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페친님을 통해서 나심 탈렙의 <블랙 스완>을 읽고 충격을 많이 받았었죠. 그런데 그 분께서는 <행운에 속지마라>를 더 추천하셨습니다. 절판이라 계속 못구하다가 개정판이 작년 연말에 출간되서 샀습니다. <안티프래질>은 사놓고도 못 읽고 있는데 두툼해서 엄두가 안나네요.

초판과  개정판 모두 번역자가 이 건 교수님이셨군요.  나심 탈렙의 설명이 그리 친절한 편이 아니라 두서없이 왔다갔다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기한데 문장은 쉽고 간결합니다. 이 건 교수님 말씀대로 번역은 독자를 위한 것이지 원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가독성있게 잘 번역해주셔서 좋았습니다.

블랙 스완에서 서술된 아이디어들이지만 좀 더 개인사적인 이야기와 아이디어의 원류 위주로 설명하고 있어서 <블랙 스완>보다 더 나았던 것 같습니다. 그 땐 좀 장황하고 현학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계량경제학에서 출발해서 통계학, 인지과학(과학철학), 인지심리학, 진화생물학 등에 대해서 본인이 읽어온 책과  경험한 것들을 간결한 지혜로 풀어놓고 있는데 결국 '인간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우리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기 때문에 금융이나 투자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모두까기의 대가인 나심 탈렙이 제일 싫어하는 세 부류가 MBA 출신 금융인, 언론인, 일반인 서평쟁이인 것 같은데 제가 바로 세 번째 부류라 뜨끔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서평은 책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서평을 쓰는 사람의 지적 수준을 드러낼 뿐이라는 독설이 맞는 말이라 ㅠ.ㅠ

저자가 유이하게 존경(인정보다 더 높은 수준)하는 사람이 칼 포퍼고, 그의 사상을 구현한 조지 소로스인데  저는 칼 포퍼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기회가 되면 읽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빌려읽지 마시고 사놓고 생각날 때마다 책장에서 꺼내서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매일 실제 경험을 통해서 인간의 인지적 편향을 극복하고 있는 나심 탈렙을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책을 다시 읽으며 인간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는 효과는 있으니까요.

여담으로 중등과정 수학교육의 핵심 목표가 미적분의 기초를 이해하는 것에서 확률의 기본을 이해하는 걸로 바뀌는 것이 대다수의 시민들에게는 훨씬 유용하다고 생각되고요.

참고로 이 책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면 적어도 인용한 로젠 로즈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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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쪽

얼마 전 나는 식당에서 이 책의 초고를 읽어준 트레이더 로렌 로즈와 식사를 했다. 우리는 동전을 던져서 밥값을 계산할 사람을 정하기로 했다. 내가 져서 돈을 냈다. 그는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려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자기가 확률적으로 절반을 냈다고 말했다.

81쪽

빌려온 지혜는 틀리기 쉽다. 그럴듯한 논평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상식은 18세까지 습득한 오해의 종합체에 불과하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떠오른다.

85쪽

수학은 사고의 도구이지, 계산의 도구가 아니다.

100쪽

소음과 정보를 구분하자면, 소음은 언론에 비유할 수 있고 정보는 역사에 비유할 수 있다.

147쪽

중요한 것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아니라 돈이다. 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얼마를 버느냐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자주 이익이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그 결과 발생하는 이익 규모다.

287쪽

사람들이 내게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며 훈계할 때 가장 화가 난다.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아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314쪽

충족을 추구하는 사람과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람 사이에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대개 충족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그는 인생에서 원하는 바를 미리 정해놓았고, 충족을 얻는 순간 멈출 줄 안다. 목표를 달성해도 욕망을 계속 키워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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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운명의 캉캉
박정윤 지음 / 푸른역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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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씨의 생애에 대해 몇 년간 자료를 수집한 끝에 펴냈다는 소식에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요? 많이 아쉬웠습니다. 제가 묘사를 기대했던 그녀의 유년기부터의 행적들이 소략하게 몇 문장으로 처리된 부분이 너무 많네요.

그녀의 불꽃같은 삶을 한 권으로 압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굳이 가공의 인물과 다양한 플롯, 액자의 액자 구성이 필요했을까 싶네요. 차라리 분량을 두 세 권으로 늘리는 편이 나았을텐데.

쪽글도 끙끙거리는 주제에 등단하신 작가분께 심한 악담이지만 나혜석이라는 인물의 발굴자라는 왕관을 쓰려는 이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애지중지하는 5만원권의 도안에 나혜석씨가 들어갔어야 하는 사람이라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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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건축대학의 유현준 교수라는 분께서 쓰신 책. 조금 성의없게 지은 듯한 제목보다는 부제인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 그나마 좀 낫다. 사내 도서관에 새로들어온 책으로 잘 보이는 곳에 놓여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안봤을 듯 싶다.

우중충한 날씨때문에 팝콘 깨물어 먹으며 읽었다. 캐러멜 팝콘도 달콤했지만(수북히 두 그릇 먹었다 ㅠ.ㅠ) 유학에 건축사무소 실무까지 하셨던 분이 언제 이렇게 다방면의 책을 많이 읽으셨나 탄복했다. 그 지식들이 건축이 아닌 분야에 대한 오지랖이 아니라 본인이 느낀 공간디자인과 도시계획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적절하게 쓰이고 있어서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제1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를 처음 보면서부터 감탄했다. 주관적인 인상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논리적으로 정량분석을 통해 간결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정말 아름다웠다. 마야 린의 베트남 기념관 현상 설계 공모작에 대한 부분도 버금갔고.

건축에 문외한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책을 여러 권 읽어봤다. 외국사람이 쓴 책도 있었고. 하지만 이 책이 개중 가장 빼어나다. 특히 도시사회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정반대쪽인 도시계획과 건축에서 출발해서 도시를 이해하고자 접근해온 이 책을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나중에 이 분이 우리나라의 주요 신도시들의 도시계획에 대한 비평을 책으로 엮어주시면 꼭 사봐야지.
정말 좋은 분석들이 많은데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아서 몇 단락만 추려서 인용하느라 혼났다. 스승의 날 기념으로 이 책을 한 권 사서 교수님께 선물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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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티셔츠 경제학
피에트라 리볼리 지음, 김명철 옮김 / 다산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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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사진은 탄자니아의 만제스 시장에 진열되어 잇는 미국인들이 입던 헌 티셔츠

조지타운대에서 국제 비즈니스와 국제금융을 가르치던 저자 피에트라 리블리는 19992월 어느 추운 날 교정에서 반세계화시위를 하는 학생들에게 뭔가 중요한 것을 잘못 알고 있음을 말해주고 싶어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쓰면서 저자는 세계화 논쟁의 양 진영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함께 인간의 생존환경 개선에 공조하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저자는 1999년 봄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 해변의 월그린 매장에서 5.99달러짜리 티셔츠를 하나 산다.그 티셔츠의 일생을 추적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서부 텍사스의 목화농장에서 수확된 목화 수확물 중 면사를 짜는 린트 500그램이면 티셔츠 3장을 짤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동물사료, 튀김용 기름, 셀룰로오스 등으로 소비되고. 조면기를 거쳐 볼륨을 줄이기 위해 잔뜩 압착된 린트는 트럭과캘리포이나 롱비치 항구를 통해 상하이의 면방적공장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그 옆의 재봉실에서 만들어진 티셔츠는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고, 나중에 구매자가 수거함에 버리게 되면 수거업자에 의해 분류되어 아프리카까지 세계각지로 수출되어 다시 팔린다.

 

언뜻 보면 굳이 책 한 권이 필요할까? 싶은 단순한 내용인데 이 책이 빛을 발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자유무역과 비교우위에 따른 완전경쟁시장의 작동을 막는 무수한 '정치적인' 요인들이 작동하는 구조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밝힌 결론대로 "티셔츠의 일생은 분명 경쟁적인 국제시장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그러한 영향을 촉발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경쟁적인 시장보다는 시장을 회피하려는 수단과 더 깊은 관계가 있다. 치열한 경쟁시장은 누구든- 이를 찬미하는 사람들조차 피하고 싶어한다. 티셔츠가 생산되는 각 단계에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승리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경쟁을 회피하려는 노력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경쟁 그 자체보다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내가 대학 새내기시절 세계화에 대해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읽던 시절 저자가 이 책을 쓰고 있었던 셈인데 이미 내 생각이 돌고 돌아와 저자가 말하는 바와 유사한 생각을 갖게 된 시점에서 이 책을 만나다니.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좋았을 걸. 좋은 책이고번역 출판한 때가 2005년인데 벌써 절판이라는게 좀 의외다.

 

이 책을 통해서 인도 - 영국 - 뉴잉글랜드(미국) - 남부 피드먼드(미국) - 일본 - 한국/대만 - 중국 - 베트남 - 방글라데시로 이어지는 대항해시대 이후의 면직물 산업의 국제적인 흐름에 대해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부가적인 소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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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002년도 농업법은 목화 재배농들에게 1파운드당 최소 72.24센트의 수입을 보장해주었다. 2004년 중반 목화의 세계 평균 가격은 1파운드 당 38센트였기 때문에 미국의 목화 재배농들은 목화의 시장 가격보다 2배 가량을 더 받았다.

 

140

 

전 세계 여공들은 다른 대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처음 공장을 찾는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온순할 수 밖에 없다. 노동력 착취 공장은 이상적인 노동자의 특성을 지성이나 창조성이 아닌 온순함에서 찾는다.공장은 대안이 없는 젊은 여성들에게 선택권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녀들은 기술을 습득한 뒤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도 한다.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온순함을 길러온 이들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 선택권을 얻고 난 뒤에는 차츰 과거의 수동적인 모습을 잃어간다. 어느 나라, 어느 공장에서든 여성들은 상관에게 맞서 자신들의 가능성을, 스스로의 선택권을 넓혀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섬유업계에서 이상적이라가 생각하는 노동자의 모습은 잃어갔지만, 독착성, 결단력, 팀워크를 필요로 하는 산업에는 적합한 노동자가 되어 갔다. 바닥을 향한 경쟁이 진행되는 동안 기업들은 다른 분야로 사업을 옮겨갔으며 섬유 공장들은 문을 닫았다.

 

172

 

대체적으로 의류 수업에 대한 제한 및 규제는 재무부, 상무부, 하원, 미국 통상대표부, 범정부간 협의체인 섬유협정 이행위원회는 물론 수백 명의 로비스트와 변호사들에 의해 문서화되고, 관리되고, 집행된다. 실제로 어떤 연구서는 11개의 박스와 수십 개의 화살표가 그려진 도표를 실어 섬유 및 의류 무역에 정부가 어떻게 간섭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2002년 초, 미국 섬유 및 의류 수입자 협회의 홈페이지에는 일, 시간, 분 초 단위로 MFA의 시한을 표시하는 시계가 있었다. 200511MFA의 만료가 예정된 시간에서 의류 수입업자들은 그들이 싸워야만 했던, 미국 역사상 가장 복잡한 무역 보호정책의 남은 수명을 정확히 계산해볼 수 있었다.

 

182

 

면직물 및 의류 수입을 제한한, 미국의 정책은 뜻하지 않게 무역 상대국으로 하여금 상품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키고,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같은 대중적인 인조직물 및 모직물 판매에 전력을 다하도록 했다.

 

196

보호무역제도로 수천 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살아남은 일자리는 각종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는 데 관계한 워싱턴의 로비스트들과 관료들의 자리였다.

 

203

 

미국의 쿼터제가 가져온, 가장 부정적인 결과는 엉뚱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쿼터는 사실상 옵션이며, 투자자라면 누구나 알듯이 옵션은 가치가 있다. 전 세계 수십 개국에 쿼터를 할당함으로써 미국은 자국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 수 있는 권리인, 가치있는 옵션을 마치 선물인 것처럼 분배해버렸다.

(중략)

만약 중국이 쿼터를 팔아 벌어들인 95백만 달러의 수입을 2003년 실직한 98,000명의 미국 섬유업계 노동자에게 나누어 주었다면, 노동자 한명 당 적어도 9,000달러 이상을 직업훈련 등에 쓸 수 있었을 것이다.

 

213

 

1600년대 후반 영국 의회는 수입 면제품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여름에는 면직물이 좋다고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는 자들과 모직업계를 옹호하는 자들이 서로 으르렁거렸다. 오늘날 미국의 사정과 마찬가지로, 모직업계는 이권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예를 들어 1689년 의회에 도입된 법령에 따르면 면직품은 오직 여름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모든 성자들의 축일부터 성수태고지의 축일까지 누구나 양모 말고는 다른 어떤 의류도 착용할 수 없다.) 또한 모직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 특정 집단의 의복을 법률로 규정하기에 이르렀다.(모든 치안판사, 재판관, 대학생, 교수들은 반드시 모직물로 만든 가운을 일년 내내 입어야만 한다.)

 

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모직업계는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법령을 변경했다. 또 다른 법령에는 5파운드 이상의 수입이 잇는 하녀들은 오로지 모직 모자만 써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1700년대에 이르자 의회는 오직 한 집단에만 모직옷을 가용할 수 있었다. 그들은 모직물을 입어도 간지러움을 느끼지 못했고, 하녀들보다도 더 권리가 없는 집단이었다. 법령에는 다음과 같이 규정되어 있었다.

 

"어떤 시신이건 오로지 양모 외에는 매장될 때 어떠한 수의도 입힐 수 없다." 이와 관련된 짤막한 시가 지어졌다.

 

"살아 있는 이들은 견딜 수 없었기에

결국은 죽은 이가 입어야만 했네."

 

246

 

어떤 구제 티셔츠는 특히 유럽, 뉴욕, LA에서 인기가 좋다. 예를 들어 서니의 고객들은 1970년대 락밴드 티셔츠에 기꺼이 고액을 지불한다. 따라서 작업자들은 이런 티셔츠를 잘 골라내어 '빈티지'로 분류해놓아야 한다. 롤링 스톤스의 티셔츠를 아프리카로 보내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다. 아프리카 소비자들은 롤링 스톤스를 모를 뿐 아니라 눈에 띄게 낡고 찢어진 티셔츠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상급의 롤링 스톤스 티셔츠(예를 들어 1972년 밴드 퉈)는 빈티지 상점에서 300달러 가량에 팔린다. 만약 그런 티셔츠가 아프리카향 화물에 섞인다면 스터빈 일가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269

 

어떤 사람들은 자선의 목적으로 기증된 옷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무료로 기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입을 금지해도 미툼바 거래를 근절할 수 없듯이 이러한 생각은 실효성이 없다. 아무리 막는다 하더라도 기증된 옷들은 은밀하고 재빠르게 미툼바 시장으로 보내어진다. 조사 결과, 기증된 옷은 진정 옷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보다는 바로 미툼바 시장으로 보내어짐이 밝혀졌다. 또한 아시아 난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옷들도 속속 시장으로 향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편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자선활동은 필요한 사람에게 옷을 공급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 에드 스터빈과 제프리 밀론지 같은 사람이 없다면 기증된 옷들은 대부분 창고에서 썩기 마련이다. 순수한 자선활도에 의해서는 기증된 옷을 분류하고, 등급을 매기고, 배분하는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난 구호 조직들은 옷을 재난 지역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275

 

미국의 지독한 소비열은 구제옷의 공급뿐만 아니라 해상 운송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2003년도 미국의 무역적자는 5,32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물 운송비가 미국에서 나가는 화물 운송비보다 비싸지게 되었다. 또한 미국에서 나가는 화물운송비는 다른 지역의 화물 수요도 반영한다. 그러므로 미국과 커다란 무역불균형을 보이는 나라는 화물 운송비 역시 불균형을 보이게 된다.

 

2003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240억 달러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중국으로의 수출보다 약 5배 많았다. 5만 파운드의 옷을 실을 컨테이너를 뉴저지에서 중국까지 실어 나르는데 약 400달러가 드는데 이는 브루클린에서 뉴저지 항까지의 트럭 운송비가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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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푸드 룰 - 세상 모든 음식의 법칙
마이클 폴란 지음, 서민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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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타임즈에 기고하는 믿고 보는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의 책. 저자는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을 펴내기 위해 2년 동안 영양소에 대해 연구했는데 '대체 뭘 먹어야 하나'는 굉장히 복잡할 수도 있는 문제의 해답이 단 9개의 단어만으로 충분히 결론 내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음식을 먹어라. 너무 많이 먹지 마라. 되도록 식물을 먹어라."

 

이 책은 제3개의 장 64개 조문으로 이뤄진 <인간 식생활 기본법>이라고 이해하는게 좋다. 책 자체가 국회의원이 제출하는 법률제정의안 정도의 내용과 분량이기도 하고. (조문의 체계상 같은 조의 항으로 들어가야 할법한 조문들도 보이는데 그건 뭐 중요한 건 아니다.)

 

마이클 폴란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음식을 먹는 데 있어서 대단한 비결이나 풍부한 지식은 필요하지 않다. 몇가지 기본 원칙만 지키면 되고 그 원칙은 선조들의 경험에 기대는 편이 TV광고보다 훨씬 낫다는 정도인 듯.

제1장 무엇을 먹어야 할까? (음식을 먹는다.)

 

- 제1조 음식을 먹는다. '음식처럼 생긴 먹을 수 있는 물질'을 먹지 않는다.
- 제19조 공장에서 만든 음식은 먹지 않는다.

 

제2장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어야 할까? (대체로 식물을)

 

- 제23조 육류는 입맛돋우기용 또는 특별식으로 이용한다.
- 제24조 네 다리(포유류)로 서 있는 것보다 두 다리(가금류)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고, 그 보다는 다리 하나(버섯과 채소류)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다.
- 제32조 기름기가 많은 작은 생선을 무시하지 않는다.
- 제34조 음식에 직접 설탕과 소금을 넣는다.
- 제39조 직접 요리해 먹는다면야 정크 푸드를 얼마든지 먹어도 좋다.
- 제40조 보충제를 챙겨 먹는 사람처럼 행동하되, 보충제는 먹지 않는다.
- 제43조 저녁을 먹을 땐 와인 한 잔을 마신다.

 

제3장 어떻게 먹어야 할까? (너무 많이 먹지 않는다.)


- 제44조 비싸게 사서 적게 먹자.
- 제46조 배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
- 제47조 심심할 때 먹는 게 아니라 배가 고플 때 먹는다.
- 제49조 천천히 먹는다.
- 제52조 접시와 컵을 더 작은 것으로 구입한다.
- 제58조 먹는 건 식탁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 제61조 밥그릇을 깨끗이 비우지 않는다.
- 제62조 공간에 여유가 있다면 채소밭에, 그렇지 않으면 창가화단에 채소를 심는다.
- 제63조 요리를 한다.
- 제64조 가끔은 법칙을 어긴다.

 

난, 제62조와 제63조는 잘 따르고 있지만, 제23조와 제61조는 꽤 자주 위반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법의 제정된다면 (나도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순응성이 좋을 조문은 제43조와 제64조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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