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학교 건축대학의 유현준 교수라는 분께서 쓰신 책. 조금 성의없게 지은 듯한 제목보다는 부제인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 그나마 좀 낫다. 사내 도서관에 새로들어온 책으로 잘 보이는 곳에 놓여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안봤을 듯 싶다.
우중충한 날씨때문에 팝콘 깨물어 먹으며 읽었다. 캐러멜 팝콘도 달콤했지만(수북히 두 그릇 먹었다 ㅠ.ㅠ) 유학에 건축사무소 실무까지 하셨던 분이 언제 이렇게 다방면의 책을 많이 읽으셨나 탄복했다. 그 지식들이 건축이 아닌 분야에 대한 오지랖이 아니라 본인이 느낀 공간디자인과 도시계획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적절하게 쓰이고 있어서 더 대단하다고 느꼈다.
"제1장 왜 어떤 거리는 걷고 싶은가"를 처음 보면서부터 감탄했다. 주관적인 인상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논리적으로 정량분석을 통해 간결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정말 아름다웠다. 마야 린의 베트남 기념관 현상 설계 공모작에 대한 부분도 버금갔고.
건축에 문외한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책을 여러 권 읽어봤다. 외국사람이 쓴 책도 있었고. 하지만 이 책이 개중 가장 빼어나다. 특히 도시사회학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정반대쪽인 도시계획과 건축에서 출발해서 도시를 이해하고자 접근해온 이 책을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나중에 이 분이 우리나라의 주요 신도시들의 도시계획에 대한 비평을 책으로 엮어주시면 꼭 사봐야지.
정말 좋은 분석들이 많은데 이 책의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아서 몇 단락만 추려서 인용하느라 혼났다. 스승의 날 기념으로 이 책을 한 권 사서 교수님께 선물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