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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평점 :
"ㆍㆍㆍㆍㆍㆍ그냥 하는 거예요, 그냥. 좋아해서."
"공부를 좋아하시나 봐요."
"그냥, 죽을 때까지 하는 게 아닌가 가끔 생각해서요. 뭐라도 새로운 걸 배우는 것은."
p.025
"놀란다고요?"
"예, 마치 떡볶이를 먹다가ㆍㆍㆍㆍㆍㆍ떡 말고, 대파의 흰 부분 있잖아요? 양념으로 범벅이 된 그 대파의 흰 줄기를 씹은 것 같은 표정을 딱 지어요. 그러니까 너는 배경인데 왜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오느냐, 그런 표정요."
p.033
정말 별것 아닌데. 그냥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김밥천국에, 어느 분식집에 가도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오므라이스인데. 그저 누군가가 차려주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p.103
"세상에는 말이다. 공짜로 크는 사람도 없고, 공짜로 출세하는 사람도 없어요. 남자든 여자든 결혼해서 자식 낳고 잘 키우면서도 사회에서 순조롭게 출세를 했다면 그건 뒤에서 누군가 살림 돌봐주고, 애 키워준 사람이 있었다는 거지. 남자들이 그거 진짜 잘 잊어버리는데. 사람이 그 헌신을 잊어버리면 안 되는 기다. 그게 가족 중에 누구든 말이다."
p.229~230
지금 이 쫄면은, 지금의 자신보다 몇 배는 힘들었을 서른세살의 젊은 엄마가, 조금 철이 들어 집안 형편을 걱정하고 기가죽어 지내던 딸의 손을 붙잡고 동인천으로 갔던, 그날의 추억이 담긴 맛, 엄마의 사랑의 맛이다.
p.346
딱 김밥천국 같은 소설이었다. 전국 어디에나 있어 쉽게 찾아갈수 있고..전문식당에는 그 식당의 메인 메뉴만을 특화하여 판매하지만..수십가지가 넘는 다양한 메뉴들에..어느 메뉴를 선택하든지 실망시키지 않고 평균 이상의 맛으로 만족을 시켜주면서도 가격은 너무도 착한 김밥천국!
그런 김밥천국처럼 전국 어디에서나 있을듯한 평범한 우리네들의 이야기가 김밥천국의 대표 메뉴들과 함께 단편이지만 서로서로 이어져 있는 소설..
평범한 떡볶이에 치즈를 한장 추가하듯 인생에서 무언가를 쌓아가다보면 더 깊은 맛을 더해줄지 모른다는 치즈떡볶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쭉 혼자일꺼기에 내 죽음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 김치만두.
다른 나라 음식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나는 어땠는지 반성하게 만든 비빔국수.
힘내라, 힘내라, 깃토 가쓰!라고 함께 외친 돈가스.
좆같은 새끼, 잘 뒈졌다.라며 먹은 육개장..
사람냄새 물신나는 연작소설이어서 읽으면서 괜시리 북받쳐올랐던 단편들도 여러개였고..
김밥천국을 찾았던 그 모든 이들에게 마음 든든해지는 한끼였기를.,
그래서 그 영양분을 자양분 삼아 앞으로의 삶이 찬란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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