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대한민국 -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사회경제학
김현성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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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 채상욱님의 신간에 이어 대한민국 디스토피아 삼부작을 이 책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연달아 읽기 버겁긴 했지만 그래도 국뽕물이 넘쳐나는 것보다는 이런 책들이 널리 읽히는 사회가 희망이 있겠지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발상의 전환으로 좋은 질문을 던진다는 점,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벗어날 길이 안보이는 대한민국의 소멸과 쇠락을 막을 수 있는 설득력있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입니다.편집의 측면에서 핵심이 되는 문장들을 굵게 처리하고, 각 장마다 자신의 논지를 요약하면서 독자들이 잘 따라오도록 챙겨주는 점도 장점이고요.

저자 김현성님은 단군 이래 최고의 부유함을 누리는 한국인들이 경직성 지출을 빼면 남는 돈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고물가와 조세 및 준조세 부담의 증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수도권 집중과 낮은 노동생산성의 문제, 불충분한 연금제도(특히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인한 노년 빈곤의 불안으로 인해 공적부조에 재정을 지출하는데 인색한 각자도생의 사회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한국 인구의 90%가 거주하는 도시 생활경제 구조가 낮은 사회간접자본 및 에너지 물가로 높은 식료품을 물가를 지탱하고 있는 현실을 포착합니다. 그래서 농업의 기업화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개헌까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보고 다른 분야로 넘어가는데, 저는 이제는 농업인에 대한 공적부조제도와 농업의 기업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분리하는 정책으로 농지의 집적을 가능케하는 농지은행으로의 강제수용과 대단위 매각과 함께 검역 등 농산물 수입규제를 대폭 완화해서 산업화가 불가능한 농업부분을 포기해야하지 않나 싶네요. 그럼 농업분야 특별회계와 기금으로 나가는 돈도 줄일 수 있을테고, 설령 이 재원들을 영세농업인의 공적부조예산으로 사용하더라도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이 주제를 짧게 끝내고 넘어간게 아쉬워서요.)

사교육비가 무조건적인 지출이라는 부분도 제가 육아를 해보지 않아서인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시험기술을 훈련하는 입시사교육처럼 돈과 자녀의 재능/시간을 낭비하는 군비경쟁에 참가할 수 있는 집단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교육투자의 ROE가 떨어지는 추세라고 봐서요.

5장부터 9장까지의 내용들 중에 저는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들도 많았습니다. 책을 다 읽어가면서 설마 이렇게 진단만 하고 책을 마무리하려는게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들더군요.

다행히 313페이지부터 자살로 가는 이 사회를 멈춰세울 방안이 나옵니다. 국채발행을 통해 점진적으로 국가채무를 증가시키면서 재정투자를 늘려 각자도생의 국가 아닌 사회안전망이 확보되고 출산과 양육을 시도해볼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시간을 벌어서 30년 후에는 출생률이 어느 정도 회복된(대신 국가부채비율은 높아졌겠지만) 나라를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지금 이대로 재정건전성에 집착하다가 쪼그라드는 것보다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해볼만한 시도라고 생각되더군요. 하지만 이런 재정을 어느 분야에 투자할지(제 생각에는 육아수당 증액, 육아휴직급여의 국가지급, 국공립어린이집 지원 예산 증액, 학교의 예체능 학습시설 및 도서, IT인프라 확충, 지방거점국립대학 경쟁력 강화와 기숙사 BTL 사업, 부울경/대세청 광역철도, 마이스터교 시설 및 교육프로그램 강화),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장들이 증액된 재정을 매표에만 유용한 불필요한 사업에 집행하지 않도록(일본의 사례가 있으니) 막기 위한 방안들에 대한 고민들이 더 담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앞부분 내용을 50페이지 정도 줄이고 이런 각론으로 대체했더라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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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쪽

노동생산성은 그 사회가 어떤 재화를 가치 있게 여기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며, 노동자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와는 전혀 무관하다.
또 노동생산성은 노동 현장에 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투입되는지에 따라 다르다.

135쪽

우리 경제 구조가 이들이(상위 중산층) 자신의 높은 소득과 사회적 자본을 자녀의 사회적 지위 획득을 위해 사용하도록 추동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에 지출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게끔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낮은 노동생산성과 높은 생활 물가가 중산층 이상의 그룹의 경제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이것이 격심한 수도권 집중 현상과 결합되어, 결국은 대를 이어 서울이라는 공간에 머무르기 위한 높은 사교육비 지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경제적 토대가 바로 이런 구조를 가리킨다.

325쪽

한국의 개인 국채 보유 비율은 0.1% 수준에 그친다. 이는 미국의 1/5수준이며 개인 국채 보유 비중이 2.4%인 일본, 10%에 가가운 영국 등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금융자산이 많은 개인을 상대로 점차 이 비율을 늘려 나갈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준조세의 성격이 되겠지만,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이자소득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증세 또는 사회보험 지출의 증액보다는 거부감이 덜할 것이다.

327쪽

미래에 쓸 돈이 많기 때문에 지금 돈을 아끼는 선택은 지금의 시각에서 볼 때는 현명할지도 모르지만, 미래 세대의 수를 늘리거나 차라리 미래 세대의 생산성이라도 보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행위보다 훨씬 더 어리석은 행위이다.

330쪽

결론적으로 앞으로 한국 공동체의 자원 조달 방향성은 정부의 재정을 늘리되, 기관투자자 중심의 국채 투자자 구성을 개인, 특히 은퇴자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변화시키면서 그 와중에 지나치게 외국인의 비율이 높아지지 않게끔 조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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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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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해독제가 주는 독을 마침내 깨달은 15년차 과학전문기자가 쓴 과학과 진화론의 위대함에 대한 탁월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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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 철근 콘크리트를 사랑하는 일. 건설 엔지니어 일일드라마
양동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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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라는 직업을 남의 저작물을 공짜로 도둑질해가서 돈버는 직업으로 전락시킨 양심없는 사람들 소식을 들은 직후에 큰 위안을 받네요.

<전지적 건설엔지니어 시점>을 쓴 양동신 작가님은 토목공학을 전공해서 인프라시설 건설 경험을 다수 쌓은 엔지니어로 <아파트가 어때서>를 썼던 분입니다.

책에 나온 자전적인 내용들에 비추어 볼 때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대학 입시에서의 낮은 점수로 원했던 학교와 전공을 선택하지 못했고, 주변에 건설업을 이해하는 어른이 한 분도 안계셔서 자신이 선택한 전공으로 회사에 취직하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알기 어려웠던 20대 초반의 자신과 같은 도시/토목공학 전공자들에게 중견의 현직자로서 경험을 주고 싶어서 였다고 짐작됩니다. 그래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요.
(요즘 공대에서 입학 커트라인이 가장 낮은 학부가 토목공학이라던데 ㅠ.ㅠ)

기본적으로 실용학문인 ’토목/건축‘공학을 전공하고자하는 학생이나 그 부모님, 이들 학부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에게 딱 맞는 책입니다. 겨우 13,500원에 이런 업계 현직자의 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걸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 제가 직업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를 확인했죠. 자기계발서는 책을 쓰는 사람이 돈 벌려고 파는 종이쓰레기 혹은 독극물이지만, 이런 겸손한 직업에세이는 실제로 독자들의 자기계발을 돕기 때문이라는 사실을요.

일부만 발췌하면 흔한 조언들 같지만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직업인 건설엔지니어들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삶의 지혜들을 담겨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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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쪽

쾰른성당은 수백 년에 걸쳐 일반 시민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비슷한 148m높이에 연면적은 쾰른성당의 21배에 달하는) 미래에셋 센터원과 같은 빌딩은 고작 4년의 공사기간 안에 사회적 효용이 높은 구조물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냈다. 게다가 미래에셋 센터원은 완공 후 기부채납을 통해 빌딩 앞 광장과 건물 1층을 개방하고 있는데, 이쯤 되면 현대건축물의 사회적 효용은 과거의 그것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건설 엔지니어로서 역사적인 건축물의 가치를 매우 높이 평가하는 대 동의하기 어려운지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136쪽

우리가 다니는 보도나 도로 밑에는 대부분 공동구라 하는 콘크리트 박스가 존재하며, 그 공동구 안에는 전력, 통신, 수도, 가스, 난방 등의 시설이 존재한다. 심지어 각 지자체 시설관리공단은 24시간 순찰 및 점검을 하며 매일같이 해당 구조물의 안전을 점검한다. 이렇듯 당연히 안전하게 존재해야 하는 시설물은 매일같이 누군가의 유지관리를 받고 수십 년간 잘 가동되는데, 어느 한순간 홍수나 한파로 인해 고장나면 엄청난 죄를 지은 것 같이 비난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면, 학교에서 우리 주변에 있고, 있어야 하는 사회 인프라 시설물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가르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171쪽

미국에서 한국의 기술사에 해당하는 PE의 2015년 평균합격률은 56%라 한다. 이게 영국으로 가면 65%, 호주 70%, 네덜란드는 심지어 90%까지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술사가 된다고 해서 해당 선진국의 구조물이 한국의 구조물보다 부실하다고 볼 수 있을까? 되려 전국 700만 개가 넘는 건축물의 안전이 고작 연간 50명 내외로 선발되는 건축구조기술사에 의해 관리되는 현실을 걱정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을까. 실상 건설회사에 가보면 기술가 자격증이 없는 직원들이 오히려 더 높은 업무 성과를 내는 경우도 많으며, 머리가 희끗한 기술사는 책임지고 도장 찍는 일만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와 같이 자격증의 수를 제한하면 할수록 기득권의 지대는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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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건설 엔지니어 시점 - 철근 콘크리트를 사랑하는 일. 건설 엔지니어 일일드라마
양동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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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건축공학을 전공하고자하는 학생이나 그 부모님, 이들 학부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에게 딱 맞는 책. 겨우 13,500원에 이런 업계 현직자의 귀한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과연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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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햇볕의 집 - 오십, 지리산을 펼쳐 집 한 권 썼습니다
김토일 지음 / 미니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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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중시하는 것들과 취향에 맞춰 전원주택을 구상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유려한 문장으로 공유해주시네요. 책에 실린 직접 찍은 사진들도 사진작가의 작품들처럼 느낌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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