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브루노 야시엔스키 지음, 정보라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니, 저 사람들은 증오하는 법을 모른다! 하나의 기계가 있던 자리에 그들은 다른 기계 도면들을 모아 쌓아 올릴 것이고 하나의 기계를 다른 것으로 대체해서 또다시 바퀴가 돌고 톱니가 톱니에 맞물리고 무방비한 인간의 파편들을 당기고 끌고 들어 올려 또다시 겁에 질려 정신이 나간 피에르들이 그 새까만 바큇살에 팔이 끼어 피투성이가 될 것이고 기계를 멈출 수가 없으며 작동을 중지시키더라도 그저 한순간일 것이다.
p.050

얼굴이 얽은 백인이 여기서 대체 무슨 의미인가? 그저 꼭두각시다. 거대한 기계의 톱니 하나다. 그 하나를 죽인다고? 쓸데없는 짓이다! 참나무가 해를 가린다 해서 도토리 하나를 따는 게 도움이 되겠는가? 줄기를 잘라야 한다. 뿌리를 파내야 한다. 나무가 쓰러지면 도토리는 전부 땅에 떨어진다. 계속 끈질기게 파나가야 한다! 조직화를 멈취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이 도끼가 되어야 한다. 분노를 도끼날처럼 갈고 무뎌지지 않게 돌보아야 한다!
p.133

모든 일에는 어느 정도 기본적인 예비 학습이 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공부해도 별로 소용이 없는 듯합니다. 미술의 이론을 안다고 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뜻은 전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이 생겨난 이래 일어난 모든 살인 사건의 역사를 아는 것만으로는 자기 손으로한 사람을 실제 살해하는 법을 아무에게도 가르칠 수 없습니다.
p.153

"스물다섯 살에 죽는 게 무서울 거라고 생각하지, 형? 젊음이 아깝다거나 기타 등등 그런 생각을 하겠지. 절대 아냐! 형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 우리 같은 사람들은 죽지 않아. 우린 이미 대중 속에, 계층 전체에 깊이 뿌리를 내렸으니까. 우리의 피와 살이 모두 그안에서 자라났어. 그 첫 건설의 시간을 우리와 함께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죽을 때 우리를 부러워하겠지..."
p.274


제목과 표지부터 강렬함으로 무장하고 있는 '나는 파리를 불태운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었는데..이렇게나 묵직한 책일줄이야...
제1부는 흑사병이 파리로 퍼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완전 대박 충격이었다.
노동자인 피에르. 여자친구를 옷을 사주느라 월세도 밀리고 그 당시의 자본주의 사회였던 파리가 얼마나 망가지고 있었는지..매일매일 일자리늘 잃는 사람들..그 중 한명이 피에르가 되었을때 그는 집도 잃고 직장도 잃고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런 그가 여자친구에게 사랑보다는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친구의 애인들도 돈을 벌기위해 매춘을 하는 모습에 자신의 여자친구도 그럴거라는 망상에 매일 시달리는 피에르..
사지육신 멀쩡하고 어떤 일이라도 할수있는 마음이 있음에도 일할수 있는 곳이 없어서 쓰레기통을 뒤져야 하고.. 내 가족이 여자라는 이유로 매춘을 할수 있음이 오히려 감사해야하는 시대는 어떤 시대였던걸까?
그렇게 망가져가는 파리에 피에르는 우연히만난 친구가 일하는 세균 연구소에서 몰래 흑사병바이러스를 훔쳐와 자신이 일하는 수압관리탑에 그 바이러스를 풀어버리고만다...
제2부는 흑사병이 퍼지게 된 파리에 봉쇄명령이 떨어지면서 거대한 장벽이 세워지고..이를 계기로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게 된다.
그중 중국에서 태어나 고아로힘들게 자란 판창퀘이..그는 자라면서 공산주의 사상에 깊게 빠져들고 노동조합 소속으로 많은 일들은 하고 지금은 파리에 와 있었는데..흑사병으로 난리가 난 상황을 기회로 보고 황인종공화국을 건설한다.
이들뿐 아니라 유대인.영미연합. 소련.러시아 등도 각자 공화국을 세우며 파리는 분열되는데..
이렇게 분열된 파리안에서 대표되는 몇몇의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내나라에 3000명의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는 대신 그들과 함께 파리를 빠져나가고..나도 내 나라로 갈수있고.. 원하면 돈이든 뭐든 다 준다는 제안..그런 제안을 받는다며 나는 과연 나혼자만을 생각할것인가..
내 선택으로 인해 혹시 모를 흑사병을 내 나라에 퍼트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물려줄 가족이 조카 한명뿐이었는데..그 조카가 노동자 대표가 되어 자신의 이념에 대항해 싸우다 사망하고..
자신의 가족을 자신과 싸우는 반대편 소속으로 만나 지금의 모습이 창피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나 스스로도 그 이야기에 반박할수 없다면...그 기분은 어떨까...
결국 흑사병은 파리에 남은 단 한사람마저 죽음으로 데려가고..아이러니하게도 지하감옥에 갇혀있던 범죄자들은 파리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모른채로 살아남게 되고..그들이 지상으로 나와 자신들이 새로운 파리를 건설하는데..
몇년후 장벽 밖의 사람들이 파리상공을 지나면서 폐허가 되어있을꺼라는 모두의 생각과는 다르게 풍요로운 작물들로 가득한 파리를 보게 된다..
그 안에서 살아남았고..함께 이기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이 책을 읽으며 어떻게 느낄지가 궁금하다.
서로 다른 체제를 주장하는 주인공들의 신념..
누가 진정 옳고 그름을 판단할수 없지만 정보라 작가님의 마지막 말에 완전공감했다.

#나는파리를불태운다 #브루노야시엔스키 #정보라옮김 #김영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홍학의 자리로 모두가 추천하는 정해연 작가님의 신작인데 정작 홍학의 자리는 아직 안 읽어본 1인^^
오히려 그래서 다른 작품들에 대한 편견 없이 읽을수 있어서 나름 괜찮았던것 같기도하다~~
매듭의 시작이 아닌 매듭의 끝!
책을 다 읽고나니 왜 매듭의 끝인지 알수 있었던 제목이었다.
작가님 반전을 많이 좋아하시는듯~~홍학의 자리 읽은 친구가 자꾸만 반전 스포하고싶다고 말하는데 그만큼 강렬하다는 뜻일터..
이 책역시 시작하는 이야기부터 헐~~하는 말이 그냥 나올정도였다.
부모님과 캠핑을 떠난 초등학교 3학년 인우.
다슬기는 야행성이라는 얘기를 듣고 부모님이 잠들어있는 동안 홀로 다슬기를 캐러 강으로 나오고 그러다 물에 빠져 의식을 잃고 깨어난 곳은 병원..
울고있는 엄마와 보이지 않는 아빠.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게되고 모두가 인우를 구하려다 그렇게 되셨겠구나 라고 생각할때 '스스로 나무에 목을 맨채로 발견되었대'라는 단 0.1프로도 상상해보지 못했을 이야기!
이렇듯 강렬한 반전의 이야기로 책의 포문을 열고서는.
시간이 많이 흘러 경찰이 된 인우가 사건을 하나 맡게 되고 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누구를 탓해야하는것인가..
자식은 싸고 도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것..그 누구에게나 자신의 아이가 가장 소중한 존재이지만..그럼으로 그 아이가 올바른 성정으로 자라나게 하려면 훈육도 필요하고..모든걸 다 감싸주기만 하면 안된다는걸..대체 왜 모르는걸까?
요즘 촉법소년들만 보더라고 그 부모들을 보면 진심 답이 안 나올정도일때가 많아서 이 책의 이야기 또한 그냥 소설같지만은 않다는 거..그게 더 답답한 일 같다.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부모와 자식간의 꼬인 매듭은 어떻게 풀어야할지..
인우와 엄마. 진하와 엄마를 보면서 생각도 많이 하게 됐고..반전이 존재를 전혀 생각못하고 있다가 헉!하고 놀라게 만드는 작가님 덕분에 마지막까지 재미를 꽉!꽉!채운 책이었다.

#매듭의끝 #정해연 #현대문학 #추리소설 #스릴러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들의 집
정보라 지음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일 하다 보면 온갖 건물을 다 가 보게 되고 사람 죽은 것도 보고 그러는데, 귀신이 사람 죽이는 일은 없더라. 사람이 사람을 죽이더라고.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이야."
p.130

부모가 없어도, 부모가 다쳐도, 부모가 아파도, 부모가 가난해도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인격을 가졌거나 범죄자라도, 아이들은 그런 부모와 아무 상관 없이 자라날 수 있었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었다. 혈연이 있는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고 행운이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슬픈 일이지만, 가족의 불운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지배할 필요는 없었다. 돌봄을 받으며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모든 아이가 가진 고유의 권리였다.
p.178~179



선감학원..형제복지원...열방교회 오목사..불법해외입양..
그저 소설이라고만 하기에는 우리는 이와 비슷한 실제 사건들을 너무나 잘 알고있기에..답답하고 한숨이 나올수 밖에 없는것 같다.
맨 처음 시작은 역시 정보라!라는 말이 그냥 나올정도로 기괴하고 공포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 애잔한 마음이 느껴지는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
마지 한편의 아주짧은 단편을 읽는 느낌이었다가 그 다음편에는 다른 주인공들과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시작되서리..분명 장편소설이라고 했는데 특별단편이 실려있는건가? 하고 생각할정도였다.
하지만 성별을 특정할수 없어 편견없이 접근할수 있었던 무정형.정사각형. 삼각형.가루 등의 이름을 가진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어가는 메인 스토리에..죽은 아이에게 물을 주는 엄마와 항아리속에 담겨 있는 섬이라는 존재의 짧은 이야기가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책에 집중도를 상승시켰다.
아이들은 그저 안전하고 건강하게 어른이 되기만 하면 되기에 나라에서 '아이들의 집'을 운영하고 그곳은 양육교사와 로봇이 항상 아이들을 돌보며 어느 순간이든 언제까지든 아이들이 지낼수 있는 환경의 공동 육아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아이는 부모가 양육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단체가 있고..그 단체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위해 입양된 나라에서 돌아와 친부모를 찾는 관과 표를 입양 보낸 단체와 특정 종교와 연관이 되어있는데...
무정형이 주거환경 조사관으로 담당하고 있는 건물의 한 집에서 아이가 살해된채 발견되고..우연히 그 집으로 들어오게 된 관. 그리고 오래전 그 건물의 8층에서 발견된 항아리속 시신..가까이 보면 그저 각가의 하나의 사건같지만 넓게 보면 그 모든 사건들이 결국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살게 되는데...
정보라 작가님은 지금껏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아이들을 둘러싼 수많은 범죄와 잘못된 시스템에 대해 너무나 분노하고 맘 아파하셨다는게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음을 느낄수 있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이라는 존재는 그만큼의 노력과 많은 사랑으로 자라나는 것인데...과연 우리 사회는 이런 아이들이 어른이 될수 있는 환경인걸까...
책을 읽은 시간보다 책을 덮고나서의 시간이 훨씬더 많이 필요한 책이었다.

#아이들의집 #정보라 #열림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 한 법의학자가 수천의 인생을 마주하며 깨달은 삶의 철학
이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삶의 맨 끝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전의 뒷면처럼 언제든지 순간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다.
p.009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므로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경위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의 애달픈 사연을 굽이굽이 알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그가 자신의 몸을 통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다.
p.021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겠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한 의미를 찾아가길 바란다. 그것이 무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먼지 같은 존재인 인간이 할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다.
p.123

사람은 두 번 죽는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으로 숨이 멎었을 때, 그리고 두 번째는 그의 죽음을 기억하는 마지막 사람이 죽었을 때다. 즉, 누군가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때. 그사람의 존재는 완전히 잊혀지게 된다.
p.141

범죄자 찾기가 아니라 불안전한 지점을 찾는 일에 집중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반복되는 사고는 개별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기억하자.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회라면, 적어도 시스템의 결함으로 반복되는 죽음은 없어야한다.
p.197

죽음에는 세 종류가 있다.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들의 죽음'이다. 나의 죽음은 경험할 수 없다. 너의 죽음은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 상실과 애도가 있다. 그들의 죽음은 나하고 상관없는 죽음이다. 하지만 조금 생각을 바꿔서 '나의 죽음, 너의 죽음, 우리의 죽음'이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죽음이 아닌 우리의 죽음. 그들로 대상화하는 게 아니라 우리로 포용하는 것이다.
p.254~255

한사람의 법의학자로써 누군가의 죽음을 단지 죽게 된 원인 그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그렇게 되기까지의 이면에 있는 사회적 제도의 문제까지 바라보는 이호 교수님..
우리나라는 특히나 어떠한 사고나 사건이 일어나 죽음이 발생하게 되면..사람 그 자체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는거 같다.
누구의 잘못인지..누가 무슨 실수를 했는지.. 그 누군가는 잘못된 사회적 제도에서 잘못된 방침대로 행동했던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것으로 사건이 끝난것처럼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만다..결국 그런 사건 사고들은 언제 어느때든 다시 재발할수 있다는 사실조차 함께...
법의학자로써 수많은 죽음과 함께 하기에 어떻게 죽을것인가를 생각하게 될법도 하지만 이호교수님은 오히려 그 죽음들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깨닫게 되셨다고...내가 살아가는 모습들이 나중이 될지 곧이 될지 그 누구도 모르는 죽음의 순간에 내 모습을 나타내 줄꺼라는 당연하지만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눈만 보지말고 겨울을 볼 줄 아는 사람..근설영춘과 같은 마음으로 법의학을 대하시는 분..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진지함을..알쓸시리즈에서는 아재개그 넘치게 하시는 친근함을..이 책을 통해서는 사람을 사랑하고 행복을 알아챌수 있는 분이라는걸 알게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강진아 지음 / 한끼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뒤에야 도희와 자신은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쟤는 이 상황에서도 나를 평가할 여유가 있구나. 실망씩이나 할 여유가.
p.054

'위조지폐 적발, 창원 중학생의 증언' 이 년 동안 천만 원가량을 위조했다는 중학생은 왜 가짜 돈을 만들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차경은 눈으로 읽은 문장을 입 밖으로 뱉어보았다.
"진짜를 만들 수가 없어서요."
p.061

관계란 때로는 의지와 상관없이 이어진다는 걸, 차경은 원준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그 수동적 상태는 모든 것을 스스로의 힘으로 일귀내야 했던 차경에게 꽤나 매혹적이었다. 이후 차경은 종종 벌레에게 자신의 감정을 덧입혀 보곤 했다. 거미줄에 걸린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다가오는 거미를 보면서 어쩌면 안도했을지도 모르겠다고.
p.128

처음 책을 받고부터 단 한번에 눈에 띄지 않았었던 은색 띠~~
책을 다 읽고나서야 그 존재를 깨닫게 되고서 우와~~센스좀 보소 하며 감탄할수밖에 없었다.
저 띠를 하지 못해서 걸렸던 위조지폐 5만원권..
그로인해 혜미가 죽게되고 9장의 미완성품을 가진채로 자신의 인생을 협박하던 도희..
그리고 사기꾼 부모의 자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차경은 그 꼬리표를 숨기기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고있었지만..
모든걸 가졌음에도 잘못된 인성으로 인해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희에게 걸려들고..
단 한번도 친구라는 존재를 가져본적 없던 차경은..이 낯선 감정에 흔들리지만..우정인줄 알았던 도희의 실체가 드러나고..
빠져나올수 없는 구렁텅이에 떨어지게 된다.
사기꾼 부모.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
스스로 할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글로벌 기업인 엔티 입사 면접대상이 되고 드디어 이 모든 과거를 떨쳐내고 새로운 인생을 살수 있는 희망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지만.. 혜미의 죽음 이후 유학을 떠나고 sns계정마저 사라졌던 도희가 나타났다.
도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차경을 읽으며 입안이 씁쓸했다.
그녀의 선택은 이거밖에 없었던걸까?
진짜가 될수 없어 가짜를 만들수밖에 없었다...
차경이 오로지 진짜 자신을 위해 하는 일들이 있었을까? 차경은 끝내 진짜 자신를 알아보지 못할것만 같아서...
도희 또한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집안일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기에..겉으로 보이는 가짜 모습을 진짜로 만들려 그렇게까지 노력했었던걸까..
근데 그 노력들을 그런식으로 했으면 안된다는건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던걸까?
차경이 선택한 원준 역시 자신이 원하는 진짜 인생이 아니라 엄마가 원하는 삶. 점쟁이가 하라는 대로...가짜의 삶을 살고 있는건 아니었는지..
책 표지를 빼서 안쪽을 보면 긴 포스터로 차경의 모습이 그려져있는데..표지 앞의 차경과 다른 인상을 준다..
첫 장면부터 심사임당 눈동자에 집착했던 차경..안쪽의 차경의 눈동자가 다른 이유는..그녀 스스로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수 없었기 때문인건 아니었을까...


#진짜를만들수가없어서요 #강진아 #한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