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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두려움 버리기
정혁규 지음 / 상상나무(선미디어) / 2012년 10월
평점 :
대체 이 출판사는 이런 책을 왜 냈을까?
역시나 책은 표지를 보고 선택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교훈을 절실하게 실감한 책 이였다
겉표지에 소제목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 ‘언젠가 만나야 하는 죽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라고 쓰여져 있는데 정작 저자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모르는 듯 해 보임은 물론이거니와 죽음에 대한 이해를 잘 못하고 있어 보였고 정작 본인은 죽음에 대해 많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를테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가 무엇에 그리 애착을 두기에 유언장에 집착하고 유산에 집착한단 말인가? 이 사람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 유언과 유산 상속 순위를 적고 또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런 사고야 말로 죽음과 삶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받았다 사후가 걱정된다는 것은 죽음이 두렵다는 것으로 이해 할 수 밖에 없다 더더욱 이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낀 것은 요즘 같은 시대에 족보를 운운하거나 죽기 전에 문중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거나 하는 말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쓰고 책에도 그런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죽음은 죽음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저 들판에 잡초가 생명을 다하고 죽는 것이나 인간이 죽는 것이나 죽음 그 자체는 생명의 소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인간이라고 하여 죽음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순일 것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이 왜 죽음을 언급할 자격이 미흡해 보이는가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유언장, 유산, 족보, 문중 등을 언급하여 자신은 이미 죽음 이후를 생각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죽음 이 후에도 이 사람은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죽음 후에 자신이 남겨 놓은 것에 대한 애착을 죽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고 죽음 앞에서도 최소한의 체면치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삶일 것이다
내일 아니 지금 당장 죽음의 목전에 다다라도 의연하고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 말로 삶과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유언장대로 후손이 자신의 말을 따르게 하려는 것, 유산의 적절한 분배로 자식들에게 욕을 덜 먹고 싶어 하는 심정, 족보에 이름을 남겨 죽어도 살고자 하는 욕망, 문중에게 아첨하여 죽어서도 친척들에게 칭찬 받고자 하는 그런 것들이야 말로 죽음의 본질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임을 모르고 이런 책을 세상에 내놓으려 한 용기가 안타깝다
철학, 종교, 공포, 불안.. 등등 소제목 하에 많이 다루기는 했는데 네이버 검색만 하면 알 수 있는 평범한 상식들의 열거를 보면서 혹시나 하며 읽었는데 끝까지 별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나마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부록에 있는 각 종 죽음과 관련된 서식들이 였다
이 책에 관해 이렇게까지 부정적 견해를 가지게 된 것은 사실 책의 도입부와 자살에 대한 이 사람의 생각 이였다 책을 열자마자 살면서 누구나 겪는 경험을 자신만 특별히 겪는 것처럼 본인 어머니의 죽음을 지루하게 나열한 점과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자살은 나쁜 것이라며 몰아세우는 지적 수준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남에게 전가하려 하지 않는 자살자는 자신 혼자 모든 것을 떠안고 죽음으로 세상에 저항하는 것이다 부디 자살자를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좀 더 인간애에 대한 진실한 이해와 연구를 해 보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