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 사람들은 증오하는 법을 모른다! 하나의 기계가 있던 자리에 그들은 다른 기계 도면들을 모아 쌓아 올릴 것이고 하나의 기계를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 또다시 바퀴가 돌고 톱니가 톱니에 맞물리고 무방비한 인간의 파편들을 당기고 끌고 들어 올려 또다시 겁에 질려 정신이 나간 피에르들이 그 새까만 바큇살에 팔이 끼어 피투성이가 될 것이고 기계를 멈출 수가 없으며 작동을 중지시키더라도 그저 한순간일 것이다.p.050얼굴이 얽은 백인이 여기서 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저 꼭두각시다. 거대한 기계의 톱니 하나다. 그 하나를 죽인다고? 쓸데없는 짓이다! 참나무가 해를 가린다 해서 도토리 하나를 따는 게 도움이 되겠는가? 줄기를 잘라야 한다. 뿌리를 파내야 한다. 나무가 쓰러지면 도토리는 전부 땅에 떨어진다. 계속 끈질기게 파나가야 한다! 조직화를 멈취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이 도끼가 되어야 한다. 분노를 도끼날처럼 갈고 무뎌지지 않게 돌보아야 한다!p.133모든 일에는 어느 정도 기본적인 예비 학습이 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공부해도 별로 소용이 없는 듯합니다. 미술의 이론을 안다고 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뜻은 전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이 생겨난 이래 일어난 모든 살인 사건의 역사를 아는 것만으로는 자기 손으로한 사람을 실제 살해하는 법을 아무에게도 가르칠 수 없습니다.p.153"스물다섯 살에 죽는 게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지, 형? 젊음이 아깝다거나 기타 등등 그런 생각을 하겠지. 절대 아냐! 형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 우리 같은 사람들은 죽지 않아. 우린 이미 대중 속에, 계층 전체에 깊이 뿌리를 내렸으니까. 우리의 피와 살이 모두 그안에서 자라났어. 그 첫 건설의 시간을 우리와 함께 경험하지 않은사람들은 죽을 때 우리를 부러워하겠지..."p.274제목과 표지부터 강렬함으로 무장하고 있는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었는데..이렇게나 묵직한 책일줄이야...제1부는 흑사병이 파리로 퍼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완전 대박 충격이었다.노동자인 피에르. 여자친구를 옷을 사주느라 월세도 밀리고 그 당시의 자본주의 사회였던 파리가 얼마나 망가지고 있었는지..매일매일 일자리늘 잃는 사람들..그 중 한명이 피에르가 되었을때 그는 집도 잃고 직장도 잃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런 그가 여자친구에게 사랑보다는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친구의 애인들도 돈을 벌기위해 매춘을 하는 모습에 자신의 여자친구도 그럴거라는 망상에 매일 시달리는 피에르..사지육신 멀쩡하고 어떤 일이라도 할수있는 마음이 있음에도 일할수 있는 곳이 없어서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고.. 내 가족이 여자라는 이유로 매춘을 할수 있음이 오히려 감사해야하는 시대는 어떤 시대였던걸까?그렇게 망가져가는 파리에 피에르는 우연히만난 친구가 일하는 세균 연구소에서 몰래 흑사병바이러스를 훔쳐와 자신이 일하는 수압관리탑에 그 바이러스를 풀어버리고만다...제2부는 흑사병이 퍼지게 된 파리에 봉쇄명령이 떨어지면서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고..이를 계기로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게 된다.그중 중국에서 태어나 고아로힘들게 자란 판창퀘이..그는 자라면서 공산주의 사상에 깊게 빠져들고 노동조합 소속으로 많은 일들은 하고 지금은 파리에 와 있었는데..흑사병으로 난리가 난 상황을 기회로 보고 황인종공화국을 건설한다. 이들뿐 아니라 유대인.영미연합. 소련.러시아 등도 각자 공화국을 세우며 파리는 분열되는데..이렇게 분열된 파리안에서 대표되는 몇몇의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내나라에 3000명의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는 대신 그들과 함께 파리를 빠져나가고..나도 내 나라로 갈수있고.. 원하면 돈이든 뭐든 다 준다는 제안..그런 제안을 받는다며 나는 과연 나혼자만을 생각할것인가..내 선택으로 인해 혹시 모를 흑사병을 내 나라에 퍼트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물려줄 가족이 조카 한명뿐이었는데..그 조카가 노동자 대표가 되어 자신의 이념에 대항해 싸우다 사망하고..자신의 가족을 자신과 싸우는 반대편 소속으로 만나 지금의 모습이 창피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나 스스로도 그 이야기에 반박할수 없다면...그 기분은 어떨까...결국 흑사병은 파리에 남은 단 한사람마저 죽음으로 데려가고..아이러니하게도 지하감옥에 갇혀있던 범죄자들은 파리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른채로 살아남게 되고..그들이 지상으로 나와 자신들이 새로운 파리를 건설하는데..몇년후 장벽 밖의 사람들이 파리상공을 지나면서 폐허가 되어있을꺼라는 모두의 생각과는 다르게 풍요로운 작물들로 가득한 파리를 보게 된다..그 안에서 살아남았고..함께 이기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느낄지가 궁금하다.서로 다른 체제를 주장하는 주인공들의 신념..누가 진정 옳고 그름을 판단할수 없지만 정보라 작가님의 마지막 말에 완전공감했다.#나는파리를불태운다 #브루노야시엔스키 #정보라옮김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