 담긴 232장의 우표 속에서 찾아보자.


편집 과정에서 가장 앞에 배치된 것인지는 몰라도 1장은 북한이 우표에 담은 반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금도 핵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로 대립과 반목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다. 그리고 그리 오래지 않았던 날까지는 우리와 하나였던 나라이다. 북한의 우표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북한으로 시작한 우표 속 반미감정 이야기는 베트남과 이란을 거쳐, 쿠바, 소련, 일본을 돌아 이라크에서 끝난다.

20세기가 미국이 전 세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한 세기, 미국의 세기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저자는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종종 드러낸다.

예를들면 이런 부분이다.


「지금도 미국 공립 학교는 아침 조회시간이면 이른바 '충성의 맹세'를 한다. "우리는 하나님 아래 하나의 나라이며 나누어질 수 없습니다. 자유와 정의의 나라, 공화국에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만큼 미국은 '자유'와 '종교'를 소중하게 생각했다._202~3쪽

마지막 문장에서 엿보이는 건 명백한 '비아냥거림'이다. 자유를 소중히 한다고 하면서 '충성의 맹세'를 강요하며 하나님 아래 하나의 나라라며 '국가의 신'을 유일한 것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어디에 자유가 있다는 말인가?


이 책이 재밌는 건 세계의 각국이 우표를 통해 다툼과 화해, 친목의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한 장의 우표가 탄생한 배경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표가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그 어떤 국가 미디어보다 강력한 대외 홍보와 메시지 전달 기능을 갖고 있었음을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실제로 그랬다. 

우표를 판매해 독립과 투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도 했고, 자신들의 정권의 정당성을 알리거나, 타국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메신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우표 한 장이 담고 있는 배경과 역사적 의미를 따라가다보면 지금 통용되는 우표도 새삼스런 눈으로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표에 여러 의미가 담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표는 특별한 정치적이거나 사상적인 의미 없이 단순히 전달을 위한 매개로 남아줬으면 하게 된다.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 과정 속에 의미 없이 달라 붙어 다녔으면 싶은 거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의미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혼란도 커진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졌을 뿐이다.


우스운 건, 또 다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우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는 거다.

어떤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무슨 마음으로 이 우표를 붙였을까 하고 말이다.


예사로 넘겼더라면 잊혀졌을 우표의 의미가 한 사람의 저자를 통해 세상에 전해질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나도 그런 발견자가 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마음도 살짝 가져본다.


별 의미 없는 우표를 붙여 보내버렸지만, 편지. 잘 받으셨나요?


확인해보고 싶은 부분

170쪽 5줄

1957년 1월 17일 호세 미로 카르도나 수상이 불과 2주

-> 쿠바의 혁명이 1959년에 있었고, 임시정부의 수립 역시 1959년 이었을 것이기에 1957년이라는 표기는 '1959'의 오자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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