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에 묻힌 사람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마거릿 밀러 지음, 박현주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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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만 보고는 호러 소설인가 했다.
꿈 얘기, 암시들이 이어지면서 초현실? 혹은 트라우마? 혹은 기억상실인가 싶기도 했다. 결론은 이 모든 게 그렇기도 하면서 그렇지 않기도 했다는 거다.

삼분의 이쯤 읽었을 때 문득, 부제가 없었다면 마지막까지 좀 더 예상 밖의 전개에 당황하고 궁금해하는 즐거움을 누렸을텐데 싶어졌다. 제목은 물론 부제도 참 중요하구나.

서른 살의 여성, 평판도 경제적 능력도 완벽한 남편을 둔 주인공은 어느 날 불길한 꿈을 꾸게 된다. 너무 현실적이라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꿈, 자신이 죽어 묻힌 무덤을 찾아가는 꿈 말이다.
 개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예감은 분명 무언가가 있다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거라고 말한다.

가까이 사는 어머니도 남편도, 남편의 친구까지도 꿈은 무시하고 잊어버리라고 한다. 그런 반응들, 당연할 수도 있고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 반응들이 여자에게는 무언가 있는 거라고, 반드시 알아내고 말 거라는 결심을 굳히게 한다.

묘지에 적힌 사망 일은 1955년 12월 2일.
4년 전, 그날,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수수께끼풀이가 시작된다.

어떤 소설, 작품들은 인물의 심리뿐 아니라 역사, 사회적 배경을 알고 있을 때 더 명료하게 메시지를 드러낸다. 물론 사건, 소재 자체로도 흥미로울 수 있겠다. 그러나 완전한 남의 이야기보다는 조금은 더 내 얘기에 가까울 때 몰입도, 흥미도 커지는 게 당연한 일.

껍데기 뿐인 행복은 가치가 없는가?
도박이라고 할 수 있는 파괴, 전복의 시도를 응원하고 도와야 하는가? 
절반의 확률로 절망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일이라도?

부모는 '보호'라는 명목으로 아이에게 가하는 많은 제약, 조건, 구속을 정당화 한다. 자신의 삶, 경험, 감정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러면서 그 결정이 틀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까지 품는다.
한 마디 말.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

사람은 자신의 주장, 예감, 생각에 골몰할 수도 있지만 확신하기보다 간단히 의심하게 되고 설득에 넘어가기도 한다. 신뢰할만한 절대 다수의 말이라면 더욱 유혹적이다.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그 너머에 있다. 그리고 껍데기뿐인, 가짜 행복이라도 지켜내려는 사람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노력을 부정하고 비웃어도 되는 걸까.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저마다 유독 얽매이게 되고 집착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도 때때로 마음을 뒤 흔드는 그 무엇이 말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마음이 무거울 때보다는 아무 생각이 없거나 킬링 타임을 위해 읽을 책이 필요할 때 읽어볼만한 책으로 분류하기로 한다.
별점은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반.


배경 1955년 12월 2일로부터 4년 정도 후, 미국

2018. 10. 29~ 2018. 1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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