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한 번은 로컬
방경은 지음 / 마음연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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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는 저자의 책이었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사고 싶었습니다.

저자 방경은님은 서울에서 자랐고, IT회사에서 마케팅업무를 담당하며 대도시에서의 생활이 당연한 것처럼 살아왔는데요. 주재원 근무로 인한 벨기에와 터키에서의 4년 생활을 통해 사는 공간을 바꾸는 것이 자기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귀국 후 만삭의 몸으로 제주에서 1년, 남편의 고향인 전북 정읍에서 10년을 살다가 최근에 다시 수도권으로 이사를 하셨다고 합니다. 수도권으로 이사를 하셨다고 해서 청년들에게 지방으로 내려가라고 하면서도 본인은 은퇴하고 나서도 까지 서울에 살고 있는 어느 교수처럼 핀잔을 주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수도권보다 로컬이 더 낫다고 찬양하는 내용도 아니고, 자기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알아가기 위해 '탐색하며 헤메는' 기회를 주는 공간 장치로서 한 번쯤 로컬에서 거주해볼 때 얻을 수 있는 경험을 전해주실 뿐이니까요.

이 책이 두꺼워지려면 저자 본인의 경험을 썼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로컬 경험을 최대한 덜어내서 2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으로 정리했습니다. 핵심메시지인 로컬 거주를 통해서 도시라는 욕망기계에서 알아차리기 힘든, 자기가 어떤 삶을 원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깨달을 수 있다는 걸 반복해서 강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신 것 같습니다. 도시의 바쁜 일정과 to-do-list에 휩쓸리지 않고, 오늘이나 내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차분히 생각해볼 수 있고, 그렇게 고민해서 선택대로 시간이 흘러가는 느낌을 경험해보길 권하시면서요.

자신의 11년 로컬 생활에서 커리어나 소득 면에서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일들이 분명히 있었을텐데도 그런 내용들은 모두 빼고, 11년 전의 자신처럼 로컬에서의 거주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도전해보려는 사람들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오되, 자신과 잘 어울리는 로컬 거주를 위해 필요한 팁들도 알려주시네요.

보통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수도권이나 대도시 거주를 선호하는데, 제주에서 둘째를 출산하고, 10년 동안 정읍시의 학교에서 자녀를 중학생까지 키우면서 느낀 점, 로컬에서도 여성 청년들에게는 기회가 더 적게 오는 불합리함에 반발하여 창업을 하고, 비록 5년 동안 유지하다 채산성이 안나와서 정리했지만 공간비즈니스를 했던 이야기들이 짤막하게 들어가있어서 또래의 여성들에게 더 좋아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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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리턴즈 - 60년대생의 두 번째 인생 프로젝트
마강래.김지원 지음 / 수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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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교수님께서 2020년에 출간하신 <베이비부머가 떠나야 모두가 산다>의 실행계획까지 제안하는 심화확장판이 나왔습니다.
경남 함안군의 '서하초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실험의 성공사례를 활용하기 위해 고민하고 인터뷰한 내용들을 담은 구체적인 정책제안들은 책 말미의 [부록2] 액션플랜에 정리가 되어 있고, [부록3]로 인터넷 댓글등 FAQ까지 있으니 완독하시기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은 이 부분이라도 발췌독하시고 관심이 생기시면 본문의 필요한 부분들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베이비부머들을 귀촌하게 만드는 트리거로 쾌적한 단지형 주거와 농업 외에 베이비부머들의 경력이 도움이 되는 일자리의 결합이 중요하다는 핵심 메시지에 동의하지만, 저는 여전히 왜 이들이 귀촌을 하면서도 평생 동안 노력해서 마련한 수도권이나 광역시의 주택을 팔지 않고 이주하도록 해줘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신탁형, 임대형 모델도 제시해주시는데, 저는 그냥 대도시권 주거에 대한 지나치게 낮은 보유세를 높이면서, 기존에 오래 거주해온 분들에게는 앞으로 몇년 후에는 양도세 장특공제가 현재보다 공제폭이 줄어든다고 예고를 해서 더 늦어지기 전에 빨리 대도시의 주택을 팔고 귀촌을 하도록 하는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신규주택 건설이 제대로 안되는 상황이니 이렇게라도 매도 물량이 나와야지요. 물론 과반수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만.
그렇게 하더라도 이미 지방 농공단지 등의 중소기업 제조업 일자리들이 중국으로 인해 무너져가고 있고 이런 추세가 가속화될 것 같아서, 마교수님의 제안이 5~10년 전에 실행이 되었어야 했고 이미 실기한게 아닐까 하는 예감이 드네요.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에서 곧 정책발표를 할텐데 이런 내용들이 담겨있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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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쪽
메가트렌드 속에서 보면, 60년대생 베이비부머도, 지방 중소도시도, 중소기업도 모두 약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셋이 만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60년대생이 중소도시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세 주체가 동시에 살아난다.
200쪽
청년 유입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청년을 지역으로 끌어들이기는 매우 어렵다. 청년을 돌아오게 하려면, 현재 유입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이들이 지역을 활성화하고 청년 인구를 불러들이는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210쪽
시골 주민들이 두려워하는 건 평상시 건강 진료를 꾸준히 받지 못한다는 점이 아니었다. 문제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같은) 응급 상황이었다. 응급의료에 대한 두려움은 거의 모든 인터뷰에서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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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도시의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 박찬용 세속 에세이
박찬용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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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박찬용님에 대해 알게된 건 부여 규암면 한옥고택 이안당에서 서점 <책방 세간>을 운영하시는 박경아대표님께서 얼마전, 부여에서 이 분을 모시고 저자 북토크를 여신다고 홍보하시는 글을 보고서였습니다.

저자가 유명인이 아니고서는 서울의 중심가에서도 모객이 쉽지 않은데 연말에 부여에서 30석을 모집하시는 패기(?)에, 가까이에 사는 저라도 가볼까 싶어서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쓰신 책을 찾아봤는데 꽤 많더라구요.

그래서 쓰신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북토크 대상 도서 <서울의 어느 집>을 빼고 단독 저서 6권 중 이 책까지 5권을 읽고 이번 주말에 뵙겠네요.

이 책은 2020년에 나온 에세이인데, <에스콰이어>에 쓰셨던 글도 있어서 잡지 에디터로서 어떤 글을 쓰셨는지 알 수 있었고, 제가 세종시로 내려간 이후인 2010년대 후반 서울의 풍경들을 담고 있는 글들이라 저는 잘 모르는 냄새를 킁킁거리는 기분으로 봤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뵐텐데 이제 작가님을 영접할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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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서문)

대도시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목표와 삶의 자세가 함께 있다는 점이다.

228쪽

취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로도 50년에 가까운 호황을 누렸다. 취향은 잉여 시간과 노력의 결과이기 때문에 전 사회적인 취향의 풀이 생기려면 전 사회적인 호황이 반드시 필요하다.

285쪽

나는 요즘 세상에 가장 큰 문화적 자산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콘텐츠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공간이야말로 콘텐츠의 시작이자 끝이다.

300쪽

공예적 완성도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지루한 미세 조정이 창작이나 예술의 전부라고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어느 때에 이르면 분명히 지루하지만 기술적인 미세 조정을 해줘야 한다. 지루한 미세 조정을 잘하려면 기술과 윤리와 역량과 급수가 모두 필요하다. 그 재미없어 보이는 역량 위로 가끔 계시 같은 영감이 떨어질 때 좋은 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영감도 재미없는 일들을 꾸준히 해야 한번씩 나타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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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감각 - 국내 1세대 A&R 프로듀서 정병기가 써내려간 기획의 세계
정병기(Jaden Jeong)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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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크리마스이브부터 연초까지 쭉 쉬는 김에 그간 사놓고 쌓아만 뒀던 책들을 한 권씩 읽고 있습니다.
저는 A&R이 무슨 말의 약자인지도(Artists & Repertoire)몰랐던 사람인데, 소중한 90년대생 지인 임명묵님덕분에 몇 년전부터 아이돌 세계관 기획자 정병기님이란 분이 있고, 그 분이 엄청난 천재라고 들어왔지요.
뮤비를 같이 보면서 '이달의 소녀' 프로젝트가 왜 위대한지에 대한 해설도 들었고요. 물론 1세대 아이돌 '핑클' 이후로 까막눈으로 살아와서 태반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제가 모르는 넓은 세계가 있다는 느낌은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왔을 때, 분야는 다르지만 기획에 대한 관점들을 듣고 싶어 보게 되었죠. 책갈피로 들어있는 포토카드는 뭔가 했는데, 외모를 보니 저랑 같은 1979년생이 맞나 싶네요. 이 불공평한 세상 ㅠ.ㅠ



완독하고 보니 이 책은 제 올해의 책에 넣어야겠습니다. 이 시대의 정주영, 이병철 어록집 느낌을 받았거든요. 대략 2000년대 초반에 설립된 네이버, 셀트리온, 카카오 이후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비공기업 10대 기업 순위에 들어가는 기업이 나온다면 그 대표이사는 바로 이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강하게 드네요.
네이버의 시가총액이 약 37조 원, 엔터업계의 수위기업인 하이브가 13조 원인데, 정병기님이 구상하는 사업모델이 성공하면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엔터기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저는 정병기님의 비전이 확장되면 '온오프라인 융합 MMORPG + 종교비즈니스 플랫폼'에 가까워진다고 이해했습니다. 엔터사의 BM에 부분유료화 게임의 BM을 섞은 건 하이브와 비슷한데,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에 대한 완성도가 훨씬 높아 보여서요.
물론, 페이스북 같은 SNS가 만들어낸 비교와 강박의 우울증 대잔치처럼 이런 사업모델이 세상에 이로울 것 같지는 않지만, 많은 10대와 20대들이 정병기님이 구상한 아이돌 사업모델이 주는 효용을 누리고 싶어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아이돌산업이 신흥종교 창설 및 포교 RPG에 가까워지고, 팬덤의 보다 강한 몰입을 유도하다보면 유독한 과금제나 피라미드식 다단계 구조를 짜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개고기 탕후루' 꼴은 피했으면 좋겠네요.
인상깊은 문구들이 거의 페이지마다 나오는 책이라서, 저같은 엔터업계 문외한에게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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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쪽
데뷔곡은 '좋은 노래'를 발표하는 것이 아닐, 그룹의 컨셉을 담아낸 하나의 '명함'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중에게 "우리는 이런 그룹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데뷔곡을 통해 그룹의 색깔, 퍼포먼스 스타일, 그리고 앞으로의 서사를 모두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89~90쪽
K-POP 팬덤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형태와 성격이 크게 변화했다. 과거에는 팬들이 알려지지 않은 '불쌍한' 아이돌을 스스로 키우고 육성한다는 개념이 강했다. 마치 '내가 키운 내 새끼'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팬덤은 '잘 될 만한 아이돌에 내가 베팅한다'는 개념으로 변모했다.
(중략)
게다가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티스트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마치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며 자부심을 느끼듯, 자신이 응원하는 아티스트가 고예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심리는 팬덤의 규모와 충성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96쪽
팬들에게 어떤 결정을 맡길 때, '망할 것 같은 안'은 애초에 옵션에 넣지 않는다.
(중략)
팬들에게 '선택의 자유'는 주되, '실패할 자유'는 주지 않는 방식으로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팬들은 자신이 직접 팀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만족감을 느끼면서도, 어떤 선택을 하든 팀이 성공적인 길로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129쪽
이달의 소녀와 트리플에스는 좀 더 복잡하고 깊이 있는 세계관을 즐기며, 직접 조합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탄생한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레고나 로블록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팬들은 소비하는 것을 넘어, 투표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그룹의 방향성에 직접 참여하며 그룹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한다. 이러한 참여형 시스템은 팬들에게 엄청난 몰입감과 소속감을 제공하며, 단순한 팬심을 넘어 그룹에 대한 애정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145쪽
이렇게 말하면 너무 상업적으로 보일까 봐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아티스트를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쓴 팬들의 노력이 '기록'되고, 그에 합당한 가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블록체인 기술은 팬들의 활동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그것이 하나의 레벨이나 경험치처럼 쌓이게 만들 수 있다. 단순히 돈을 쓴 팬뿐만 아니라, 돈이 없더라도 온라인상에서 시간과 노력으로 그룹을 홍보하고 응원한 팬들의 열정 역시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149쪽
그래서 나는 오브젝트(아티스트의 초상)에 대한 판매 수익은 손익분기점과 상관없이 아티스트에게 직접 정산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티스트는 노력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을 받으며 즐겁게 활동할 수 있다.
팬들에게도 이 사실을 투명하게 알린다.
215~216쪽
내가 생각하는 아티스트의 진짜 재능은 '고민하지 않는 것'에 있다.
(중략)
고민은 최대한 짧게, 그리고 노력과 실행에 더 집중하는 이들이 자신을 소모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방송에 나가서 순발력 있게 재치 있는 멘트를 던지는 아티스트들도 대부분 깊은 고민 없이 본능적인 영역에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타고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는 무의미한 고민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행동으로 전환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재능을 가진 아티스트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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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감각 - 국내 1세대 A&R 프로듀서 정병기가 써내려간 기획의 세계
정병기(Jaden Jeong)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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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업계에 문외한인 40대 후반 아재가 읽었지만 분야를 떠나서 정말 탁월한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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