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밤
안드레 애치먼 지음, 백지민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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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뜻은 이랬다. 내 이름을 가져다가 혼자서 속삭여보고, 일주일 안에 그 이름에게 되돌아와서 그 주위에 수정들이 싹을 틔우지 않았는지 확인해봐요.
나 클라라예요. 그녀는 미소 지었다.
p.015

왜 나는 오늘 밤 이렇게 행복할까요? 나는 묻고 싶었다. 왜냐하면 당신은 나와 사랑에 빠지고 있고 우리는 그게 벌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둘이 함께. 슬로, 슬로모션으로. 누가 알겠어요? 당신은 묻는다. 내가 알죠.
p.169

고쳐 말하자면, 내 안에는 나보다 그녀가 더 많이 있었다.
그래. 그거였다. 내 안에는 나보다 그녀가 더 많이 있었다.
p.182

하루 종일 당신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하루 종일요, 클라라.
p.216

그리고 나를 더욱 행복하게 한 것은. 떨어져 보낸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았는데 우리가 다시 함께였다는 점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존재가 오늘이 흘러가게 된 방식을 내가 좋아하게 했다는 점, 내 삶과 내가 삶을 살던 방식을 좋아하게 했다는 점이었다.
p.237

어쩌면 나는 내 시간이 망가지고 헝클어지는 걸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몰랐다. 내 나날과 습관들을 깍둑썰기를 해서 그녀가 그 자리에 있어 대신 조립해주기 전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는 산산이 흩어진 조각들이 되도록 하는 한 그것은 상황을 흔들어 섞고, 상대방을 뱅뱅 돌리고는 마치 오래된 양말 한 짝처럼 안팎을 뒤집어놓는 그녀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심장은 제 짝을 찾아다니는 세탁된 양말 한 짝이 되고 말이다.
p.318

당신은 내게 올해에 일어난 것 중에 최고의 사건이에요.
p.548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데 필요한 시간은 3초면 충분하다했던가..
나는 클라라예요라는 말로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과 클라라의 상대에 호감이 있는채로 나누는 의미가 딱히 필요없는 대화들..
그저 서로 함께 있고싶어 어떤 주제로든 대화를 하고싶어하는..
그몽골몽골한 설레임의 순간.
만약 이 작품이 영상화된다면 과연 이 주인공 역할을 어떤 배우가 할것이고..이 감정선을 어떻게 표현할지..아무도 쉽게 다가서지 못할것 같다.
파티장에서 클라라를 만나고 대화를 조금 나누고..시간상으로는 정말 얼마지나지 않은 그 시간동안..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이란....
사랑.질투.두려움 등등 혼자서 그녀를 향해 느끼는 무수한 감정들을 과연 영상에서는 어떻게 담아낼수 있을지... 이래서 소설책 읽는게 너무 좋다!
근데 여주인공 너무 선수 아닌건가? 완전 플러팅의 고수!
'나 클라라예요.'
'그저 나한테 사랑에 빠지지만 마요.'그래놓고는 '그쪽 냄새 좋네요'
담날 아침부터 벨 누르고 드라이브가자면서
'지난밤에 내 생각 했어요?'
그러면서 데려간곳은 옛연인 잉키의 조부님 댁..
그곳에서의 헨델 사라방드는 클라라에게는 슬픔을 인정하고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는 음악이었다면.. 주인공에게는 평생 클라라와 함께 할 음악이 되었을듯...
처음 만난 클라라라는 여성에게 느끼는 감정과..
자기 자신의 상황. 사랑이 아닌 혼자만의 감정등이 무려 766페이지에 담겨있지만..단 8일 동안의 기간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
서로에게 첫눈에 감정이 이미 생겨버린 두 사람이기에..운명이라고 하기 보다..운명으로 서로가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사람이 있을만한곳에 자꾸 가게 되고..하루종일 그 사람만 생각하며..그 사람과 했던 대화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되새기며..눈으로는 그 사람의 흔적만을 쫓고 있으니..눈에 띄는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안드레 애치먼의 작품을 읽으면 내가 너무 무지함을 느끼게 되는것 같다.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인용하며 대화를 나누고.. 클래식을 감상하는 시간을 나누는.. 그런 모습들에 잔뜩 움츠러든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나 할까나 ^^;
세번째 밤 집앞으로 찾아온 클라라에 이끌려 떠났던 허드슨강을 따라 늘어선 소도시의 풍경이 눈에 그려지는거 같고..또 그곳에서 노부부와 함께 듣던 바흐와 헨델..그 장소에 함께 있고싶을정도로 너~~무 좋았다.
베토벤의 크레이처나 들어봐야겠다!

#여덟밤 #eightwhitenights #안드레애치먼 #andreaciman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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