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그레이프
피터 헤지스 지음, 강수정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죽은 것엔 관심없어."라고 말하곤 냉정하고 울 줄 모르는 스물 넷 청년 길버트 그레이프.

 그에겐 지능 여덟살의 저능아인 남동생 어니와, 허영 덩어리 사춘기 여동생 엘렌, 마음씨 고운 큰 누나 에이미, 스튜어디스이며 길버트와 앙숙인 작은 누나 제니스, 자살한 아빠를 제일 먼저 발견했던 저능아 동생 어니의 생일에만 집을 찾는 형 래리, 그리고 남편이 자살한 후 폭식을 반복한 결과 웅장한 체구를 지니게 된 뚱뚱한 엄마 보니로 구성된 가족이 있다.

 

그의 뚱뚱한 엄마는 항상 "나는 내 아들이 열여덟 살이 되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야. 그게 그렇게 무리한거니?"하고 묻곤하며 길버트는 없는 것처럼 대하고 어니만을 아끼는 것 같아 보인다.

 학교를 졸업하고도 7년, 대부분의 친구들은 외지로 나갔고 마을에 남아있는 친구는 몇 되지 않는다.

 그는 그 마을을, 그의 가족을 "떠나지 않을" 길버트다.

 그의 아빠는 그가 8살 때 아무런 표징도 없이 느닷없이 지하실 기둥에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이 후 그의 엄마는 과식에 폭식을 더하여 나날이 비대한 몸뚱이를 가진 뚱뚱한 보니가 된다.

 2층의 자신의 방에 올라갈 수 없을 만큼 뚱뚱해진 이후로 지내게 된 거실의 바닥이 둥글게 가라앉아 언제든 부서져 버릴 것 같이 불안하게 만들 만큼 뚱뚱한.

 

길버트는 아빠가 자살한 집, 뚱뚱한 엄마가 늘 거실을 차지하고 큰 볼륨으로 티브이를 보며 언제나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집, 저능아 동생 어니가 있는 집을 떠나지 못한채 죽은듯이 지낸다.

 자신은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던 절망과 증오를 머금은 표정으로.

 그러던 어느날 미시간에서 온 소녀 베키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반하게 되지만 어딘지 묘한 관계가 되고 만다.

 

그 소녀를 만나고 가족,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며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도시를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고 그 실행일을 곧 다가오는 저능아 동생 어니의 생일로 정한다.

 하지만 어니의 생일이 다가올 수록 정작 어디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그런 와중에도 일상은 계속되고 어니의 생일은 다가온다.

 

어니의 생일 전날 그를 찾아온 베키는 거울을 통해 지치고 증오를 품은 것 같은 길버트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고, 길버트는 그 거울을 깨뜨리려 하지만 깨지지 않으며 저능아 동생 어니는 다시 사고를 친다.

 내내 자신이 지켜오던 어니에게 분노를 쏟아낸 길버트는 곧 후회하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베키를 통해 어니와 극적인 화해를 한다.

 

드디어 그레이프가 사람들이 기다리던 어니의 생일날, 그날은 엄마가 늘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 되었으며 그레이프가의 구성원들이 화해하고 웃게되는 아빠가 자살한 후 처음으로 맞는 최고의 가족적이고 화목한 날이 된 것 같았는데...

 

안쓰던 줄거리를 써보려니 왠지 어색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왠일로?" 후훗.

 

퉁명스럽고 냉정한 것 같이 보이는 길버트는 사실은 굉장히 예민하고 다정다감한 청년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런 청년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능아 동생을 이해하려하고 지켜주려는 마음도, 아빠와 형이 부재 상태인 그레이프가를 지탱하기 위해 드러내지 않고 자신을 희생하는 고운 마음이 그렇다.

 

그런 착한 길버트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은 당연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에 감사하고 감동하는 고운 마음을 가진 길버트를 위하는 것도 당연했다.

 

길버트가 이야기하는 일들의 중심엔 항상 저능아 동생 어니가 있다.

 아마 길버트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존재가 어니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가 가족을 사랑하고 베키를 사랑한 것처럼, 가족들도 베키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솔직하고 순수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존재.

 

사랑하고 방황하고 고민하고 결심하는 젊은 영혼의 이야기가 짜임새있게 어우러져 감동과 위로와 교훈을 준다.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할 때가 많고, 서로 자주 오해하게 되며, 다투고 화해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때로 천사를 상상하기도 하고 극적인 희극 혹은 비극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냈을 때 우리는 행복과 마주 할 수 있다.

 

사랑, 사랑.

 사랑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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