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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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현자의 돌 연성하기.

 

이렇게 적어보지만 뭔가 팍~! 와닿지를 않는다.

 

줄거리를 적어보기로 한다. 이 과정은 정말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이야기는 대학에서 신학 수업을 하던 수도사인 니콜라가 어떤 서적 '사본의 일부'를 손에 넣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 '사본의 일부'를 보며 그는 전부를 읽고자하는 학문적 열의를 갖게 되고 수소문 하던 중, 지인의 이야기를 따라 리옹으로 가게 된다.

   리옹으로 간 그가 만난 주교는 이곳에서는 그 책의 원본을 찾기 어려울 것이므로 피렌체로 가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연금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는 길에 어떤 마을에 있는 '연금술사'를 찾아가 보라며 그쪽 수도원에 소개장을 써준다.

 

 그가 소개장을 들고 찾아간 수도회의 주교는 술과 여자를 금하지 않고 음식을 절제하지도 않는 그 시대에 만연한 타락한 군상이다.

  그는 자신은 신경 쓸 것 없으니 마을 한 구석에 있는 '연금술사'를 찾아가는 것은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화자가 만난 '연금술사'의 이름은 피에르 뒤페였다.

 처음 피에르를 만난 화자는 그의 모습과 분위기에 감동한다.

 그에게서 범접하기 어려운 고고함과 자신만의 편협한 의지를 굽히지 않는 괴팍함, 세상 누구와도 교합하지 않는 성격을 보았기 때문이다.

 '정신의 위대함'이라는 막연했던 관념을 그렇게도 생생하게 실체로써 드러내 보여준 인간의 모습을 결단코 본 적이 없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처음 피에르와 마주하고는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횡설수설하지만 피에르는 특별한 대답도 말도 건네지 않고 자신의 실험을 계속할 뿐이다.

 

며칠간 그는 피에르를 찾아가 그의 서가의 책을 읽고 피에르는 자신의 실험을 계속하고 이따금 대화하기도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던 중 이단 심문관 자크 미카에리스가 그를 찾아와 피에르 뒤페의 실체에 대한 의심을 이야기한다.

 화자는 그를 변호하려는 말을 하려하지만 결국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크는 피에르와 가까이 하지 말라며 은근한 경고를 하고 돌아간다.

 

어느날인가 우연히 피에르를 찾아가던 화자는 숲 속으로 향하는 피에르를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게 뒤를 쫓게 된다.

 그리고 그를 따라 들어간 동굴에서 안드로큐노스를 보게 된다.

(안드로큐노스는 플라톤의 향연에도 등장하는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은 원래 두 성이 한 몸에 결합되어 있었으나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졌고 그 후 서로 떨어진 반쪽을 그리워하게 되었다고 함)

 우연인지 그 즈음부터 마을엔 간헐 열병이 돌기 시작하고, 거인을 보았다는 소문과 그 거인이 폭우와 냉해를 몰고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한 명 두 명 열병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마을 사람들은 마녀탓이라며 마녀를 잡아 들일 것을 탄원한다.

 

그리고 그들의 앞에 안드로큐노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이단심문관 자크는 안드로큐노스를 포획해 간다.

 그러는 동안에도 마을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가고 냉해와 폭우도 계속된다. .

 다만 거인이 나타나지 않게 된 것으로 안드로큐노스가 마녀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마녀가 잡혀갔음에도 재앙이 멈추지 않자 이번에는 서둘러 마녀를 죽일 것을 요청하고 이례적으로 한달여 만에 분형이 유죄 판결과 분형의 집행 명령이 내려진다.

 

형 집행 당일 끌려온 안드로큐노스는 참혹한 몰골을 하고 있지만 어느순간 그의 몸에서 그윽한 향기가 풍겨나온다.

 사람들은 그 향기를 맡는 순간 혼란에 빠지며 자신들의 바램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직감에 불안해한다.

 자크는 서둘러 형을 집행하려하고 안드로큐노스를 십자가에 매달고 불을 붙이지만 불이 타올라감에도 마녀는 괴로움을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하고, 불길은 거세어져서 안드로큐노스를 육박해 간다.

 그리고 그 순간 '일식'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재앙의 징조라며 공포에 떤다.

 

불길은 타올라 안드로큐노스를 삼키고 그 순간 보이지 않던 거인이 나타난다.

 음, 여기부터는 참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인 열락과 환희?의 순간이 표현되는데 마치 소설 '향수'의 궁극의 향기를 맡은 사람들이 집단 환각에 빠져 무아지경에 들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가장 가까울 것 같다.

 

모두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거인도 안드로큐노스의 형체도 남아있지 않다.

 다 타고 '재'만이 남았다.

 

하지만 피에르는 그 재 속에서 붉은 돌을 꺼내 집어 넣으려 한다.

 이것은 자크에게 저지 당하고 그 역시 포박되어 이송된다.

 

수년 후. 주교가 된 화자는 로마에 가던 길에 자크 미카에리스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를 찾아가 피에르의 그 후를 묻는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채 무척 변해버린 그를 뒤로하고 돌아온다.

 그 길에 예전 그 마을에서 피에르에게 식료품을 대던 절름발이 대장장이인 기욤을 만나 피에르가 감옥에서 죽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최근, 그는 연금술의 연구를 시작했다.

 피에르의 죽음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이렇게 줄거리를 적는 것은 솔직히 재주도 없고 재미도 없다.

 

중세의 기독교는 무척이나 타락해 있었다.

 자신들에 반하는 이들은 종교재판을 통해 처벌했고 돈을 받는 것은 부지기수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에 바빴던 시기였다.

 성적으로도 문란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바로 이름 있는 주교요 수도사들이었다.

 

이런 배경에서였을까?

 철학의 갈래인 연금술에 심취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내 기억으로 분명 연금술은 철학의 사고 과정과 무척 닮아있고 많은 철학자들이 연금술에 심취했었던 것으로 아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안드로큐노스와 연금술 그리고 현자의 돌 일 것이다.

 결국 '연금술사' 피에르는 안드로큐노스를 화형시킴으로써 현자의 돌을 연성하지만 써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것은 '이단'이기에 용인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안드로큐노스가 피워냈던 그윽한 향기와 환상에서 보였던 모든 시간의 교차와 감각의 체험들은 한결같은 메세지를 던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거부하는 것, 기다리면서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곁에두고도 알지 못하는 것들이랄까?

 삼류 소설이라고 했으면 난 아마 헹~! 하면서 이게 뭐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일본 유수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이라는 이름이 마음 한구석을 붙잡는다.

 

이런 것이 아닐까?

 타인들의 해석, 그들의 시선, 주류의 흐름에 반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느끼는 것, 보는 것, 깨닫는 것마저 외면하고 마는 세태.

 찾아온 구원조차 그저 두려워하며 거부하는 무지함들.

 

너무 빨리 읽어버리지 않았나? 그래서 놓친 것이 있는 것은 아닌가?

 왠지 겉핥기 식으로 간만 본 것 같아 미안한 소설이다.

 다음에 이 작가의 작품을 다시 만나게 되면 그 때는 조금 더 성의를 담아 읽어주리라.

 이 작가 아직 젊으니 또 쓸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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