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자본 - 1% vs 99% 누가 양극화를 만드는가
KBS <사회적 자본>제작팀 지음 / 문예춘추사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호평을 먼저 적을까 혹평을 먼저 적을까 고민 중이다.

 

자본주의 시대, 민주주의 시대, 국민 소득 2만불 시대.

 또 어떤 이름을 이 시대에 붙일 수 있을까?

 

우리 나라 대한민국은 책 속의 표현을 빌리자면 압축적인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있다.

 하지만 소통의 부재가 심각한 사회, 정치적 신뢰, 기업에 대한 신뢰가 극도로 낮은 불신 사회, 공감 부족의 사회라는 이름으로도 제법 널리 알려진 모양이다.

 

이 책은 이러한 신뢰의 부족, 소통의 단절, 협력의 결핍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스탠포드 대 교수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트러스트』에서 다음과 같이 사회적 자본을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은 제 3의 자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계나 땅과 같은 물질 자본, 기술이나 교육과 같은 인적 자본 외에 사람들이 협력해 같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능력이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은 신뢰나 상호주의, 책임감처럼 사회적 협력을 도모하는 비공식적인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본문 32쪽)

 

 사회적 자본이라는 개념은 학자마다 견해를 달리하고 있지만 KBS <사회적 자본>제작팀은 신뢰와 소통, 협력을 핵심적인 사회적 자본으로 보고 이야기를 진행해 간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이 가장 먼저 「신뢰」를 다루었다는 사실은 큰 공감으로 다가왔다.

 

이 책에는 수 많은 실험이나 게임이 등장하는데 그 첫번째가 '돈 빌리기 실험'이다.

 이 실험은 세계 각국의 중심 도시에서 불특정 대상에게 '돈을 빌려보는' 실험이다.

 실험이 가지는 의미는 나와 무관한 불특정한 개인을 보편적인 신뢰기준으로 신뢰할 수 있느냐다.

 간단히 말해 생판모르는 남을 아는 사람을 대하듯 신뢰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인 것이다.

  실험에서 우리 나라의 서울은 중간 정도로 돈을 빌려주었다.

  이 실험에서 돈을 빌려준 사람은 자신에게도 언젠가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도 도와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기에 돈을 빌려주었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이 신뢰를 가장 먼저 다룬 이유는 모든 것의 바탕에 신뢰가 깔려있지 않으면 무엇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2장의 소통도 3장의 협력도 상호간의 신뢰가 없이는 결코 시작될 수 없으니 말이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부와 권력에 지배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 즉 신뢰가 부와 권력을 좌우한다.

 예를 들면 완벽경영을 주충하는 학자와 기업가가 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인식, 신뢰의 힘을 안다. 그렇기에 늘 최고, 최상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며 고객의 신뢰를 끌어올리려 한다.

 정치에 있어서도 선거때만 되면 시장을 돌고, 현장을 돌며 자신의 얼굴을 비추는 이유가 그들의 어려움과 고통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이 사람은 '신뢰'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일까?

 

핀란드의 과속 벌금제도 '일수 벌금제'와 스웨덴의 '옴부즈만 제도'는 읽어둘 만 하다.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는 용인되기에 무리가 있겠지만 분명 큰 의미를 전해 줄 것이다.

 

2장에서는 '소통'을 이야기한다.

 역시 신뢰만큼이나 소통이 단절된 우리나라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여러가지 실험과 다른 나라의 소통 증대 교육 등을 소개하며 소통이 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참 웃어야 했던 것은 '보톡스'를 시술받은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읽는 것에 둔해진다는 이야기에서였다.

 사람은 무의식 중에 타인의 표정을 흉내냄으로써 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되는데 강제적으로 얼굴 근육의 활동을 제한하는 보톡스 시술이 공감력의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이야기에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의미있는 한마디도 던지는데 "갈등이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구성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어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말이었다.

 소통이란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신의 생각을 주고 받으며 문제 해결의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는 말이리라.

 

 도미노 피자 CEO의 사과는 이제는 낯익은 '깨진 유리창'법칙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적극적 소통의 형태인 진실한 사과를 통해 오히려 기업 이미지와 수익이 증가하는 올바른 소통의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등장했다.

 

3장 협력에서는 대부분 외국의 우수한 협력 사례들을 보여주며 협력의 다양한 형태와 효과를 이야기한다.

 

 이 책은 수 많은 게임과 실험을 다루고 있는데 그 하나하나가 제법 흥미롭다.

 하지만 아직 내 이해력으로는 멋지게 설명해내기 힘들 것 같아 이곳에 적어내는 것은 포기하기로 한다.

 

전문적인 경제학자의 저술이 아님에도 충분한 설득력과 신뢰를 줄 수 있는 자료와 연구를 제시하고 있고 비교적 쉬운 용어를 택하고 있어 본격적인 경제나 사회문제를 다룬 책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는 좋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신뢰를 주제로 썼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신뢰 관계의 구축과 유지, 신뢰의 증대와 회복 방안을 다양한 실험과 관점에서 살피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또한 문제 제기와 분석도 잘 이루어 졌다.

 

하지만 개선책이나 해결방안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어딘가 본문의 내용과 부합되지 않는 것 같은 부제도 조금 마음에 걸린다.

 

문제제기와 분석은 잘 이루어 졌지만 개선택의 제시 해결방안의 강구노력이 적은 것은 아쉽다.

 물론  전문적으로 어떤 기간동안 집중적인 연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분석하고 사례를 모으고 실험과 게임을 통해 이해를 도우려 했던 노력은 좋았다.

 하지만 되려 너무 많은 문제, 너무 많은 사례, 너무 많은 실험과 게임이 자주 집중력을 흐트리지 않았나 싶다.

 

제기된 문제들을 분석하는 과정들을 통해 독자 나름의 방안을 "유추"해 볼 수 는 있겠지만 결론이 하나같이 제도와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남겨진 숙제라고 말하는 것은 어딘가 용두사미를 떠올리게 만든다.

 

2장과 3장은 뭔가 핵심을 짚어내지 못하고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장황하고 너무 멀리 너무 넓은 이야기를 끌어들이고 있어 무리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도 강했다.

 

한마디로 꿈에 비해 해몽이 신통치 않은 결론이 아쉽게 느껴졌던 책이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감안해주십시요.

 

이 비유로 어수선한 감상을 마치련다.

 

오늘의 선발투수 '신뢰'가 역투함으로 상대의 강타선을 제압 8회말까지 단 2점만을 내주며 승리를 확정한 듯 했다.

 9회 말 교체로 들어간 구원투수 '소통'은 순식간에 3점을 내주며 강판, 이제 게임은 원점이 되었다.

 감독은 믿고있던 최후의 카드 '협력'을 뽑아들지만 끝내기 홈런으로 '신뢰'의 역투는 무의미한 '개고생'이 되고 말았다.

 

오늘의 교훈.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하면 이미 가진 것조차 잃게된다.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제 주관에 따라 작성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