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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삶의 맨 끝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전의 뒷면처럼 언제든지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다.
p.009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므로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경위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의 애달픈 사연을 굽이굽이 알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그가 자신의 몸을 통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다.
p.021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p.123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으로 숨이 멎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었을 때다. 즉,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때. 그사람의 존재는 완전히 잊혀지게 된다.
p.141
범죄자 찾기가 아니라 불안전한 지점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반복되는 사고는 개별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기억하자.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라면, 적어도 시스템의 결함으로 반복되는 죽음은 없어야한다.
p.197
죽음에는 세 종류가 있다.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들의 죽음'이다. 나의 죽음은 경험할 수 없다. 너의 죽음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 상실과 애도가 있다. 그들의 죽음은 나하고 상관없는 죽음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바꿔서 '나의 죽음, 너의 죽음, 우리의 죽음'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죽음이 아닌 우리의 죽음. 그들로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우리로 포용하는 것이다.
p.254~255
한사람의 법의학자로써 누군가의 죽음을 단지 죽게 된 원인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그렇게 되기까지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 제도의 문제까지 바라보는 이호 교수님..
우리나라는 특히나 어떠한 사고나 사건이 일어나 죽음이 발생하게 되면..사람 그 자체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거 같다.
누구의 잘못인지..누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그 누군가는 잘못된 사회적 제도에서 잘못된 방침대로 행동했던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것으로 사건이 끝난것처럼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만다..결국 그런 사건 사고들은 언제 어느때든 다시 재발할수 있다는 사실조차 함께...
법의학자로써 수많은 죽음과 함께 하기에 어떻게 죽을것인가를 생각하게 될법도 하지만 이호교수님은 오히려 그 죽음들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깨닫게 되셨다고...내가 살아가는 모습들이 나중이 될지 곧이 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죽음의 순간에 내 모습을 나타내 줄꺼라는 당연하지만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눈만 보지말고 겨울을 볼 줄 아는 사람..근설영춘과 같은 마음으로 법의학을 대하시는 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진지함을..알쓸시리즈에서는 아재개그 넘치게 하시는 친근함을..이 책을 통해서는 사람을 사랑하고 행복을 알아챌수 있는 분이라는걸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