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원리 - 대한민국 시스템을 한눈에 꿰뚫는 정치 수업
양재진 지음 / 마름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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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박사로 연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분께서 쓰신 책인데, 국회공무원이나 보좌관, 직업 정치인이 쓴 게 아니라 그리 끌리진 않았는데, 2025년 국회도서관 추천도서로 선정되었길래 궁금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읽어보니 고교 수준의 정치제도 헌법에 대한 업데이트하기에 좋은 일반교양서네요. 서양정치사상사와 권력구조론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간결하면서도 빼놓지 않고 잘 정리했다고 느꼈습니다.

저자 양재진님이 갖고 있는 한국정치에 대한 정책제안은 말미에 나옵니다. 양원제로 하원에 지역구 200석, 비례대표 200석, 봉쇄조항 5%로 상향해서 4~5개 원내정당이 활동하는 온건다당제로 양당간의 극한 갈등을 완화하고, 상원은 지역균형을 고려하고 입법권을 견제하되, 상원이 부결하더라도 하원에서 재적 과반 재의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를 도입하며, 대법원장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는 국회 재적 2/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여 사법의 정치화를 제어하자는 제안을 하시네요.

상원의 의석수를 광역지자체당 2인 정도로 줄인다면 괜찮다고 보이고, 대법원장과 헌법재판관에 대한 임명 동의 요건 강화도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 강화 차원에서 좋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지역구의원이 대다수이고 당원들의 정당정체성과 정당기율이 약한 현실에서 여야합의로 비례대표를 200석이나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네요. 기초지자체 의회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왜 언급안하셨는지 궁금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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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쪽

아무리 작은 도시국가라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였다. 성 밖 아테네 시민들은 민회와 시민법정이 열리는 아고라까지 멀게는 60킬로미터를 걸어야 했다. 아테네의 성인 남성에게 정치 참여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된 것은 맞다. 하지만 실제 민회에 열심히 참여하고 매일 법정에 새벽같이 나가 재판관으로 뽑히는 시민은 소수였다. 이들은 아고라 가까이에 사는, 정치적으로 열성적인 그러나 편항된 사람들이기도 했다.

159쪽

한국에서는 팬덤 당원들과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이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당쟁에 동원되고, 초짜 의원들이 당론에만 끌려다니다가 그냥 버려지는 형국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정책 정당의 길은 요원하다. 당의 이상과 비전을 현실에 적용 가능한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념과 선의만 앞세우며, 부작용이 큰 법도 다수결 우격다짐으로 일단 만들고 본다. 탁상공론이 따로 없다. 뒷감당은 국민 몫이다.

270쪽

고위공무원단에 소속된 공무원은 성과 평가에 따라 직권면직될 수 있다. 근무 성적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2년 이상 받거나, 직위를 부여받지 못한 기간이 1년이 되면 옷을 벗어야 한다. 정년 보장이 공식적으로 사라진 것이다. 어느덧 고위 공무운은 어떤 이유로든 정권의 눈 밖에 나거나 부름을 받지 못하면 퇴직해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287쪽

국가연합은 헌법이 아닌 조약으로 2개 이상의 국가들이 결합한 경우다. 각각의 국가가 주권을 유지한 상태에서 조약에 규정된 대로 공동 행동을 취한다.
연합제는 주권 국가 간 조약이므로, 한 국가가 일방적으로 조약을 파기하면 국가연합은 해체된다.

337쪽

양당제하 내각제에서는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제1당 지배의 강력한 독재정권이 탄생할 수 있다.
(중략)
최악의 시나리오만 상상하는 게 아니다. 이미 다 경험했고 또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바뀌고 국회 다수당이 바뀔 때마다 시도하고 있는 일들이다. 현 수준의 정당과 양당제를 그대로 놔두고, 대통령제가 문제라며 아예 권력융합형인 의원내각제로 갔다가는 더 무서운 일당 지배를 맞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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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예산 이야기 - 알고 보면 엄청 쉬운
김영수 지음 / 이비락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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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 예산부서는 요직으로 꼽히고 외부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기에 가급적 생산한 정보나 업무노하우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검찰의 수사기법처럼 널리 공개할 수 없는 성질의 업무매뉴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하고요.

하지만, 예산법률주의를 취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예산의 재원이 되는 세금과 세외수입을 부담하는 국민들에 대해 보다 많은 예산정보들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업무에 대한 실무 경험자들의 경험담도 그래서 유용하고요.

이 책의 저자 김영수님은 2013년 경상남도 예산담당관실 주무관으로 공직에 입직하여 인사과와 감사위원회를 거쳐 2025년 1월에는 투자유치과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시니 팀장급 초급간부시군요. 광역지자체의 예산실 업무를 실무자로만 경험하셨기에, 과장이나 실국장과 같은 간부급의 시야로 본 예산업무에 관한 내용은 없습니다. 이런 건 다른 분께서 써주셔야겠지요.

책의 내용도 체계적으로 명확한 출처를 표기해서 정리되어 있지 않고, 후임 공무원들을 위해 작성한 강의안을 크게 손보지 않고 책으로 만든 정도여서 아쉬운 부분들이 있네요. 그래도 구어체라 전달력이 있으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업무에 대해서 궁금하시다면 가볍게 훌훌 볼만 합니다. 기초지자체의 예산계는 직원이 3~7명, 광역지자체 역시 10여 명 정도군요.

흔히 사용해온 단어인 '비품'이 '비소모품'의 약어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중 보조금 예산이 이렇게나 압도적인지도 몰랐고요. 또, 그간 '연찬회'라는 명칭을 들어보긴 했지만 예산 업무에서 '연찬(硏鑽:학문이나 기술을 깊이 연구하여 닦는다)'이란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하는지 몰랐네요.

2025년 예산안 기준 충남 공주시의 재정공시 자료에 따르면 총계예산액이 1조 1,351억 원인데, 이월액이 꽤 많아서인지 순계예산액이 1조 2,561억 원으로 나오고, 보조금이 3,458억 원으로 나오는 걸 보면 이런 예상과 안맞는군요. 아무리봐도 인구 10만 명이 붕괴된 기초지자체에는 너무 큰 금액인거 같습니다.

심지어 제 고향인 전남 보성군은 2206년 본예산 규모가 7,290억 원인데, 인구가 3.6만 명 정도라서 우리나라 기초지자체의 행정역량 대비 편성하고 집행하는 예산규모가 지나치게 크지 않은지 의문이 드네요.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대한민국 전자정부에서 AI서비스가 가장 먼저 도입되어야 할 부분은 'd-브레인'과 'e-호조' 시스템같은 예산회계시스템이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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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쪽

여러분이 어느 기관에 감사를 갔다고 가정한다면 성과주의 예산서와 품목별 예산서 중 어느 것이 감사하기가 편할까요?
만약 하나의 조직만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성과주의 예산서가 유용하겠지만 여러 조직이 있는 기관이라면 품목별 예산서가 훨씬 감사에는 최적화되어 있다 생각할 것입니다. 문제가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 해당 예산을 가지고 있는 부서들이 총 망라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므로 품목별 예산제도는 통제의 목적이고, 성과주의 예산제도는 관리의 목적을 가지나고 할 것입니다.

58쪽

내부거래와 같이 중복으로 계상되는 부분을 제거해야만 순수한 예산규모가 산출될 것이므로, 순계예산으로 예산규모를 산출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으로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해당 조직과 기관의 위상을 대변하는 것이 예산규모인 관계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고 외형적으로 비치는 모습에 많은 주안점을 두는 특성상 예산규모는 총계예산 방식으로 나타냅니다.

180쪽

예산의 전용은 사업부서에서 예산부서에 요청하면 예산부서에서 검토하여 지자체장이 결정하는 반면, 예산의 변경사용은 예산부서의 협조를 받아 소관 실국장이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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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한 번은 로컬
방경은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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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는 저자의 책이었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사고 싶었습니다.

저자 방경은님은 서울에서 자랐고, IT회사에서 마케팅업무를 담당하며 대도시에서의 생활이 당연한 것처럼 살아왔는데요. 주재원 근무로 인한 벨기에와 터키에서의 4년 생활을 통해 사는 공간을 바꾸는 것이 자기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귀국 후 만삭의 몸으로 제주에서 1년, 남편의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10년을 살다가 최근에 다시 수도권으로 이사를 하셨다고 합니다. 수도권으로 이사를 하셨다고 해서 청년들에게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하면서도 본인은 은퇴하고 나서도 까지 서울에 살고 있는 어느 교수처럼 핀잔을 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수도권보다 로컬이 더 낫다고 찬양하는 내용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알아가기 위해 '탐색하며 헤메는' 기회를 주는 공간 장치로서 한 번쯤 로컬에서 거주해볼 때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전해주실 뿐이니까요.

이 책이 두꺼워지려면 저자 본인의 경험을 썼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로컬 경험을 최대한 덜어내서 2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으로 정리했습니다. 핵심메시지인 로컬 거주를 통해서 도시라는 욕망기계에서 알아차리기 힘든, 자기가 어떤 삶을 원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는 걸 반복해서 강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도시의 바쁜 일정과 to-do-list에 휩쓸리지 않고, 오늘이나 내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생각해볼 수 있고, 그렇게 고민해서 선택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느낌을 경험해보길 권하시면서요.

자신의 11년 로컬 생활에서 커리어나 소득 면에서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일들이 분명히 있었을텐데도 그런 내용들은 모두 빼고, 11년 전의 자신처럼 로컬에서의 거주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도전해보려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오되, 자신과 잘 어울리는 로컬 거주를 위해 필요한 팁들도 알려주시네요.

보통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수도권이나 대도시 거주를 선호하는데, 제주에서 둘째를 출산하고, 10년 동안 정읍시의 학교에서 자녀를 중학생까지 키우면서 느낀 점, 로컬에서도 여성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더 적게 오는 불합리함에 반발하여 창업을 하고, 비록 5년 동안 유지하다 채산성이 안나와서 정리했지만 공간비즈니스를 했던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들어가있어서 또래의 여성들에게 더 좋아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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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리턴즈 - 60년대생의 두 번째 인생 프로젝트
마강래.김지원 지음 / 수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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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교수님께서 2020년에 출간하신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의 실행계획까지 제안하는 심화확장판이 나왔습니다.
경남 함안군의 '서하초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실험의 성공사례를 활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인터뷰한 내용들을 담은 구체적인 정책제안들은 책 말미의 [부록2] 액션플랜에 정리가 되어 있고, [부록3]로 인터넷 댓글등 FAQ까지 있으니 완독하시기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은 이 부분이라도 발췌독하시고 관심이 생기시면 본문의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베이비부머들을 귀촌하게 만드는 트리거로 쾌적한 단지형 주거와 농업 외에 베이비부머들의 경력이 도움이 되는 일자리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핵심 메시지에 동의하지만, 저는 여전히 왜 이들이 귀촌을 하면서도 평생 동안 노력해서 마련한 수도권이나 광역시의 주택을 팔지 않고 이주하도록 해줘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신탁형, 임대형 모델도 제시해주시는데, 저는 그냥 대도시권 주거에 대한 지나치게 낮은 보유세를 높이면서, 기존에 오래 거주해온 분들에게는 앞으로 몇년 후에는 양도세 장특공제가 현재보다 공제폭이 줄어든다고 예고를 해서 더 늦어지기 전에 빨리 대도시의 주택을 팔고 귀촌을 하도록 하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신규주택 건설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니 이렇게라도 매도 물량이 나와야지요. 물론 과반수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이미 지방 농공단지 등의 중소기업 제조업 일자리들이 중국으로 인해 무너져가고 있고 이런 추세가 가속화될 것 같아서, 마교수님의 제안이 5~10년 전에 실행이 되었어야 했고 이미 실기한게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드네요.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서 곧 정책발표를 할텐데 이런 내용들이 담겨있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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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쪽
메가트렌드 속에서 보면, 60년대생 베이비부머도, 지방 중소도시도, 중소기업도 모두 약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셋이 만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60년대생이 중소도시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세 주체가 동시에 살아난다.
200쪽
청년 유입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청년을 지역으로 끌어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청년을 돌아오게 하려면, 현재 유입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이들이 지역을 활성화하고 청년 인구를 불러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210쪽
시골 주민들이 두려워하는 건 평상시 건강 진료를 꾸준히 받지 못한다는 점이 아니었다. 문제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은) 응급 상황이었다. 응급의료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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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 박찬용 세속 에세이
박찬용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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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박찬용님에 대해 알게된 건 부여 규암면 한옥고택 이안당에서 서점 <책방 세간>을 운영하시는 박경아대표님께서 얼마전, 부여에서 이 분을 모시고 저자 북토크를 여신다고 홍보하시는 글을 보고서였습니다.

저자가 유명인이 아니고서는 서울의 중심가에서도 모객이 쉽지 않은데 연말에 부여에서 30석을 모집하시는 패기(?)에, 가까이에 사는 저라도 가볼까 싶어서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쓰신 책을 찾아봤는데 꽤 많더라구요.

그래서 쓰신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북토크 대상 도서 <서울의 어느 집>을 빼고 단독 저서 6권 중 이 책까지 5권을 읽고 이번 주말에 뵙겠네요.

이 책은 2020년에 나온 에세이인데, <에스콰이어>에 쓰셨던 글도 있어서 잡지 에디터로서 어떤 글을 쓰셨는지 알 수 있었고, 제가 세종시로 내려간 이후인 2010년대 후반 서울의 풍경들을 담고 있는 글들이라 저는 잘 모르는 냄새를 킁킁거리는 기분으로 봤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뵐텐데 이제 작가님을 영접할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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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서문)

대도시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목표와 삶의 자세가 함께 있다는 점이다.

228쪽

취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로도 50년에 가까운 호황을 누렸다. 취향은 잉여 시간과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에 전 사회적인 취향의 풀이 생기려면 전 사회적인 호황이 반드시 필요하다.

285쪽

나는 요즘 세상에 가장 큰 문화적 자산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콘텐츠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공간이야말로 콘텐츠의 시작이자 끝이다.

300쪽

공예적 완성도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지루한 미세 조정이 창작이나 예술의 전부라고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어느 때에 이르면 분명히 지루하지만 기술적인 미세 조정을 해줘야 한다. 지루한 미세 조정을 잘하려면 기술과 윤리와 역량과 급수가 모두 필요하다. 그 재미없어 보이는 역량 위로 가끔 계시 같은 영감이 떨어질 때 좋은 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영감도 재미없는 일들을 꾸준히 해야 한번씩 나타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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