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기욤 아레토스 그림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고백하자면 이 책의 첫페이지를 편 것은 작년 11월이다.

 하루 한페이지 읽을까 말까하면서 다른 책 열심히 읽는다는 핑계로 왠지 찬밥 신세로 전락해버려 늘 미안한 마음으로 눈에 채이던 녀석이라 이번 기회에 새 달의 출발선에 올려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주고 싶었다.

 

오랫동안 읽다 말다 방치한 이유는 이 책이 재미가 없다거나 읽히지 않는다거나 하는 따위의 이유는 아니었다. 

 되려 정반대쪽에 설 이유로 언제든 읽을 마음이 생기면 금새 읽힐 것을 알았기에 오히려 태만해졌던 것이다.

 흔히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홀하게 된다거나, 자신에게 목매는 이성에게는 되려 시큰둥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유랄까?

 

이제 책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찬양에 가까울 만큼 좋아하고 즐겨읽게 된 핵심적 요인이 잘 표현되어 담겨있는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베르나르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속에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x권'이라는 이름으로 인용된 구절을 몇번이고 본 적이 있으리라.

 어딘가 독특하면서 독자적인 견해로 자연 현상, 지식, 역사, 인간과 사물에 대한 해석하고 있는 작가의 박식함과 풍부한 상상력에 늘 감탄하게 했던 짤막한 구절들.

 

 그 '지식의 백과사전'이 바로 이것이다.

 

이 책의 특징을 속되게 표현하면 '잡다함'이 될 것 같다.

 과학적, 역사적, 사회적인 현상 혹은 경향 또는 지식들을 작가의 관점으로 신빙성있게 적어 두었다.

 '박학다식', '팔방미인' 이란 칭호가 부끄럽지 않은 다양한 지식과, 폭넓은 견해, 적절한 표현력, 자신감과 사회에 전하고자하는 메시지까지를 짤막한 사전 항목에 적어내는 모습은 존경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잡다하다고해서 지저분하고 어수선하지 않으며, 일목요연하게 정돈된 목차는 없지만 산만해지지는 않는 일관성이 담겨 있다.

 특히 그가 무척 사랑하는 것으로 밖에 여길 수 없는 '개미' 이야기가 다양하게 담겨 있다.

 그는 개미를 단순한 곤충이 아닌 인간과 아주 닮은 존재로 여기며 그들의 사회적, 생물학적 생태와 습성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인다.

 

현재로서는 최상위에 위치해있는 '인간'이라는 종의 상대적 보잘 것 없음과 인간의 권위와 능력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포함해 다양한 상대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음도 간과해선 곤란해겠다.

 자연의 지배자, 세상에 군림하는 자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이라는 종에게 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지구에서 '번성'해왔던 종의 이야기를 자꾸 들려주는 이유도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그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고자하는 노력은 아니었을까? 

 

신기함과, 신비로움으로 시작된 감상은 설렘에서 탄성으로 이어진다.

 지식과 지혜, 알기 쉽게 적어둔 역사적 사건들, 끝없는 그의 작가적 재능의 깊이가 느껴진다.

 "학자가 되었어도 이 사람은 크게 되었겠어."라며 상상해보는 재미도 적잖다.

 

결국 꼬집어도 내 입에선 칭찬 밖에 안나올 책이다.

 

우스운 이야기, 신기한 이야기, 교훈적인 이야기, 낯선 이야기.

 이 책에 담긴 수 많은 이야기가 다음엔 어떤 작품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가 된다.

 

개미? 뇌?  나무? 돌고래? 외계? 신? 다시 인간.

 

결국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담아, 인간을 이야기하는 그의 다음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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