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하여 - 여성학자 박혜란 생각모음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저자 박혜란님이 이 책을 쓰신 2001년의 나이가 딱 지금 우리 어머니의 연세와 같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나이듦.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인 현상의 이름이다.

 

우리의 어머니, 어머니들의 어머니의 삶에대해 사실 생각해본 일이 별로 없다.

 어머니의 어머니는 얼마 함께 해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고, 어머니와는 산 날의 절반 가까운 시간을 떨어져 지냈기에 더더욱 그랬나보다.

 

하지만 매일 보는 사람보다 이따금 보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변화가 더 확실하고 분명하게 보이듯 찾아 올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이들어가는 어머니의 모습뿐이었다.

 

저자는 우리 어머니와는 분명 전혀 다르다.

 열살은 위지만 더 많이 배웠고, 더 넓은 세상을 봐왔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더 많은 것을 해왔다.

 하지만 저자도 우리 어머니도 여자다. 나이듦을 실감하는 한 사람의 여자다.

 

이 책은 꼭 어머니들끼리 모여서 수다떨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때론 열살이나 스무살 쯤 차이나는 어머니들도 함께 모여서 말이다.

 

결혼, 남편의 뒷바라지, 자녀, 건강, 노후, 그리고 죽음.

  나이들어가면서 어머니들이 마주하게 되는 문제, 혹은 기대 아니면 두려움의 키워드다.

 

어쩌면 어머니의 전부이면서 어머니의 짐이 될 뿐인 때도 있는 키워드들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내내 어머니 생각을 했다.

 어머니의 시간, 어머니의 고생, 어머니의 병과 아픔, 어머니와 나.

 

"나와 우리 어머니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네."라는 말은 입이 삐뚫어져도 못하겠다.

  어머니는 나이 들어가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계실까?

  어머니는 나에 대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기대하고 계실까?

  어머니의 바램은 무엇일까?

 

따지고보니 정말 난 어머니를 너무 모른다.

 싫어하는 것은 몇가지 알아도 좋아하는 것은 싫어하는 것의 절반만큼도 알지 못한다.

 

이렇게 해드리면 좋아하실 것을 알지만 그렇게하기엔 귀찮음이 너무 무겁기만 하다.

 여전히 난 이곳에 주저앉아 있기로 한다.

 

100세시대.

 아직 멀고 먼 이야기니 너희 앞가림이나 잘 해나가라고 부모님은 말씀하신다.

 뭐 그 말이 맞는 말이기도 하다.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해 왔던 것들, 혹은 잘 몰랐던 것들, 그리고 잘못 알고 있던 것들.

 지금부터라도 노력과 변화의 여지는 충분했다.

 조금 더 그래 조금만 더 하고 되뇐다.

 

'여자, 그리고 나이'라는 부제로 여자의 나이듦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꼭 나이든 어머니들 혹은 여자들이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편이 그리고 자식이 읽으면 어머니의 마음, 나이들어가는 여자의 마음에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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