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역 - 이상한 분기역의 비밀과 오차 수정의 길
전현우 지음 / 이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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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우리사회에 이런 책이 필요하고, 저도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사놓은 책을 읽는데 거의 3년 반이 걸렸네요.

대한민국 철도교통의 척추를 뒤틀어놓은 이 ㅇㅅ역을 매주 한 번 이상 오가다보면 욕이 안나올 수가 없습니다. 오죽하면 점잖으신 지구본연구소의 최준영 박사님께서 '오송역은 모든 아집과 망상이 만들어낸 실패가 집약된 곳이었다. 지역개발도 교통편의도, 하다못해 주변지역의 그럴싸한 발전도 달성하지 못한 실패의 총합이 오송역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추천사 중 발췌)고 하셨을까요.

이 책은 한반도의 지질학적 특성부터 시작해서 일제시대 조선중앙철도주식회사가 만든 충북선의 정류장으로 출발해 승객이 적어서 폐지되었다가 화물역으로만 남아있었던 오송역이 경부선 KTX역, 호남선 고속철도 분기역이 되서 지금도 주변도시들의 광역교통체계를 개선하지 못하게 막는 걸림돌이 되는 현실을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자유연구자의 관점에서 백서처럼 정리하고, 2010년 개통 이후에 남은 문제들에 대한 개선방안까지 제시합니다.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제가 다니는 직장의 선배들이 여러 플레이어 중에서도 가장 오래 참여한 플레이어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판단과 제안을 했던 행위자였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 위안이 되기는 합니다.

다만, 오송역 분기의 과정을 되짚어가다보면 지방자치제에 대해서 깊은 회의를 갖게 됩니다. 물론 스탈린이나 모택동이 초래한 대기근같은 강력한 중앙집권 독재자의 정책결정으로 인해 참혹한 대가가 발생한 사례들이 부지기수죠. 하지만, 적어도 교통시설 건설계획 문제는 지방자치제가 장기적인 시야로 국가전체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의 철도망 구축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2023년에 연구용역이 발주되었고, 원래 2025년 7월쯤 발표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수 차례 연기된 끝에 지금까지도 발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진행 중인 평택~오송 2복선 공사가 끝나더라도 오송역의 구조상 확충된 선로용량을 제대로 활용도 못한다고 하네요.

오송분기에 영향을 미친 신행정수도 입지에 세워진 '세종시'에 살다보니 저도 '원죄'를 나눠진 느낌이지만, 고속철도 분기역 오송역 개통 후의 모습을 보면 제5차 계획이 발표되고 전국에 '미니 오송역'이 얼마나 생길지 답답할 따름입니다. 탄소중립이 필요한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은 맞지만, 도시철도가 없는 국토의 중심부에 있는 중소도시에 사는 자동차 소유주 입장에서는 자동차 이동의 편리함을 예찬하게 되고요.

이 책을 올해의 책으로 추천하지만, 저도 다시는 읽을 것 같지 않네요. 이런 책은 읽기가 참 힘들어서요. 읽기도 힘들고 쓰기는 더 힘든 책을 쓰신 전현우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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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쪽

정말로 만시지탄이지만 당시 건설교통부는 최소한 두 개의 지시를 더 내렸어야 했다. 오송 분기 결정이 가진 단점과 그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오차 수정 과정을 명시적으로 권고하는 문서를 생산할 것, 이 문서에 따라 오송 분기 결정이 가진 오차를 수정해 나가도록 정부와 지방 정부에게 명령하는 이행 감시 위원회를 설치할 것.

271쪽

세종시 계획가들의 생각과 현실 사이의 오차는 이러했을 것이다. 연담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거부하기 위해, 고속철도와 광역철도망이 도심과 걷기 공간과 시내 대중교통망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무시하고 인구와 산업 입지의 지역 내 거점 집적을 부르는 방향의 메커니즘은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내부 대중교통이 주변 망과 단절된 결과, 청년층처럼 대중교통에 의존하는 인구에게는 불리한 교통 환경이 구성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세종시-오송역 복합체는 수도권과 주변부 사이의 '이중 교통 환경', 즉 각 도시의 중심부로 철도망을 비롯한 대중교통망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주변부 도시에서는 승용차가 교통망을 주도하는 상황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의 개발을 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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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역 - 이상한 분기역의 비밀과 오차 수정의 길
전현우 지음 / 이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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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구자의 미덕이 100% 발휘된 대한민국 교통계획 역사상 최악의 의사결정 사례인 오송역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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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구락부
이화경 지음 / 한길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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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중반이었던 남녀의 풋사랑이 격변기의 시대상에서 어떻게 정치의 소도구로 쓰고 버려지는지에 관한 충분히 있었을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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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구락부
이화경 지음 / 한길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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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경 작가님의 장편소설 비밀구락부를 읽으면서 2023년에 읽었던 단편소설집에 수록되어 있던 노라의 뽄에서 이미 나왔던 문제의식을 저자께서 일제시대부터 한국전쟁 종전까지의 현대사로 확장시킨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저한테는 이미 역사의 영역이었지만, 한국에서 살아온 1960년대생으로서 이 나라의 건국까지를 저자 자신의 시각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하고 싶으셨던게 아닌지. 한국인으로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원작인 박상연 작가의 DMZ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이 이야기에서 등장한 네 명의 주요 등장인물 천아지/천애란(김수임), 채현욱(이강국), 에이든(베어드 대령), 주드(CIC 요원)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봤습니다. 이들 모두 가난했고, 주류들에게 무시받지 않기 위해 계속 성취로 자신을 증명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인물들입니다. 에이든 헌병대장을 아일랜드계로 설정한 것에 감탄했네요.

그리고, 이미 센세이셔널한 에피소드인 이강국-김수임의 관계를 대중들이 좋아할만한 치정물로 다루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그 전개를 처리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채현욱이 단 한 번도 자신의 아내와 독일 유학까지 지원해준 처가(처남)에 대해 미안한 기색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던 모습이나 애란을 찾으면서도 정작 아내와의 관계는 정리하지 않은 비겁함이 현실적이었고요.(조용히 채현욱을 데려간 처남이 진짜 보살..)

혁명가라는 직업 자체가 보통 자아가 비대하지 않으면 어렵고, 배우자가 있으면서도 남들에게 드러내놓을 수도 없는 밀회밖에 없는 관계에 낭만을 치사량만큼 들이부을 수 있다는 건 역사 속의 무수한 사례들이 있으니까요. 당장 스무살 연하의 레이디를 그녀의 엄마가 같이 있는 앞에서 꼬신 이승만 박사도 있고요.

저는 다만 홀어머니와 살다가 11세에 민며느리로 팔려갔던 빈민가 출신의 천애란이 바랐던 인생의 Go Forward가 꼭 이런 방향이었어야 했을까 싶어서 아쉽습니다. 아무리 모태솔로였다고 하고 썸남이 당시 경성제대 법문학부 출신의 독일 유학파라고 하지만 이미 부유한 가문의 사위이자, 공산주의 활동가로 낙인이 찍혀버린 남자를 20대 초반 비밀구락부에서 본 후광때문에 두 번이나 선택하지 않는게 나았을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맨몸으로 도망쳐나와 면식도 없은 외국인 선교사의 집을 찾을 정도의 과단성 있고 미국 유학을 꿈꿨던 사람이 유부조선남의 후처도 마다하지 않을 결정이나 36세에 이미 중년인 미군 헌병대장과의 재혼을 그다지 절실하게 밀어붙이지 않기(굳이 밝힐 필요 없어보이는 과거 고백까지)엔 유년기의 생존본능과 결핍의 경험이 혹독했다고 느꼈거든요.

밑바닥 사병출신 미육군 방첩대의 주드가 채현욱을 심문할 때 한국어로 연극의 대사처럼 길게 대화한 것도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주드가 없었더라면 이 이야기의 구도는 완성되지 않았을터라 이해는 갑니다.

잔반가문 출신의 경성제대 3대 천재네(죽지도 않는 그놈의 서울대 3대 천재론의 원류가 여기에…), 빈민가 출신의 이화여전 학생이네 하는게 당시 기준으로 엄청난 아우라를 풍겼겠지만, 그래봐야 20대 초중반이었던 남녀의 풋사랑이 격변기의 시대상에서 어떻게 정치의 소도구로 쓰고 버려지는지에 관한 충분히 있었을법한 이야기를 읽으니, 30대까지도 아직 어린 걸로 취급되는 중위연령 47.3세의 시대가 좋은 점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네요.

예전 교과서에서 건준이 조선인민공화국을 선포했다가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고만 들었었는데, 그 사건에 대해서 최근 학계에서는 CIC 등의 공작이었다는 쪽에 무게중심을 둔 논의가 되고 있고, 2025년에 법원이 재심에서 독립운동가 이관술씨의 정판사 사건 혐의에 대해 위법수집증거의 효력을 부인하여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도 몰랐고, 1927년 경성제대 교수로 부임해서 조선공산당 재건을 지원하다가 옥고를 치렀던 미야케 시카노스케 교수에 대해서 전혀 몰랐었는데 이 소설덕분에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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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흔들리는 제국의 초상
이정민 지음 / 사이드웨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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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전략을 통해서 패권을 지켜나가려는 미국의 상황과 전략, 리스크를 오롯히 담아냈네요.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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