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 죽도록 사람답게 사는 법을 알아가며, 개정판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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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 속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가장 먼저 불거진 질문은 "인간의 삶과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는 누구일까?"하는 것이었다.

 터 놓고 말하자면 그것은 신이 아닌 "의사"일 것이다. 

 

그것은 비단 그들이 항상 생과 사의 경계에서 분투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가 '생명의 위기'라고 말하곤 하는 순간에 의사에게 기대하는 '기적'과 그 기대가 무저진 순간에 발하는 '원망'우리가 '신'을 대하는 모습과 닮아있으면서도 '신'처럼 보이지 않는 저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땅을 딛고 같은 공기 속에 숨쉬며 '생(生)'이라는 원인과 '사(死)'라는 결과의 공통점을 가진 닮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생긴 독서 경향으로 '에세이'가 있다.

 '에세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확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은 지식이 아닌 지혜와 감동이 담긴 보물상자 같다는 것에는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와 같이 '현재'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삶의 지혜와 넓은 마음과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경험들,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끊임없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본 것은 단순히 삶의 지혜가 아닌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게 해줄 이야기와 눈물을 그쳐야 할 때 그쳐야만 하는 이유가 되어줄 이야기와 절망적인 순간에 희망을 부여안고 그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 이야기와 사람의 삶과 죽음에 동반하는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 그리고 눈물의 단면,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는 이유들이다.

 

굳이 수 많은 이유의 이름을 만들고 적어야했던 이유는 내가 이유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슬픔과 기쁨 절망과 눈물 그리고 희망이 담긴 소중한 이야기 하나 하나를 처음 그 감정을 느낀 순간의 온 기억을 담아 쥐어짜듯 적어낸 이야기를 읽은 감상에 수 많은 이유를 달아야 할 만큼 내 마음을 뒤흔든 이야기란 것은 말해두고 싶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2.

 뒤에 붙은 숫자 2가 말해주듯 이 책은 앞서 출간된 1의 후속편이다.

 저자 스스로도 말하고 있지만 1편이 지나는 풍경을 탈 것에 서 바라보듯 관망하는 '타인'의 입장의 이야기였다면 2편은 실제로 그 풍경 속을 걸어가며 몸으로 겪어낸 '자신'의 경험들과 그 속에서 느낀 온갖 플러스적 혹은 마이너스적 감정, 생각을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1편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지만 이번 이야기는 읽으면서 몇번이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절대적 경계에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이고 존경받지만 그보다 더 많은 원망을 들을 사람들, 한 생명의 회생에 일희하고 한 생명의 죽음에 일비하지만 살려낸 수 백의 생명보다 놓쳐버린 하나의 생명에 더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실의에 빠질 여유도 없이 또 다른 삶을 위해 쉴 새 없이 뛰고 달리는 사람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미화하는 것 같고, 분명 현실에 굴복하고 타협하는 사람들과 생명 윤리보다 명예와 이윤을 쫓는 '의사'의 존재를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만은 그런 쓰레기들은 잊고,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 신념에 철저한 사람들, 진정한 의술인들을 기리고 싶다.

 

사실 이 책은 의사의 고된 삶을 이야기하고자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신념에 찬 희생을 기리고자하는 이야기도 아님을 안다.

 다만 자신이 겪어왔던 삶의 '질곡'이 담긴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를 위로하고 깨닫게 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 적어나갔으리라.

 

잘 읽힌 책과 잘못 읽힌 책으로 내가 읽은 책들을 나누어 저울에 올리면 어느쪽으로 기울게 될까.

 바라건데 수평을 이룰지언정 잘못 읽힌 책쪽으로 기울지 않기를.

 

버릇처럼 어떤 책을 읽고 난 후 바로 감상을 적으면서도 다음날까지 그 책 속에 담긴 이야기들을 되뇌곤한다.

 그때서야 "아, 그 부분은 이런 이야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라 "내 감상을 정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제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좀처럼 정정하지 않게 되는 이유는 이미 내 마음 속에서 그 깨달음이 내 것이 되어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굳이 적어두지 않아도 깊은 곳에 새겨진채 지워지지 않을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 책 속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저자의 '안타까움'이었다.

 미처 알아채지 못해 놓쳐버린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

 너무나 아름답고 착한 사람의 이른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소통(언어, 감정, 기억들이)되지 못하는 상황이 불러오는 안타까움.

 수 많은 죽음과 마주하면서도 여전히 그 죽음을 알지 못하는 안타까움.

 미쳐버린 세상에 대한 안타까움.

 인생에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하는 안타까움.

그렇게 수 많은 안타까움들이 이야기 하나 하나에 깊고 진하게 녹아있는 것 같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안타까움'들이 크게 느껴질 수록 더 큰, 언제까지나 안타까워하고만 있을 수 없게 만드는 여전한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묶으며 수 없이 되물었다는 "정말 사랑하는가?"라는 질문.

 그것이 이 이야기 속에서 정말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드러나지 않게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수 많은 사람들의 숫자만큼 사랑의 방식도, 형태도 수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정말 사랑하는 것.

 사소한 것에서 일어난 분노로 사람을 해하거나, 그런 상황을 묵인하고 모른채하거나, 집 안과 집 밖에서의 얼굴이 완전히 다르거나, 사람의 목숨을 두고 흥정을 하는 것이나,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이 되는 책임져지지 않는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사랑해야만 한다.

 

사랑은 여전히 실망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정말 정말 사람의 마음이 깊이 담긴 책은 잘 읽고 싶었다.

 그래서 왠지 아쉬움에 아쉬움이 더해져 말꼬리를 끊기 어렵다.

 

이 마음도 사랑이길 바라며, 짧은 감상을 마무리해본다.

 

 

"원장님요, 사람들은 죽어서 천당엘 갈라꼬 애들을 많이 쓰지예. 하지만 살아서 천당을 만들지 못하면 죽어서 천당은 없답니다. 그저 오늘이, 여기가 천당이거니 하고 살아야 안 되겠능교.  109쪽.

 

사람의 집착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누구에겐가 무엇엔가 한번 의심을 품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절대 아니다'에서 '그럴 리가 없다'로 바뀌다가, 결국에는 '혹시 그럴지도 몰라'에서 '아니, 분명히 그래'로 바뀌어간다. 그리고 때마침 주변 상황이 좋지 않으면 그 좋지 않은 상황을 전부 그쪽으로 몰아가버린다.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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