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말 - 법정에 쏟아진 말들, 그 속에 숨겨진 범죄의 흔적
송영훈.박희원 지음 / 북플랫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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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마인드는 속죄가 이뤄지기를 바라지만 리걸 마인드는 죗값이 치러지길 바라기 때문이겠죠. 구구절절한 사연에 비해 선고는 무척이나 짧았습니다. 재판부는 "국가와 사회가 보호해야 할 가장 존엄한 가치인 생명을 는 살인죄는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없다"라며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면서 "간병이 필요한 환자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해야 하는 측면에서도 피고인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양형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p.057

생각해보세요. 보복 목적은 딸인데 실제로 죽인 것은 가족이다? 변호사님, 제가 변호사님한테 악감정을 갖고 자제분을 해쳤다면 죄가 됩니까? 안 됩니까? (보복살인이) 보복 목적 대상과 실제 피해자가 반드시 일치해야만 성립하는 범죄입니까?
p.073

판사- 다르게 물어보겠습니다. 임대인이 우리 집 가격이 10억 원인데, 10억 원짜리 전세 세입자를 구해달라고 하면 그 물건 받습니까?
A씨 -안받습니다.
판사 -상식이죠?
A씨 -네.
p.121

증인들은 그저 심부름을 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죄가 될줄 몰랐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죠. 악은 의외로 평범하다며 '악의 평범성'을 말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라고 했죠.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때론 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p.128

서울시에서 위자료 300만 원을 받게 됐지만 한 걸음도 떼기 힘든 그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제때 오는 콜택시 한 대였을 겁니다.
p.247


법정에서 오고 갔던 말들에 대해 기자들의 손을 통해 들을수 있었던 책!
어떤 말은 범죄를 밝혀주기도 하고. 어떤 말은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어떤 말은 거짓을 말하기도 하고, 어떤 말은 분노를 유발하기도 했던..
우와~~열받아서리~~책 읽는 동안 얼마나 워~워~ 스스로 진정시켰는지...
성폭행 진범들의 무고로 1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A씨가 손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에는 진심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죄로 밝혀져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사람들은 나라에서 무조건 그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진범도 A씨의 딸이 수소문하고 다녀서 찾아냈는데.. 보상도 없다니.. 그럼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던 A씨의 무너진 인생은 누가 책임진다는거냐고!
범죄를 다루는 프로그램 애청자로써 거의 다 알고있던 사건들이었는데..
법정에서의 오가는 말들로 다시 접하니 너무도 새로뭤고..
몇몇 사건들은 어처구니 없게도 결과가 나올때가 있지만..섀도 닥터나 전 전실장..
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이 그에 맞는 벌을 받게하기 위해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간병살인과 스토킹 범죄로 딸을 잃은 부모님의 편지에서는 눈울 났고..홍콩 영화를 보고 멋있어서 총기 반입 해왔다는 얘기에는 진심 어이가 없어서 깜놀했고..
빌라왕 사건에서 중개사들을 혼내는 검사님들의 말에는 진심 통쾌함을 느꼈다.
우리들은 사건의 전체적인 얘기들만 알고 법정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를 모두 알지는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법정에서의 변호인과 검사. 증인. 판사등의 대화들을 보며 훨씬 더 깊게 사건들을 들여다볼수 있었던것 같다.
그알.꼬꼬무.용형 등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너무도 흥미진진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한번에 느낄수 있게 해줬던 시간이었다.

도서협찬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죄와말#협찬도서#도서서평단#법정에세이#송영훈박희원지음#북플랫출판#북스타그램1#북클립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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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어주는 섬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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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여신은 죽지 않았어. 단지 산산조각이 났을 뿐이지. 그녀는 조각난 채로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가 버렸단다. 그리고 누군가 꿈과 용기를 찾으려 할 때마다 끊임없이 속삭이기 시작했지. 그것을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들이 얼마나 무능하고 보잘것없는지를 말이야.
p.019

우리는 때로 좋지 않은 일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고 불평을 하느라, 정작 원하는 미래나 이루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는 잊어버릴 때가 많으니까. 이 돌은 신의 선물인 생각을 올바르게 쓰도록 해 주는 돌이라고나 할까.
p 031

"삶이란 말이다, 누군가가 너에게 준 선물 같은 거란다. 그건 워낙 여러 겹으로 쌓여 있어서, 선물을 완전히 풀어보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지. 지금은 구겨진 겉모습만 보이더라도, 언젠간 네가 받은 선물의 진짜 모습과 의미를 알 수 있는 날이 찾아온단다."
p.036

"난 또 뭐라고. 물론 내 이름은 프랫이 아니라 브룬델이야. 하지만 난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아.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거니까."
p.097

"신은 우리에게 매일 새로운 인생을 주고 있다네. 다만 우리가알아차리지 못하고 어제와 같은 삶을 살아갈 뿐이지."
p.125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의미가 있는, 의미가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이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작가님의 꿈은 이뤄진게 분명합니다!
전작인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은 약간 동화와 월든이 섞였다고 할까?
몇장 넘기기전부터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와서리..
좋은 글귀만 따로 빼서 미니북을 만들수 있을정도지 않을까?싶을만큼..
가슴에 와닿는 글들이 너무도 많은 책이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마음씨 착한 소년 폴.
묘지 옆에 지내는 다리가 없는 노인과 브룬델이라는이름이 있지만 엉뚱한 소리만 한다고 해서 '프랫'이라 불리는 남자아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이 두사람을 멀리하지만..폴은 이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좋았고..행복의 섬에 가면 눈을 고칠수 있을거라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
한편 행복의 돌을 팔러 갔던 프랫은 한쪽팔이 없는 남자와 시비가 붙게되고 보상하라는 그 남자에 행복의 섬으로 가는 지도를 건네며 자신은 천사라 말하고..남자는 프랫의 등에 불에 탄 듯한 날개자국을 보게 되는데...
이렇게 해서 네사람은 꿈의 구슬과 용기의 보석을 찾아 행복의 여신을 깨우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길을 떠나면서 시련들을 마주하게 되고 각자의 과거 이야기들이 교차되며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슬픔과 꿈 들을 알게 되고..시련과 고난을 해쳐나가는 동화같은 이야기!
희망의 신전, 믿음의 다리, 꿈의 오두막, 자아의 동굴, 절망의 계곡, 불안의 숲, 용기의 바위, 좌절의 늪, 의심의 마을.. 지역 이름만 봐도 알수있는 시련들과 그 시련을 서로 극복해 가는 이야기들이 너무 좋았고..
연령대도 다 다른 조합으로 인해 그들이 느끼는 삶의 불안함과 꿈들의 다양함을 엿볼수 있었다.
표지만 보고 모험 판타지라고 생각했다가 삶을 되돌아보고 희망을 찾게 해주는 인생책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독자들이 많지 않을까?
새해와도 너무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소원을이루어주는섬 #유영광 #클레이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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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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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이치? 운명?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어. 아마 너희들은 따로따로라도 언젠가는 나타났겠지만, 둘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데 의미가 있지.
두 사람이 그곳에 때마침 함께 있으면, 둘이 의식하건 말건 서로에게 어떤 힘이 작용하거든. 그야 눈앞에 있으니 무시할 수 없잖아. 준비된 보완 관계랄까.
응, 너희들은 라이벌이라는 느낌이 아니야. 보완 관계라는 말도 지금 어쩌다 보니 떠올랐을 뿐이지, 그것 말고 더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 듯해.
p.120~121

그렇다. 그의 시선은 세부에서 전체로 향했다.
그리고 생물에서 무생물로 향했다.
그의 스케치는 점차 말 이외의 것을 담기 시작했다.
곤충, 나뭇가지, 잎사귀, 꽃봉오리, 나무뿌리.
연못의 잔물결, 물방울, 얼음.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 구름, 유리에 비치는 그림자.
p.168

전율케 하라.
나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쭉, 하루에게 전율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에게 전율하며 그 뒤를 계속 쫓아갈 것이다.
p.356


너무도 유명한 작가 온다 리쿠! 믿고보는 작가중 하나이기에 책의 두께가 살벌했음에도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역시는 역시라고 했던가? 생소할수도 있는 발레라는 장르를 이렇게 생생하게 글로 표현하다니~~
이 책은 천재라고 할수밖에 없는 요로즈 하루에 대해 동료인 후카쓰 준. 미노루삼촌. 다른천재인 나나세의 관점에서 쓰여있고 마지막 4장에서는 하루 본인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처음 준이 말하는 하루의 모습부터 그저 발레를 하기 위해 태어난듯한 사람임을 알수 있었고 미노루삼촌 곁에서 순간 본인의 존재가 사라지고 매화 자체가 되는 하루의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3장 솟아나다에서는..음악천재 나나세와 발레천재 하루가 만나 일어나는 시너지를 제대로 느낄수 있는 내용이었다.
두 천재들이 몇마디 말을 나누고 주제를 정하면 서로의 머리속에 서로가 들어가 있던듯이 나나세가 음악을 뚝딱뚝딱 만들고.. 그 음악을 듣고 난 하루가 발레 안무를 척척 만들어내서 무대에 올려지는 모습들..
내가 그 무대의 관객석에 앉아있는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녹아드는 소설이었다.
살면서 접한 발레라고는 영화 블랙스완에서의 나탈리 포트만과 스테이지 파이터에서의 발레가 전부였지만..그 스테이지 파이터를 보고나서 발레라는 장르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게 되었는데.. 그리고 나서 이 소설을 접하니 머리속에 그려지는데 훨씬 도움이 되었던것 같다.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내 머리속에 그려진 하루의 춤은 분명 세계를 전율케 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바닥에 착지하는 순간 더 높이 날아오르는 스프링 같은 하루의 인생은 앞으로 더 높이 높이 올라가지 않을까~~

#스프링 #온다리쿠 #클레이하우스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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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의 목소리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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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처럼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저런 사람이 있으면 저 사람이 기준이 돼 버리잖아. 저 여자를 봐. 난 말이지, '저렇게 심각한 장애가 있는데도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으니 너도 열심히 해라'라는 식으로 모두가 저 여자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존경스럽기는 해도 저런 사람은 정말 특별한 사례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아이돌'인 거야. 그러니까, 다카기."
니라사와는 한 걸음 더 다가와 내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불가능한 건 불가능해."
p.056

만약 이곳이 캄캄한 어둠 속이라면 방전 불꽃이 눈에 잘 띄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장의 광덕트에서 쏟아지는 했빛이 불꽃을 가렸다. '밝아서 더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니, 이런 아이러니한 경우가 있을까.
p.150

길을 잃지 않게 잘 돌보고 있으라는 건 여유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오롯이 알 수 없다. 그리고 장애는 쉽게 속일 수 있거나, 더군다나 인터넷에서 심심풀이 땅콩처럼 들먹일 소재도 아니다.
p.213

모든것을 깨달은 듯한 니라사와의 체념한 표정이 나에게 한 가지 진실을 알려 줬다.
불가능한 것도 있다는 진실.
그렇다. 사실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세상은 '불가능'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그 당연한 사실 앞에서 눈을 돌리기위해 불가능 위에 또 다른 불가능을 덮어씌우며 못 본 척했을 뿐이다.
p.243

_"사람마다 한계치가 다르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쉬운일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고, 그반대 경우도 있죠. 그래서 전 나한테는 불가능해'라고 생각되면 곧장 그 일을 포기하고 조금 더 제가 '할 수 있을' 법한 일을 찾아요. 그쪽으로 목표를 전환하는 거예요'.
p.250

역시 난 인간에게 '한계'는 없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인간은 진정 '불가능'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상상하지도 못하니까.
p.291


아 진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으로 이렇게 감동주기 있냐고요 ㅠㅠ
처음 소개글을 봤을때부터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지하 5층으로 이루어져있는 스마트 도시 WANOKUNI.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없이 살아가는 '배리어 프리' 도시로 일본 국토교통성이 대형 건설사. IT 기업들과 손잡고 시작한 도시개발 프로젝트였다.
어릴적 바닷가에서 형의 구조를 알아채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형이 항상 얘기했었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다'라는 말을 신조처럼 여기면서 지내고 있는 다카기. 그는 드론전문가로써 WANOKUNI 개막식에 참석했는데..그곳에서 연설을 하는 한 여인. 보이지도.들리지도. 말을 할수도 없는 삼중 장애를 가진 '나카가와'
개막식이 무사히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강력한 지진이 찾아오고..WANOKUNI 지하 5층에 나카가와가 실종됐다며 다카기가 참여한 아리아드네 시리즈의 최신 드론 SVR-IlI 이 투입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지하 1층과 2층은 화재가 발생하고..지하 5층부터 침수되기 시작하여 그녀를 구조할수 있는 시간은 여섯시간..그 안에 삼중 장애를 가진 그녀를 지하3층 피난소까지 대피시켜야 한다..
으아~~읽으면서도 엄청 긴장되고 응원하게 되고..
나카가와 구조활동에 힘쓰고 있을무렵 개막식에 참석했던 다카기의 동창 니라사와가 어릴적 교통사고로 실성증을 앓고 있는 아홉살 여동생이 지하로 떨어진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끌어모을수 있는 모든 드론은 나카가와 구조에 투입된 상황인데.. 다카기는 최선을 다해서 동생도 찾겠노라고 다짐한다.
나카가와를 리드줄로 이끌며 구조하는 도중..그녀가 혹시 눈이 보이는건 아닌지..소리를 들을수 있는건 아닌지..의심할만한 일들이 몇차례 벌어지고..심지어 그녀가 도노야마 지사의 조카딸이기에..인터넷은 어느새 그녀가 장애인을 연기하는게 아니냐는 말들로 시끄러운데...
계속되는 여진과 돌발사건들로 난항을 겪고 있던 구조작업..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다카기가..불가능을 계속하기보다 불가능한데 무리하지 말고 포기하라는 뜻을 깨달으면서..자신이 할수 있는 방법으로 구조를 하게된다.
나카가와를 3층 피난소까지 데리고 와서 마지막 문이 남았는데..왼쪽 문이 아닌 오른쪽 문을 열어야만하는 그 급박한 순간 스피커로 '오른쪽 문이예요'라고 말하자 방향을 바꿔 오른쪽 문으로 무사히 대피한 나카가와.
과연 그녀는 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소리에 진동을 느끼고 선택했던 것일까?
지하 5층에 갇힌 단 한사람을 구하는 이야기.. 그 한 사람이 보이지도.들리지도. 말을 할수도 없는 장애인이고..화재로 인해 구조대원은 내려갈수 없는 상황이라는 긴박한 환경. 이렇게 재미있는 소재에 다양한 사고들까지 일어나며 시종일관 긴장의 끝을 놓을 수 없게 했던 소설! 거기에 형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살던 주인공이 구조를 맡으며 구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심경의 변화, 또 마지막 반전까지! 모든게 완벽했던 소설이었다.

#아리아드네의목소리 #이노우에마기 #블루홀식스 #일본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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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밤
안드레 애치먼 지음, 백지민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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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뜻은 이랬다. 내 이름을 가져다가 혼자서 속삭여보고, 일주일 안에 그 이름에게 되돌아와서 그 주위에 수정들이 싹을 틔우지 않았는지 확인해봐요.
나 클라라예요. 그녀는 미소 지었다.
p.015

왜 나는 오늘 밤 이렇게 행복할까요? 나는 묻고 싶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나와 사랑에 빠지고 있고 우리는 그게 벌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둘이 함께. 슬로, 슬로모션으로. 누가 알겠어요? 당신은 묻는다. 내가 알죠.
p.169

고쳐 말하자면, 내 안에는 나보다 그녀가 더 많이 있었다.
그래. 그거였다. 내 안에는 나보다 그녀가 더 많이 있었다.
p.182

하루 종일 당신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하루 종일요, 클라라.
p.216

그리고 나를 더욱 행복하게 한 것은. 떨어져 보낸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다시 함께였다는 점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존재가 오늘이 흘러가게 된 방식을 내가 좋아하게 했다는 점, 내 삶과 내가 삶을 살던 방식을 좋아하게 했다는 점이었다.
p.237

어쩌면 나는 내 시간이 망가지고 헝클어지는 걸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몰랐다. 내 나날과 습관들을 깍둑썰기를 해서 그녀가 그 자리에 있어 대신 조립해주기 전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는 산산이 흩어진 조각들이 되도록 하는 한 그것은 상황을 흔들어 섞고, 상대방을 뱅뱅 돌리고는 마치 오래된 양말 한 짝처럼 안팎을 뒤집어놓는 그녀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심장은 제 짝을 찾아다니는 세탁된 양말 한 짝이 되고 말이다.
p.318

당신은 내게 올해에 일어난 것 중에 최고의 사건이에요.
p.548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3초면 충분하다했던가..
나는 클라라예요라는 말로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과 클라라의 상대에 호감이 있는채로 나누는 의미가 딱히 필요없는 대화들..
그저 서로 함께 있고싶어 어떤 주제로든 대화를 하고싶어하는..
그몽골몽골한 설레임의 순간.
만약 이 작품이 영상화된다면 과연 이 주인공 역할을 어떤 배우가 할것이고..이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할지..아무도 쉽게 다가서지 못할것 같다.
파티장에서 클라라를 만나고 대화를 조금 나누고..시간상으로는 정말 얼마지나지 않은 그 시간동안..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이란....
사랑.질투.두려움 등등 혼자서 그녀를 향해 느끼는 무수한 감정들을 과연 영상에서는 어떻게 담아낼수 있을지... 이래서 소설책 읽는게 너무 좋다!
근데 여주인공 너무 선수 아닌건가? 완전 플러팅의 고수!
'나 클라라예요.'
'그저 나한테 사랑에 빠지지만 마요.'그래놓고는 '그쪽 냄새 좋네요'
담날 아침부터 벨 누르고 드라이브가자면서
'지난밤에 내 생각 했어요?'
그러면서 데려간곳은 옛연인 잉키의 조부님 댁..
그곳에서의 헨델 사라방드는 클라라에게는 슬픔을 인정하고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는 음악이었다면.. 주인공에게는 평생 클라라와 함께 할 음악이 되었을듯...
처음 만난 클라라라는 여성에게 느끼는 감정과..
자기 자신의 상황. 사랑이 아닌 혼자만의 감정등이 무려 766페이지에 담겨있지만..단 8일 동안의 기간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
서로에게 첫눈에 감정이 이미 생겨버린 두 사람이기에..운명이라고 하기 보다..운명으로 서로가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사람이 있을만한곳에 자꾸 가게 되고..하루종일 그 사람만 생각하며..그 사람과 했던 대화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되새기며..눈으로는 그 사람의 흔적만을 쫓고 있으니..눈에 띄는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안드레 애치먼의 작품을 읽으면 내가 너무 무지함을 느끼게 되는것 같다.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인용하며 대화를 나누고.. 클래식을 감상하는 시간을 나누는.. 그런 모습들에 잔뜩 움츠러든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나 할까나 ^^;
세번째 밤 집앞으로 찾아온 클라라에 이끌려 떠났던 허드슨강을 따라 늘어선 소도시의 풍경이 눈에 그려지는거 같고..또 그곳에서 노부부와 함께 듣던 바흐와 헨델..그 장소에 함께 있고싶을정도로 너~~무 좋았다.
베토벤의 크레이처나 들어봐야겠다!

#여덟밤 #eightwhitenights #안드레애치먼 #andreaciman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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