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 - 절망의 한복판에서 부르는 차동엽 신부의 생의 찬가
차동엽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아쉬웠다"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다.

1 장은 비교적 폭넓은 독자에게서 공감을 끌어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살아가면서 '고통'을 온전히 피해가는 사람은 없기에 그 고통을 위로하며 힘을 더하는 이야기가 좋았다.

2 장부터 책 제목처럼 처음의 질문이 '잊혀진 질문'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본업이 목사이다보니 종교적 견해에서 해석을 더해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읽는 내내 교회 좌석에 앉아 설교를 듣는 기분을 느껴야했던 것은 곤욕스러웠다.

비교적 종교적 견해와 발언에 너그러운 편이라고 자부하는 내가 마음 한 구석에서 계속해서 그러한 곤욕을 느꼈다면 일부 사람들에겐 거부감 혹은 낭패감으로 다가갔으리라.

고 이병철 회장의 질문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었다면 조금 더 보편적이고 포괄적이면서 포용적으로 이야기 했어야 했을 것 같다.

이병철 회장이 종교적 개념, 깨달음을 얻기 위해 질문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단정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추측해보자면 좀 더 근본적인 인간의 '생'에 대한 해답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뭐, 종교인 그것도 목사에게 가장 근본적인 주제가 '신', '하나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저자에겐 최선이자 최고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4 장에서는 종교색이 짙어진 이야기를 조금은 수습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처음의 질문이 '잊혀진 질문'으로 남은채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이제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초반에 이 책은 '고통에 집중하고 있는 고통스런 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의 이야기에서 이 생각은 맞았다고도 생각되고 전혀 틀렸다고도 생각되었지만 인간의 부정적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은 분명하다.

저자의 지혜랄까 믿음이 빛나 보였던 부분은 74쪽의 "그 무엇도 '내 허락' 없이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는 문장이었다.

이 문장은 눈에 익다.

비슷한 문장, 혹은 비슷한 의미의 문장을 어디선가 읽었던 것이리라.

화를 내는 것, 고통을 느끼는 것, 불행해지는 것 이 모든 것이 반드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고과정을 거친 후 내 것이 된다는 사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존재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 행복과 불행을 선택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 났던 것이다.

다만 그 능력을 우리가 잊고 있을 뿐.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잊혀진 질문》이란 제목에서 내가 늘 되뇌었으면서 최근엔 잊고 있던 내 안에서 잊혀진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왜 나를 사랑할 수 없나?"

이것이 늘 나를 괴롭히고 불행하게 만들었던 질문이었다.

그 때,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나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늘 느끼던 그 날들의 기억.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었던 슬픈 기억.

하지만 그러한 과거도 필요했던 과정의 하나였던 것 같다.

지금의 난 그 질문을 잊고 살만큼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고 있으니 말이다.

누구나 그 마음 하나하나에 '잊혀진 질문' 하나 두개 쯤은 품고 있으리라.

그 질문이 이제는 해결되어 잊혀졌을 수도 있고, 너무 지쳐서 포기해버려 잊혀졌을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깨어있는 상태'를 증거한다.

간절하고 중요한 질문일 수록 자주 되뇌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그의 삶 속의 결정적 단서, 혹은 열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잔잔한 위로와 오래 잊고 지냈던 질문을 떠올리며 현재에 대한 만족과 또 다른 바램을 강하게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이 책과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고통은 우리가 그것을 고통으로 인지할 때 비로소 고통이 되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고통을 허락하지 말자.

기쁨과 사랑, 행복을 허락하기에도 우리의 선택지는 부족하지 않던가?

오랜 질문은 잊혀지게 해도 사람이 스스로 불행해 질 수도 행복해 질 수도 있는 선택의 기회를 지닌 특별한 존재임은 잊히게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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