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우리가 알고 있던 만들어진 아프리카를 넘어서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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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감상을 적기 전에 먼저 표지 이야기를 해야겠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무척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표지였던지라 한참을 들여다보며 무엇이 그려져있는지 헤아려보고는 "책을 다 읽은 이후에 잊지 말고 꼭 표지 이야기를 적어보자"고 다짐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직감이랄까 뭔가 아프리카의 현실을 무척 잘 알고 있는 이의 그림이라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휴대 전화'였다.

어디에 그런 것이 있느냐고? 아프리카에 휴대 전화가 있다는 거다.

표지 곳곳에 휴대 전화가 널려있다. 들고 있던 놓여있던 휴대 전화가 많다.

본문에서도 언급하지만 아프리카의 휴대 전화 시장은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보급 속도가 급증하고 있다는 현실을 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벌을 서고 있는듯 무릎을 꿇고 있는 아이와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는 선생님으로 보이는 사람이었다.

표지에 나오는 수 많은 학생들 중에서 무릎꿇고 있는 아이와 몇몇 아이만이 '신발'을 신지 않고 있다.

줄을 세워놓고 신발을 신지 않은 아이를 벌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본문에서는 확인 할 수 없지만 아프리카의 빈부 격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는 확실히 전해졌다.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어딘가 혹은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이다.

그들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까? 그 손짓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본문을 통해 해소 할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로 남겨졌다.

하나만 더 적어보자면 일부 '권위' 있어보이는 이들이 들고 있는 '몽둥이' 또한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 몽둥이를 들고 있는 것일까?

그 몽둥이는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위력을 행사하게 될까?

본문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판단해보자면 그들은 일종의 '유력자'임에 분명하다.

아무리 사소한 자리라도 '공직'에 있으면 상황에 따라 그들은 무한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것 또한 아프리카의 어두운 면이다.

관광인지 뭔지를 위해 온 것 같은 이질적인 버스나, 왁작지껄해 보이는 시장, 거리를 누비는 염소, 선생님 같은 이 둘에 딸린 많은 학생들, 딱 보기에도 열악한 교육 환경들이 한 눈에 아프리카의 현재를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예감은 위에 이야기 한 것처럼 본문을 통해 확인 받은 것도 있고 풀지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아주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표지를 만난 것 같아 기뻤다.

이제 책 이야기를 해야겠다.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각은 크게 '동정'과 '부정'의 두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극빈국'에 속해있고, 세계의 지원이 없이는 하루 한끼는 커녕 이 삼일에 한끼도 먹지 못하고 굶어 죽어가는 이들이 발에 채일만큼 많은 나라.

엄청난 출생률과 많은 노동력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질병이 판치는 나라.

특히 최근 몇년 동안은 '소말리아 해적'으로 대표되는 무법지대 혹은 범죄의 나라.

이것이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단편적인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였다.

왜 그들이 굶주리는지, 그들에게 얼마만큼의 지원이 보내지고 있고, 어떤 발전상을 지니고 있는지는 모르고 지냈다.

그저 가끔 모자 뜨는 일에 참여해볼까? 하는 생각을 갖는 것이 최대의 관심의 발현이었다.

그리고 그 관심마저 곧 시들해지고 귀찮아졌다.

아프리카는 많은 시련을 거쳐온 나라다.

콜롬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그들에겐 '저주'나 다름 없는 것이 되었고, 그들은 노예로 물건처럼 세계에 팔리거나 가축이나 다름 없는 단순한 도구처럼 쓰여졌다.

그들을 지켜주어야했을 지도자와 왕들은 그들에게 제공되는 재보와 신문물에 눈이 멀어 자신의 백성을 망설임도 없이 팔아넘겼다.

그리고 수 백년간 그러한 행위는 아무 거리낌 없는 관행이 되고 민족성이 되어 그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수 백년 후 그들은 자신들을 점령하고 억압하고 착취하던 나라들로부터 독립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 문제는 더욱 심각해져버렸다.

오래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들에겐 뚜렷한 '목표'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그들에게 남은 것은 '비극적 현실' 그것 뿐이 되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를 착취했던 서구인들은 아프리카인이라는 인종 자체에 '결함'을 새겨왔다.

그들은 선천적으로 열등하며 지배를 받고 부림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다방면에서 증명하려 했다.

성경의 해석이 그렇고, 진화의 과정의 이론을 세우는 과정이 그러했다.

인종과 문화적 차별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근원 그 자체를 경멸하고 천시했으며 무시했다.

웃을 수도 없는 일은 아프리카인들의 의식에 그러한 서구인들의 의식이 박혀버렸다는 것이다.

희망이 없는, 희망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비극의 땅. 그것이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의 비극을 부추기는 것은 착취와 갈취를 일삼아온 서구의 나라들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지도층에서 크게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못사는 나라, 가난한 나라가 거의 그렇듯 아프리카의 빈부격차는 경악할 만하다.

어떤 나라의 대통령은 임기(수십년의 임기도 임기라고 할 수 있다면)동안 수억 달러가 넘는 사재를 축적하기도 한단다.

그리고 여전히 독재 상태인 국가가 다수 존재하며, 왕정을 실시하고 있는 국가 또한 적지 않다.

더 문제인 것은 그들 지도자와 지도층의 의식 속에 국가와 국민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굶어죽어가는 국민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들의 호화로운 생활과 풍요로운 삶을 위해 그들을 모른척한다.

국가의 자원과 토지, 개발권을 헐값에 넘기는 일은 부지기수요 말단 공무원부터 고위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국가 발전과 국민에의 봉사보다 자신의 재산을 늘리고, 친척의 편의를 봐주는데 몰두한다.

매년 아프리카에 지원되는 자금과 물품은 정작 필요한 이들의 손엔 닿아보지도 못하고 여기서 새고 저기서 새다 사라져버린다.

이것이 아프리카의 부정 부패의 현실이다.

거기다 아프리카는 분쟁이 끊이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 다 굶어죽어가는 나라에서도 무기의 구입과 무력의 증강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자금이 투입된다.

식량을 살 돈으로, 개발에 투자해야 할 돈으로 그들은 분쟁을 피흐르는 전쟁을 선택한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아프리카인들의 갈등과 폭력을 조장한 서구인들의 행태가 조장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현재 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해 내기란 쉽지가 않은 일인 것 같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대를 이어가며 무기력을 피와 뼈와 가슴에 새겨온 그들의 역사는 이제 후손들의 잠재력마저 깍아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을 두고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무법과 분쟁과 부정과 부패 독재와 선진국의 이권 다툼에 피폐해져만 가는 그들의 나라에도 희망이 꽃피는 봄은 오는 것일까?

이러한 현실에도 아프리카에 애정어린 시선을 건네는 저자는 희망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지원된 수억 달러의 자금은 그들을 더더욱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아마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그것으로 이권의 획득을 수월하게 하고자 한 나라들의 흉계였을테지만, 스스로 설계하기보다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을 강화하는데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엄청난 금액의 지원의 배경은 아마 그들이 아프리카에 저질렀던 만행에 대한 보상 또는 위로금 명목에 불과했으리라.

자신들의 과오를 씻고자하는 겉치레가 아프리카의 병을 더 깊어지게 했던 것이다.

아프리카에 정말 필요한 것은 '빵'이 아니라 '빵을 만들 수 있는 밀을 생산하는 법'이다.

물을 가져다 주기보다 우물을 파는 법을 가르치고 제분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올바른 지원의 방법인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자원을 지니고 있다.

그들을 지배했던 서구 나라들의 자원 수탈과 난개발로 많은 천연 자원과 광산들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그들에겐 엄청난 숫자의 젊은 인력과 토지가 있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의 나라에 대한 높은 투자 의욕을 지닌 나라들이 있다.

최근엔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영향을 받아 독재자와 부패한 정부 관료와 왕족들에 대한 개혁의 요구도 높아지고 실제로 성과를 거둔 나라도 나타나고 있다.

혁명적이고 높은 의욕을 지닌 지도자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아프리카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빈곤과 질병, 무법과 부패로 악명 높은 검은 대륙에 부는 새로운 바람은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애정과 기대를 갖고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과 마음을 믿고 따라가 보기로 한다.

그들에게도 해맑은, 행복한 웃음이 피어날 날이 하루 빨리 찾아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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