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드네의 목소리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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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여자처럼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저런 사람이 있으면 저 사람이 기준이 돼 버리잖아. 저 여자를 봐. 난 말이지, '저렇게 심각한 장애가 있는데도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이 있으니 너도 열심히 해라'라는 식으로 모두가 저 여자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물론 존경스럽기는 해도 저런 사람은 정말 특별한 사례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아이돌'인 거야. 그러니까, 다카기."
니라사와는 한 걸음 더 다가와 내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불가능한 건 불가능해."
p.056

만약 이곳이 캄캄한 어둠 속이라면 방전 불꽃이 눈에 잘 띄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장의 광덕트에서 쏟아지는 했빛이 불꽃을 가렸다. '밝아서 더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니, 이런 아이러니한 경우가 있을까.
p.150

길을 잃지 않게 잘 돌보고 있으라는 건 여유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의 어려움을 오롯이 알 수 없다. 그리고 장애는 쉽게 속일 수 있거나, 더군다나 인터넷에서 심심풀이 땅콩처럼 들먹일 소재도 아니다.
p.213

모든것을 깨달은 듯한 니라사와의 체념한 표정이 나에게 한 가지 진실을 알려 줬다.
불가능한 것도 있다는 진실.
그렇다. 사실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세상은 '불가능'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그 당연한 사실 앞에서 눈을 돌리기위해 불가능 위에 또 다른 불가능을 덮어씌우며 못 본 척했을 뿐이다.
p.243

_"사람마다 한계치가 다르니까요. 누군가에게는 쉬운일이 나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고, 그반대 경우도 있죠. 그래서 전 나한테는 불가능해'라고 생각되면 곧장 그 일을 포기하고 조금 더 제가 '할 수 있을' 법한 일을 찾아요. 그쪽으로 목표를 전환하는 거예요'.
p.250

역시 난 인간에게 '한계'는 없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인간은 진정 '불가능'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상상하지도 못하니까.
p.291


아 진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으로 이렇게 감동주기 있냐고요 ㅠㅠ
처음 소개글을 봤을때부터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지하 5층으로 이루어져있는 스마트 도시 WANOKUNI.
이 프로젝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없이 살아가는 '배리어 프리' 도시로 일본 국토교통성이 대형 건설사. IT 기업들과 손잡고 시작한 도시개발 프로젝트였다.
어릴적 바닷가에서 형의 구조를 알아채지 못하고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형이 항상 얘기했었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다'라는 말을 신조처럼 여기면서 지내고 있는 다카기. 그는 드론전문가로써 WANOKUNI 개막식에 참석했는데..그곳에서 연설을 하는 한 여인. 보이지도.들리지도. 말을 할수도 없는 삼중 장애를 가진 '나카가와'
개막식이 무사히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강력한 지진이 찾아오고..WANOKUNI 지하 5층에 나카가와가 실종됐다며 다카기가 참여한 아리아드네 시리즈의 최신 드론 SVR-IlI 이 투입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지하 1층과 2층은 화재가 발생하고..지하 5층부터 침수되기 시작하여 그녀를 구조할수 있는 시간은 여섯시간..그 안에 삼중 장애를 가진 그녀를 지하3층 피난소까지 대피시켜야 한다..
으아~~읽으면서도 엄청 긴장되고 응원하게 되고..
나카가와 구조활동에 힘쓰고 있을무렵 개막식에 참석했던 다카기의 동창 니라사와가 어릴적 교통사고로 실성증을 앓고 있는 아홉살 여동생이 지하로 떨어진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끌어모을수 있는 모든 드론은 나카가와 구조에 투입된 상황인데.. 다카기는 최선을 다해서 동생도 찾겠노라고 다짐한다.
나카가와를 리드줄로 이끌며 구조하는 도중..그녀가 혹시 눈이 보이는건 아닌지..소리를 들을수 있는건 아닌지..의심할만한 일들이 몇차례 벌어지고..심지어 그녀가 도노야마 지사의 조카딸이기에..인터넷은 어느새 그녀가 장애인을 연기하는게 아니냐는 말들로 시끄러운데...
계속되는 여진과 돌발사건들로 난항을 겪고 있던 구조작업..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거기까지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다카기가..불가능을 계속하기보다 불가능한데 무리하지 말고 포기하라는 뜻을 깨달으면서..자신이 할수 있는 방법으로 구조를 하게된다.
나카가와를 3층 피난소까지 데리고 와서 마지막 문이 남았는데..왼쪽 문이 아닌 오른쪽 문을 열어야만하는 그 급박한 순간 스피커로 '오른쪽 문이예요'라고 말하자 방향을 바꿔 오른쪽 문으로 무사히 대피한 나카가와.
과연 그녀는 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소리에 진동을 느끼고 선택했던 것일까?
지하 5층에 갇힌 단 한사람을 구하는 이야기.. 그 한 사람이 보이지도.들리지도. 말을 할수도 없는 장애인이고..화재로 인해 구조대원은 내려갈수 없는 상황이라는 긴박한 환경. 이렇게 재미있는 소재에 다양한 사고들까지 일어나며 시종일관 긴장의 끝을 놓을 수 없게 했던 소설! 거기에 형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 살던 주인공이 구조를 맡으며 구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심경의 변화, 또 마지막 반전까지! 모든게 완벽했던 소설이었다.

#아리아드네의목소리 #이노우에마기 #블루홀식스 #일본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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