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윤성희 외 지음, 강미연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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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을 뚫어지게 응시해 봤자 돌아오는 건 역시 후회와 숨을 데가 없다는 사실뿐이더군요. 그 숨을 곳이 없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정직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p.075

처음 해 보는 도전이나 시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후회나 두려움처럼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었다.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여러 번 해 본 사람처럼 능숙하게 하고 싶다는 사춘기적 마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해야할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혼자 엉뚱한 짓을 해서 우스광스러워지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마음 같은 것. 때문에 뭔가를 한다는 건 정말이지 부담스러웠지만, 그럼에도 재인은 '한다'와 '하지 않는다' 사이에서는 '한다' 쪽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무조건 남는게 있다고 믿는 편이었다.
p.080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재인은 속으로 '해 본 것' 리스트에서 유독 도드라진 단어들을 읊었다. 독립, 절교, 파혼, 끊어진 관계들의 기록을. 그리고 생각했다. 그 리스트는 흉터가 아니라 근육이야. 누가 날 해쳐서 남은 흔적이 아니라 내가 사용해서 남은 흔적이야. 어딘가에 아직 찾지 못한 근육이 있을 것이었다. 재인은 이제 겨드랑이 뒤쪽에 있는 그 근육의 이름을 알았다.
p.107

"모든 게 화무십일홍인 거라. 후회하고 원망하고 애끓이면 뭐해. 좋은 날도 더러운 날도 다 지나가. 어차피 관 뚜껑 닫고 들어가면 다똑같아. 그게 얼마나 다행이냐."
p.156


제목부터 설레이는 '시작하는 소설'
시작이라는 단어는 보기만해도..듣기만해도 설레고 긴장도 되는것 같다.
이 책에는 '시작'이라는 주제의 일곱가지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친구와의 첫 가출이지만..비행청소년들의 가출이 아닌..성장에 관한 이야기 '마법사들'
첫 정규직 직장에 출근하는 긴장과 설레임, 다짐들이 오롯이 느껴진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보육원에서 처음 만나고 10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스승에게 요리를 배우고..처음으로 혼자서 강의를 하는 '봄의 피안'
한다와 하지 않는다 리스트를 만들어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재인..인생에서 좋지 않았던 기억들조차 해본 것이라는 리스트에 적어놓고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나가는 재인과 자신이 하고싶은 필라테스 강사가 되어 자신에게 놓여진 짜증날법한 일들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은영의 이야기 '근육의 모양'
주차장요금정산소에서 일하는 장애인 주인공. 그녀에게 찾아온 고등학교 동창에 의해 사라졌던 기억들이 돌아오고..자신이 학교폭력 가해자였음을 알게 되지만..오해로 인해 연락이 끊겼던 가족과의 연결고리를 다시 이어나가려 노력하고..그림책작가로써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해나가는 '어제의 일들'
개인적으로 가장 난해했던 달라이 라마의 환생이라 믿었던 아이에 관한 '실뜨기놀이'
돌아가신 할머니 이야기를 하다 할머니의 일기장을 읽어보며 추억하는 손녀. 갑자기 돌보게 된 손녀 손자와..또 갑자기 떠나게 된 프랑스에서의 생활. 말 한마디 통하지않고 주변에 아는사람 하나 없이 낯선 곳에서 친구를 만들게 된 할머니. 그 둘의 관계가 친구였는지 애인이었는지 확실히 알수는 없지만..
낯선곳에서의 관계의 시작을 보여줬던 '흑설탕 캔디'
모두 시작에 관한 이야기들인데 역시 제일 좋았던 작품은 '근육의 모양'이었다.
이제는 뭔가를 도전해볼까 하다가도..내 나이가 몇인데~~라는 생각으로 시작조차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처음으로 해보는 일에 이제는 설레임보다 긴장과 걱정이 먼저 앞서는거 같아서 도전하기가 쉽지가 않다. 언제 이렇게 쫄보가 되어버린건지...
하지만 재인처럼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좌절하거나 힘들어하는 대신 '내가 해본 일'이라고 생각하면 시작하는데 진입장벽이 훨씬 낮아질꺼 같아서 이 책이 참 고맙다!
모두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시작하는소설 #마법사들_윤성희 #백한번째이력서와첫번째출근길_장류진 #봄의피안_조경란 #근육의모양_김화진 #어제의일들_정소현 #실뜨기놀이_박형서 #흑설탕캔디_백수린 #창비 #창비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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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새입니까? - 브랑쿠시와 세기의 재판
아르노 네바슈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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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았다!
예술이라는 심오한 세계에 많은 발자국 앞으로 나가게 해준 책이라고나할까.
현재의 이 시대에도 모두의 공감을 얻지는 못할듯 한데...
저때의 시대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의문을 가지고 벌어질수 있었을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전혀 새처럼 보이지 않는 긴 막대기로 생각했을테니까..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공간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해줌으로써 하나의 예술작품은 그 자체만이 아니라 공간과 함께 할때 진정한 예술작품이 됨을 알려줬다. 그런 기본적인 마음을 품고서 읽기 시작하니 다가가기 좀더 좋았다고나할까..
나처럼 예술쪽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책.
사람은 단 한명도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고..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예술가가 만들어 내놓은 작품을 마주할때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작품을 만들어 낸 작가의 의도가 작품에 들어가 있고..그 의도를 알고 나서 작풍을 바라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는것 같다.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재판으로 인해 예술계가 얼마나 많은 방향성을 열수 있게 되었는지 완전 이해할수 있는 책이었다.
예술에 관해 관심 없는 사람도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마르셀 뒤샹의 '샘'작품에 대한 논쟁..
솔직히 열린마음 갖고있다고 생각하는 나도 그 작품에 대해서는 잉? 아직 100프로 예술작품이라고 인정은 못하겠는데..
이 책 덕분에 '샘' 작품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것 같다.
하지만 오롯이 예술에만 몰두했던 브랑쿠시가 이런 일을 당했을때 얼마나 힘들어했을지..감히 상상조차 안된다 ㅠㅠ 하지만 그에게는 그와 함께 싸워주고 위로해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미국에서는 다행히 예술품으로 인정되어 무관세로 통과됐지만.. 그 이후 작품들도 논쟁이 계속되었고..영국에서는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에휴~~예술가의 삶은 쉽지 않구나...
분명히 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새입니다!!!

#이것이새입니까 #브랑쿠시와세기의제판 #아르노네바슈 #바람북스 #그래픽노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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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숲속 어딘가
린데파스 지음, 이한상 옮김 / 월천상회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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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취향저격 그림책!
도시의 불빛들이 화려해 보이긴 하지만..
확실히 빌딩속에서 부는 바람과 숲속에서 부는 바람은 전혀 다른듯하다.
도시의 소음들에 지쳐있을때 눈덮인 숲을 거닐어 본 사람은 너무 공감할수 있을듯한 그 고요함과 눈밟을 때 나는뽀득뽀득 소리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하지만 그 고요함도 긴시간이 되면 외로워지고..
결국 가장 따뜻함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닐까..
맞벌이로 시간이 없다고들 하지만..
진심으로 소중한건..돈이 아니고 가족임을...
아이를 위한 시간이 그 아이의 삶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아는 어른들이 되길..바래보는 책이었다.
첫장 넘기면서부터 밤하늘 가득한 별에 마음을 빼앗겼는데..
마지막에 오로라까지~~~
크리스마스선물 감사했습니다!

#하얀숲속어딘가 #린데파스 #월천상회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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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창비교육 성장소설 13
보린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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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곳은 절대 안전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는 곳에서는 새 탄생이 허락되지 않는다.
p.216


꿈이 없는 청소년을 위한 소설인가..
고3인 연우. 어느날 교실에서 낮잠을 자다 깨어났는데 투영한 막에 갇힌 느낌이다. 교실안에 존재하지만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고..'당신은 채집되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큐브.
그 안에서 연우는 배가 고프면 도시락에 있는 유부초밥을 먹고 큐브안에 있는 모든것들을 보고 부시고 할수 있지만..졸음이 쏟아지고 깨어나면 큐브안은 모든게 그대로 복원된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모른 어느날 '부적합...조사 종료...서식지로 돌아갑니다' 라는 메시지와 함께 큐브에서 벗어난 연우.
이미 세상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고..짝사랑하던 해고니는 자신의 꿈대로 서핑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원래 선생님의 추천으로 H대 기계공학과를 가기로 했던 연우.
고3인 연우에게 가장 이상적인 장소였던 곳이 교실이었다.
비바람 막아주고..원하는 대로는 아니지만..정해진 대로 자라기 좋은 장소..
얼마나 슬픈 말인가 싶지만...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그 꿈을 위해 나가는 아이들보다 그저 함께 자연스레 흘러가는대로 흐르는 아이들..
우리나라 교육 환경이 그럴수밖에 없는거 아닌가..똑같은 교실에 똑같은 수업을 초.중.고 12년..맞벌이 부모님에 챙겨줄 사람이 없어 하교후에는 독서실 뺑뺑이...에휴 우리나라 아이들 너무 짠하다 ㅠㅠ
연우는 큐브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 운이 좋았다고 할까?
그럼 아이들에게 큐브와 같이 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은 우리 어른이 찾아야하지 않나...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큐브 #보린 #창비교육 #창비 #청소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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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코스트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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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많은 부분들처럼, 그 시계도 위조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끼고 자랑스러워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이 아닌 무언가인 척하고 있으며, 몇몇은 그것을 더 잘해 내기도한다.
p.158

"왜 마치 이걸 즐기는 것처럼 들리죠?"
"솔직히, 은퇴는 그다지 우리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었죠. 지금도 여전히 예전의 능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우리가 쓸모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군요. 말하자면 다시 게임으로 돌아온 거죠."
p.295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 티보듀가 얼버무렸다.
"오, 우리는 그저 은퇴한 사람들입니다." 로이드가 말했다.
p.306

역시 미스터리 스릴러는 실패가 없다니까!
현역들이 아니어서 더 정감가고 좋았나?
메인주 퓨리티라는 한적한 마을에서 소와 닭등을 키우며 살고있는 60세의 매기 버드. 그녀는 16년전 CIA에서 은퇴후 이곳에서 친구들과 편안한 삶을 살고있는데..
어느날 자신의 집에 누군가 침입을 하고 그녀는 자신을 비앙카라고 소개하며 16년전 시라노 작전을 함께 했던 다이애나 워드가 사라졌다며 복귀를 권하는데.. 그녀에 관한 일이라면 더욱 상관없다며 비앙카를 보내고.. 친구들과 모임을 하던중 옆집 캘리에게서 자신의 집에 무슨일이 생긴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가보니 이마에 두발의 총자국이 난채로 죽어있는 비앙카를 보게 된다.
사라진 다이애나와 사망한 비앙카. 16년전 시라노 사건은 무엇이었고..왜 16년이나 지난 지금 그 사건이 파헤쳐지고 매기를 노리는 사람은 누구인걸까...
그리고 은퇴 후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듯했던 매기의 친구들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경찰보다 정보도 빠르고 분석력도 최고인건지..
현재의 매기와 과거 현역시절의 매기 이야기가 교차로 나오는데..
사랑에 빠진 한 여성으로서의 매기의 모습도 나오고..
자신의 직업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도 하고..
전직요원이었지만 시간이 흘러 60세가 된 요원들의 신체적인 뒤처짐..그치만 여전히 뛰어난 두뇌와 우정!
범인이 누구인지 찾는 건 중요한 일은 아니었던것 같다.
사람과의 깊은 관계를 맺기가 힘든 CIA 요원이라는 직업으로 인한 외로움..
하지만 인간인지라... 한번 맺은 인연을 거부할수 없고 인생에서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앞으로는 더 행복할 매기의 인생을 응원한다!
마티니 클럽시리즈로 벤과 데클란. 잉그리드와 로이드가 현역때 겪었던 작전들 얘기도 나오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

#스파이코스트 #테스게리첸 #미래지향 #미스터리스릴러추천도서 #tv시리즈제작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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