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기술 - 당신의 가치를 높여주고 성공을 보장하는 주옥 같은 잠언 251가지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차재호 옮김 / 서교출판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에 끌려 사들인 책이면서도 "지혜에도 기술이 필요한거야?"하는 의문을 계속 던지게 했던 책이었다.

 지혜도 머리에 가슴에 그저 품고 있는 것으로는 불완전 한 것인가? 하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

 

이야기에 앞서 알랑알랑 거리듯 우리를 달래며 친절하게 지혜를 가르쳐줄 책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만두기를 부탁한다.

 간단히 말하면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이 책을 편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잠언들이 역모라도 꾸미는 모양을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제법 이런 부류의 책들에 익숙해져간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한편으로는 날벼락 같은 이야기도 들어있었으니 말이다. 떠올리니 푸후훗 웃음만 난다.

 

적극적이고 적나라하며 공격적이고 하지만 현대에 무척 유용할 그야말로 능숙한 처세에있어 칼자루를 쥐고 휘두를 수 있는 잠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작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이라는 분은 17세기 사람이다. 지금으로 400년도 더 된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지혜가 현대에 완벽히 부합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하며 이것이 우리가 지혜라고 칭하는 것들의 불가변성이라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새삼 놀람을 금치 못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뒤틀리지않는 가치, 그 훼손되지 않는 도도함이랄지 당당함이 기억에 남는다.

 

지혜는 진화를 거듭하는 것 같다.

 그것이 변하는 시대를 대하는 유연함.

 지혜는 인류에 종속된 피조물이 아니라 이미 독립적이고 독보적인 위치를 획득하고 되려 우리를 지배하는 능력을 얻은듯 하다.

 

그만 책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지혜를 비유하자면 가장 적절한 것이 '칼'이 될 것 같다.

 아무리 훌륭한 지혜라도 잘못 사용하면 '칼'의 '칼날'을 잡은 것과 같이 스스로를 상처 입히게 된다.

 하지만 적절히 쓰인 지혜는 '칼'의 '칼자루'를 쥔 것과 같아서 마음껏 원하는 것을 요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지혜의 기술』이다.

 

한마디로 적절히 능청떨며 능수능란하게 인관관계를 컨트롤 하는 방법, 눈치채지 못하게 혹은 싫어하지 않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이들을 이용하고 지배하는 색다른 시각의 잠언의 실용성에 고개가 절로 '절래절래' 흔들어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술수를 쓸 때는 상대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다소간의 편법을 쓰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난받을 일은 아랫사람에게 시키고 당신은 칭찬받을 일만 해라.

 

몇가지만 들어봤지만 이런 식이다. 오! 얼마나 적나라한가. 얼마나 솔직한가.

 그리고 얼마나 유용한가.

 

하지만 현명한 독자라면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악의적이고 몰양심적으로 이 책에 쓰여진 '지혜의 기술'을 남용해도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암묵적으로 혹은 필연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에서 효율을 누리라는 것이다.

 

선함을 완전히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이미 지혜라고 부를 수 없는 어떤 것이 되어버린다.

 

사실 총 5장으로 구성된 형식인 이 책은 현실적 처세와 용인술, 용인되고 용납될 수 있는 편법과 술수가 담긴 지혜와 스스로 마음으로 경계하고 다스려야 할 것을 짚어주는 교훈적 지혜를 두루 담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충격받은 이야기만 늘어놓았던 것은 아마, 색달랐기 때문이리라.

 규격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지혜 이야기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던가 보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이 약하고 결단력이 부족한 우유부단해서 남을 위한다고 자신을 상처입히고 힘겹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지헤로운 배려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가치를 부여해본다. 점잔빼지 않고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지혜들에.

 

 진정한 지혜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해준 책이었다.

 

놀라던 와중에 어제 읽었던 책과의 연관성을 발견했다면 난 스토커 기질이 있는 것일까?

 오늘의 책이 내게 일러준 사실은 결국 책과 지식은 시대와 국적을 초월해 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분명 우리 사람들도 통해 있으리라.

그렇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새로운 지혜의 발명이 아닌 잊혀지고 가려진 지혜의 발견이 아닐까?"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내 감상이 너무 어수선해 본문의 발췌로 대신한다.

 내가 이 책의 핵심을 잘 뽑아냈기를 바라며.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자신의 적조차 이용할 줄 안다면 정말 지혜롭다고 인정해도 좋을 것이다. 적은 날을 잘 세워둔 칼과 같다. 칼날을 만지면 상처를 입지만 칼자루를 쥐면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된다. 87쪽

 

지혜로운 사람을 곁에 둬라. 지혜로운 사람이 지닌 은은한 향기는 주변으로 퍼져나가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지혜로운 사람을 부하로 부리면 자신이 훌륭해진다. 그들이 내놓는 업적은 당신을 위대한 사람으로 만드는데 일조하며, 그들의 조언은 당신을 항상 깨어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현명한 아랫사람을 인정할 수 있는 윗사람이 되어라. 아랫사람이 뛰어나다고 해서 윗사람의 명성이 손상을 입지는 않는다. 105쪽

 

자신의 분노를 지배하는 사람이 되어라.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알면 남을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홧김에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 한 마디는 지옥의 불덩어리처럼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든다. 147쪽

 

남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만큼 내면의 목소리에도 유의하라. 자신을 가장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존재는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점을 이해하고 나면 왜 그것을 고쳐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큰 것부터 고쳐나가라. 그러면 작은 결점들은 저절로 없어진다. 152쪽

 

진실은 몸에는 좋지만 먹기는 꺼려지는 쓰디쓴 약과 같다. 달콤한 말로 치장하지 않으면 진실은 상대의 심장으로 곧장 날아가 굳게 박혀버린다. 진실을 말할 때는 아주 조심스러워야 하며 어떤 경우에라도 전부를 사실대로 털어놓아서는 안된다. 그것이 자신과 상대방을 동시에 배려하는 지혜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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