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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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해독제가 주는 독을 마침내 깨달은 15년차 과학전문기자가 쓴 과학과 진화론의 위대함에 대한 탁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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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 철근 콘크리트를 사랑하는 일. 건설 엔지니어 일일드라마
양동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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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라는 직업을 남의 저작물을 공짜로 도둑질해가서 돈버는 직업으로 전락시킨 양심없는 사람들 소식을 들은 직후에 큰 위안을 받네요.

<전지적 건설엔지니어 시점>을 쓴 양동신 작가님은 토목공학을 전공해서 인프라시설 건설 경험을 다수 쌓은 엔지니어로 <아파트가 어때서>를 썼던 분입니다.

책에 나온 자전적인 내용들에 비추어 볼 때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대학 입시에서의 낮은 점수로 원했던 학교와 전공을 선택하지 못했고, 주변에 건설업을 이해하는 어른이 한 분도 안계셔서 자신이 선택한 전공으로 회사에 취직하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알기 어려웠던 20대 초반의 자신과 같은 도시/토목공학 전공자들에게 중견의 현직자로서 경험을 주고 싶어서 였다고 짐작됩니다. 그래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요.
(요즘 공대에서 입학 커트라인이 가장 낮은 학부가 토목공학이라던데 ㅠ.ㅠ)

기본적으로 실용학문인 ’토목/건축‘공학을 전공하고자하는 학생이나 그 부모님, 이들 학부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에게 딱 맞는 책입니다. 겨우 13,500원에 이런 업계 현직자의 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 제가 직업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확인했죠. 자기계발서는 책을 쓰는 사람이 돈 벌려고 파는 종이쓰레기 혹은 독극물이지만, 이런 겸손한 직업에세이는 실제로 독자들의 자기계발을 돕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요.

일부만 발췌하면 흔한 조언들 같지만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직업인 건설엔지니어들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들을 담겨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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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쪽

쾰른성당은 수백 년에 걸쳐 일반 시민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비슷한 148m높이에 연면적은 쾰른성당의 21배에 달하는) 미래에셋 센터원과 같은 빌딩은 고작 4년의 공사기간 안에 사회적 효용이 높은 구조물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냈다. 게다가 미래에셋 센터원은 완공 후 기부채납을 통해 빌딩 앞 광장과 건물 1층을 개방하고 있는데, 이쯤 되면 현대건축물의 사회적 효용은 과거의 그것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건설 엔지니어로서 역사적인 건축물의 가치를 매우 높이 평가하는 대 동의하기 어려운지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136쪽

우리가 다니는 보도나 도로 밑에는 대부분 공동구라 하는 콘크리트 박스가 존재하며, 그 공동구 안에는 전력, 통신, 수도, 가스, 난방 등의 시설이 존재한다. 심지어 각 지자체 시설관리공단은 24시간 순찰 및 점검을 하며 매일같이 해당 구조물의 안전을 점검한다. 이렇듯 당연히 안전하게 존재해야 하는 시설물은 매일같이 누군가의 유지관리를 받고 수십 년간 잘 가동되는데, 어느 한순간 홍수나 한파로 인해 고장나면 엄청난 죄를 지은 것 같이 비난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면, 학교에서 우리 주변에 있고, 있어야 하는 사회 인프라 시설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가르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171쪽

미국에서 한국의 기술사에 해당하는 PE의 2015년 평균합격률은 56%라 한다. 이게 영국으로 가면 65%, 호주 70%, 네덜란드는 심지어 90%까지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술사가 된다고 해서 해당 선진국의 구조물이 한국의 구조물보다 부실하다고 볼 수 있을까? 되려 전국 700만 개가 넘는 건축물의 안전이 고작 연간 50명 내외로 선발되는 건축구조기술사에 의해 관리되는 현실을 걱정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을까. 실상 건설회사에 가보면 기술가 자격증이 없는 직원들이 오히려 더 높은 업무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으며, 머리가 희끗한 기술사는 책임지고 도장 찍는 일만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와 같이 자격증의 수를 제한하면 할수록 기득권의 지대는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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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 철근 콘크리트를 사랑하는 일. 건설 엔지니어 일일드라마
양동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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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건축공학을 전공하고자하는 학생이나 그 부모님, 이들 학부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에게 딱 맞는 책. 겨우 13,500원에 이런 업계 현직자의 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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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햇볕의 집 - 오십, 지리산을 펼쳐 집 한 권 썼습니다
김토일 지음 / 미니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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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중시하는 것들과 취향에 맞춰 전원주택을 구상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유려한 문장으로 공유해주시네요. 책에 실린 직접 찍은 사진들도 사진작가의 작품들처럼 느낌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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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햇볕의 집 - 오십, 지리산을 펼쳐 집 한 권 썼습니다
김토일 지음 / 미니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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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자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거실 통창 사진에 반해서 알게된 분인데 책으로 펴내셨네요.

그간 꽤 많은 전원주택 건축주들의 건축 후기를 읽었습니다. 지식과 경험담 위주로 실용적인 조언을 해주는 고마운 책들이 대부분이었죠. 가끔 자신의 취향과 구상에 따라 완성한 집에서 지내며 느끼는 감정까지 담은 에세이들은 더 각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바람과 햇볕의 집>의 문장들에서는 다방면의 독서와 문화적 경험이 엿보이고, 땅을 사고 집을 지은 경험 외에 바깥일하는 아내와 부업하는 주부인 남편으로 구성된 아이없는 부부 2인 가구의 하동군 화개면 귀촌 생활까지 담겨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옥 외갓집의 기억, 사는 공간을 꾸미는 취향, 스페인 신혼여행, 아이없는 부부생활처럼 저와 비슷한 부분을 발견해가면서 재미나게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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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쪽

공사 도중, 계획에 없던 일들은 봄철 고사리순 돋듯 여기저기서 솟아올랐다. 바로 해결을 보지 않으면 문제가 사고가 되고, 사고가 절망이 되었다.

69쪽

정밀하게 설계된 계획들은 보이지 않는 무수히 많은 틈을 가지고 있었다. 틈 사이에 빗물이 고이고 흙이 쌓이고 이름 모를 풀씨들이 날아와 예상에도 없는 것들이 자랐다. 빈틈을 파고들어 자라는 것들의 뿌리는 계획의 본체에 금을 내기도 했고, 반대로 엉성한 계획을 다잡아주기도 했다. 때론 원본보다 더 멋진 사본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204쪽

화개로 귀촌하면서 말없이 견뎌야 했던 것들, 새로 얻은 직장에서 일어난 일들과 마음 쓸림들, 나에게 야속했던 부분들이 대개는 비유로 저만치 돌아서 내게 다가온다.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겨울은 가고 봄은 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 앞에서 용해되고 풀어져서는 애초에 문제가 아닌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아내의 속내에 밑줄을 쳐놓고 일상의 한쪽으로 접어 표시해 둔다.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아내에 대한, 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아내와의 저녁 산책은 그렇게 서로에게 접속해 온도를 맞추거나 서로를 독해하는 걸음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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