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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페스트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기묘한 섬에 울려퍼지는 신비로운 한 곡의 음악을 감상하는 듯한 한편의 희곡이었다.
셰익스피어의 이름에 실리는 기대감을 조금도 저버리지 않는 멋진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정말 너무 단순해서 이제 돌아보면 무모했던 것 같이 느껴진다.
단 한 구절.
미랜더의 "참, 찬란한 신세계로다!"라는 한 구절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의 제목이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한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는 이야기를 보고 나니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똑같은지 아닌지. 푸핫 결국 외국 작품이 지니는 해석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뭐, 결과는 '멋진 신세계'가 아니라 '찬란한 신세계'로 확인 되었지만 둘다 멋지다.
이야기는 밀라노의 대공인 푸로스퍼로는 마술의 연구에 열중하느라 국정을 돌볼 수 없게 되자 무척이나 신뢰하고 있던 동생 앤토니오에게 자신의 직책을 맡긴다.
하지만 동생 앤토니오는 나폴리의 왕 알론조와 결탁해 푸로스퍼로와 그의 딸 미랜더를 추방한다.
공국민의 푸로스퍼로에 대한 신망이 두터웠기에 차마 그를 죽이지 못했던 앤토니오는 낡은 배에 두 사람을 태워 바다로 보낸다.
하지만 푸로스퍼로는 죽지 않고 살아남아 예전 마녀의 지배가 지배하던 섬에 상륙해 마녀의 아들 캘리밴을 노예로 삼고 섬을 지배한다.
그리고 푸로스퍼로의 마술이 완성된 후 어느날 나폴리의 왕 알론조와 앤토니오 일행은 알론조의 딸과 튀니스 왕과의 결혼식을 마치고 귀환하던 중 폭풍을 만난다.
그 폭풍은 푸로스퍼로의 마술로 일으킨 것으로 그의 충실한 정령 에어리얼의 작품이었다.
푸로스퍼로는 에어리얼에게 명해 그들을 폭풍에 휘말리도록 하되 목숨은 구하도록 지시해두었던 것이다.
알론조 일행은 무사히 섬에 도착하지만 왕자 퍼디넌드는 그들과 떨어지게된다.(푸로스퍼로의 계획대로)
그 결과 알론조 일행은 왕자의 죽음을 슬퍼하며 왕자를 찾아나서고, 왕자는 왕이 죽었다고 여기고 왕의 죽음을 슬퍼한다.
그리고 자신을 배신한 왕과 동생에 대한 통쾌한 복수전이 시작된다. 오.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복수가 끝난 후에 그들을, 그들의 모든 죄를 용서하는 너그러움을 발휘하는 푸로스퍼로의 인물됨 때문이었다.
거기에 이야기를 빛내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표현들, 언어유희는 한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실감나는 장면들을 상상하게 한다.
마술사 밀라노 대공의 요절복통 복수기라고하면 너무 가벼울까?
하하하.
사 놓고 읽지 않았던 책을 읽게된 동기치고 비록 조금 '불순'했지만 아마 그는 이런 나도 용서해주리라.
셰익스피어의 희 비극을 다시 찾아 읽어봐야겠다.
그가 펼치는 언어의 마술에 다시 한번 빠져들고 싶다.
"나의 신뢰는 끝이 없었다. 나의 세입뿐만 아니라 기타 나의 권력이 짜낼 수 있는 재산으로 군주의 권력을 장악하게 된 그는 마치 같은 거짓말을 여러 번 되풀이해 말함으로써 자신의 기억력을 진리에 대한 죄인으로 만드는 즉 자기 거짓말이 거짓말임을 잊어버리는 사람과 같이 진짜 대공이 된 듯이 믿었고, 나의 대리로서 모든 권한을 가지고 군주의 기능을 행사하였다."
이 부분은 1984년의 '이중사고'를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다.
푸로스퍼로의 노예인 캘리밴의 대사 "당신은 나에게 말을 가르쳐 주었소, 그 덕으로 내가 얻은 이득은 저주하는 법을 아는 것이 전부요!"라는 대사는 은혜를 은혜로 여기지 않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배은망덕의 이유가 될 뿐이라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모든 범죄 모든 배은망덕을 용서하는 멋쟁이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끝마침으로써 내게서 감동을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