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2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2
박경철 외 지음 / 리더스북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책이 사람을 고른다." 영화 <허리케인 카터>의 명대사라고 한다.

 

 사실 이 책의 제목은 흥미를 끌면서도 '그럴리가'라는 불신도 함께 풍기고 있었다.

책을 별로 안 읽던 시절에는 나도 "오, 이 한 권의 책이 내 인생을 바꿀지도 몰라!"라는 믿음을 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읽는 책이 늘어갈수록 단 한 권의 책이 내 인생 전부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이 책은 우리 나라 각계의 명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서른명이 자신의 삶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책, 혹은 어떤 계기가 된 스물 아홉권의 책을 그 속에 얽힌 사연과 함께 들려준다.

 (서른명인데 스물아홉권인 이유는 두 사람이 같은 책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교수, 학자, 사업가, 정치인, 언론인, 기자, 작가, 목사 등 다양한 명사들이 소개하는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소개하는 책들은 모두 한번씩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만큼 하나같이 독특한 풍미를 풍기고 있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책이 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야기하는데 어찌 회가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각각의 명사들의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모두들 열정적인 다독가라는 것이다.

 수 없이 많은 책을 읽다보니 그 안에서 보물을 발견해 낼 수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간략히 소개된 책들의 이야기, 더군다나 아직 나 스스로도 읽지 않은 이야기들을 다시 소개하는 것은 참 무리한 이야기다.

 

책은 직접 읽기 전까지는 절대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중요한 부분이나 줄거리를 전해듣는 일, 혹은 단지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찬찬히 혹은 깊이 빠져들며 자신의 호흡에 맞춰 한 장 한 장 넘겨진 페이지가 마음에 남으면 그 때 그 책이 나의 것이 되는 것이다.

 

책이란 참 좋은 것이다.

 늘 그곳에 있어 내가 필요할 땐 기꺼이 그가 품고 있는 지혜를 빌려주니 좋다.

 로또는 당첨되는 순간에서 잠시간 행복하게 만들어줄 뿐이지만, 책은 계기가 되고 교훈이 되고 여운이 되어 행복이 자랄 수 있는 옥토가 되어주며, 로또는 단 몇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한정된 행운일 뿐이지만 책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보물상자다.

 

사람이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책이 사람을 고른다는 말을 앞에도 적었었다.

 거기에 더해 난 이렇게 생각한다.

 책이 사람을, 그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바뀌려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책과 만나는 것이라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갈 만큼 책은 오지랖이 넓지도 친절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일까?

 

치열하게 답을 구하는 사람에게 답은 모습을 드러낸다.

 

아직 나 스스로도 답을 얻지는 못했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생각한다.

 돌아보면 난 참 나태했다.

 오래 방황했고, 오래 헤메다보니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어디가 길이고 어디가 늪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행복은 늘 너무 멀리 있었고 하고 싶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모르고 지냈다.

 

정말 다행히도 요즘은 그 길이 조금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래 헤메던 미로에서 겨우 빠져나온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이 책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명사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책읽기의 당위성을 이야기한다.

 여기 소개한 한 권의 책이 자신에게 계기가 되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책 한 권으로 자신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 계기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지식인들은 답을 내어주는 존재들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그 질문에 자극받고 답을 구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게 맡겨진 책임이다.

 

"시간이 없어서"라는 변명을 무척 싫어한다고 박경철님은 이야기한다.

 '통섭의 식탁'의 최재천 교수님이나 '48분 기적의 독서법'의 김병완님은 다독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 한 권이 나를 이만큼 바꾸었다면, 나를 바꾼 단 한 권의 책이 열 권이 되고 백 권, 천 권이 되면 나는 얼마나 바뀌게 될까 상상해본다.

 

내가 책을 고르든, 책이 나를 골랐든 결국 책과 함께라면 우리는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내 말은 너무 서툴러서 내가 읽고 감상을 적어내는 책들에게 늘 미안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난 더 많이 읽을 것이고, 더 많이 적어낼 것이다.

 그렇게해서 조금 더 나아질 수 있어서 좋은 책, 좋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은 바램뿐이다.

 

책이 있어서 좋다. 책이 품고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좋다. 책이 건네는 위로의 말들이 너무 고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