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햇볕의 집 - 오십, 지리산을 펼쳐 집 한 권 썼습니다
김토일 지음 / 미니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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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자락이 한 눈에 들어오는 거실 통창 사진에 반해서 알게된 분인데 책으로 펴내셨네요.

그간 꽤 많은 전원주택 건축주들의 건축 후기를 읽었습니다. 지식과 경험담 위주로 실용적인 조언을 해주는 고마운 책들이 대부분이었죠. 가끔 자신의 취향과 구상에 따라 완성한 집에서 지내며 느끼는 감정까지 담은 에세이들은 더 각별하게 다가왔습니다.

<바람과 햇볕의 집>의 문장들에서는 다방면의 독서와 문화적 경험이 엿보이고, 땅을 사고 집을 지은 경험 외에 바깥일하는 아내와 부업하는 주부인 남편으로 구성된 아이없는 부부 2인 가구의 하동군 화개면 귀촌 생활까지 담겨있습니다.

어린 시절 한옥 외갓집의 기억, 사는 공간을 꾸미는 취향, 스페인 신혼여행, 아이없는 부부생활처럼 저와 비슷한 부분을 발견해가면서 재미나게 읽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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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쪽

공사 도중, 계획에 없던 일들은 봄철 고사리순 돋듯 여기저기서 솟아올랐다. 바로 해결을 보지 않으면 문제가 사고가 되고, 사고가 절망이 되었다.

69쪽

정밀하게 설계된 계획들은 보이지 않는 무수히 많은 틈을 가지고 있었다. 틈 사이에 빗물이 고이고 흙이 쌓이고 이름 모를 풀씨들이 날아와 예상에도 없는 것들이 자랐다. 빈틈을 파고들어 자라는 것들의 뿌리는 계획의 본체에 금을 내기도 했고, 반대로 엉성한 계획을 다잡아주기도 했다. 때론 원본보다 더 멋진 사본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204쪽

화개로 귀촌하면서 말없이 견뎌야 했던 것들, 새로 얻은 직장에서 일어난 일들과 마음 쓸림들, 나에게 야속했던 부분들이 대개는 비유로 저만치 돌아서 내게 다가온다.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겨울은 가고 봄은 오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 앞에서 용해되고 풀어져서는 애초에 문제가 아닌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아내의 속내에 밑줄을 쳐놓고 일상의 한쪽으로 접어 표시해 둔다.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아내에 대한, 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아내와의 저녁 산책은 그렇게 서로에게 접속해 온도를 맞추거나 서로를 독해하는 걸음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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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한청훤 지음 / 사이드웨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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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다 년간 주재원 생활을 하셨고 백 회 이상 출장을 다녀오신 민간의 중국 전문 실무자께서 본인의 경험과 서구 중국 전문가들의 저서,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묶어서 2025년경까지의 한중관계의 단기전망과 한국인들이 시진핑의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 어때야 하는지 잘 정리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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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한청훤 지음 / 사이드웨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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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시절 역사책, 홍콩 대중문화와 김용의 무협소설을 통해 중국에 대해 막연한 호감이 있었을 뿐인 제가 시진핑 시대의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계기가 한청훤님이 2016년에 블로그에 연재한 <시진핑의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시리즈였습니다.

피라미드식 시스템을 통해 치열하게 단련되고 검증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과 국가주석이 통치하는 '만만디'의 대국이 어쩌면 이렇게 혐오스러울 정도로 후안무치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제게 중국정치에 대한 큰 깨달음을 주셨죠. 그 후로 한청훤님의 중국관련 글들은 꼭 챙겨보고 있습니다.

2018년에 나온 임명묵님의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이 저같은 한국인들에게 시진핑과 중국정치의 방향에 대한 훌륭한 가이드북 역할을 해주었지만, 저는 한청훤님의 글들도 책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한청훤님은 다년간 중국에 거주하셨고, 백 회 이상의 출장 경험이 있는 중국의 사위로 민간기업에서 중국 관련 업무를 하시다보니 학자들의 책도 탐독하시면서, 그들의 중국정치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까지 직접 듣고 이야기를 나눈 분이니까요.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공식문서들의 신뢰성이 거의 없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중국이라는 영역에서 이런 민간 전문가 분들이 소중합니다.

이 책의 제1부와 제2부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 정권이 이렇게 중화제일주의를 내세우는 일인독재 무뢰배 국가가 된 원인을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직도 중국에 대해 호감이 있거나 무관심한 분들에게 특히 유용할 듯 싶네요.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제3부였습니다. 중공 당국이 숨기고 있는 인구센서스 결과의 진실에 대한 한청훤님의 추측과 중공 정권이 사교육 전면금지 등을 갑자기 추진한 배경, 호구제도라는 중국만의 굴레에 대한 지적 등에 감탄했습니다.

추천하신 <보이지 않는 중국>을 꼭 찾아봐야 할 것 같고, 중국이 겉으로 내세우는 호언장담과 달리 내심 매우 초초하고 불안한 상태라는 근거로 제시한 지적들이 설득력있었습니다. 3기 시진핑 집권기의 유일한 타개책이 대만 침공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한청훤님의 전망이 타당해보이는 근거들이죠.

제4부 대한민국이 해야할 일들에서 전임 문재인정부의 대중외교정책에 대한 평가(<짱개주의의 탄생>같은 책을 굳이 언급한 그 분을 생각하면 이런 관대함이라니. ㅜ.ㅜ)와 신남방정책의 계승, 반도체 초격차의 유지, 한일간 전략적 파트너십 모색 등의 제안에 동의합니다.

단 하나, 한청훤님과 제 생각이 다른 부분은 저는 대한민국에게 통일은 재앙이기 때문에 통일을 위해 중국에게 어떤 것도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더군요.

중국에 대해서는 국내외 저자들의 온갖 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중국이라는 불편한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국인들의 운명이죠.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중국에 대한 책들의 저자 중에 한청훤님처럼 중국을 다룬 서구 학자들의 명저들을 섭렵하면서, 중국과 경쟁 중인 한국 민간기업에서 일하며 중국인들과 활발하게 만나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바쁜 분이 포동이 자매와 함께 놀아줄 시간을 쪼개가며 이 책을 쓴 이유는 포동이 자매와 그 친구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한국사회가 앞으로 10년 이상 중국이 야기할 지정학적 폭풍우를 유연하게 넘겨서 동아시아 자유시장경제의 보루이자 문화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시대의 한국인들에게 이 책이 널리 읽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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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쪽

그래서 시진핑에게 있어 대만 통일 카드는 중화 제국 복귀라는 자신의 역사적 사명과 중국 공산당 영구 집권이라는 이념적 목표, 자신의 장기 집권 안정화라는 정치적 목적,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시켜 줄 수 있는 최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카드가 쓰이는 유력한 시간대로는 시진핑의 3연임 결정 후인 2023년부터 네 번째 임기가 결정될 중공 당대회가 있는 2027년 사이가 꼽히고 있는 중이다.

180쪽

한번 농촌 후커우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농촌 후커우이며 자녀들에게 자동적으로 세습된다. 교육, 취업, 사업, 복지 등의 영역에서 후커우 제도가 가하는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다. 후커우 제도는 고소득 지역의 도시 중국이 저소득 지역의 농촌 중국을 흡수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며, 이 제도가 남아 있는 한 중국이 대만과 한국의 중진국 탈출 모델을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188쪽

중국이 2022년 올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되는 시점)의 경우 한국이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걸 비교해 보면, 중국과 한국은 불과 4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중국의 1인당 소득 수준이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걸 생각해 보면 경제 수준 대비 중국의 고령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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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2
이혁진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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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반도에 진출한 조선회사를 배경으로 한 <누운 배>(2016)와 어느 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네 명의 사내연애를 소재로 한 <사랑의 이해>(2019) 모두 인상깊었던 소설가 이혁진님께서 작년에 출간한 소설을 모르고 있었네요.

한국사회에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조직 내 직장생활을 예리하게 관찰해서 나온 묘사들이 참 사실적이어서 쓰라릴 정도로 어두워서 읽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지긴 하지만 널리 읽혔으면 하는 작가시죠.

<관리자들>은 철저한 계급이 나뉘어져 있는 수주산업 일터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누운 배>와 느낌이 비슷한데, 지방 신도시 기반조성공사로 콘크리트 하수관거를 매설하는 토목공사 현장이라 더 친숙하게 몰입이 되서 그런지 단숨에 읽었습니다. 장편보다는 중편 같았고요.

등장인물 캐릭터들이 다소 전형적이긴 했지만 작년에도 일하다 다칠 일이 없는 사무직인 저같은 사람에게 산재사망자 가 2,080명이었고, 그 중 재해 사망자가 828명이었던 한국의 일터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대부분 별 일이 아닌 것처럼 묻히고 있는 산재사망사고를 가까이서 벌어진 일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사람을 통해서는 아니지만 생명의 따스함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는 마지막 문장이 참 좋더군요.

우리나라 건설근로자 10만명당 사망자수는 25.45명으로 OECD 평균 8.29명의 세 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태안 화력발전소의 계약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이끌어냈으니, 앞으로는 <관리자들>의 현장소장같은 사례가 줄어들겠지만, 아예 없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의 회사가 어떻게든 사람들을 갈라서 혹독하게 서로 경쟁시키는 관리자를 원하니까요.

새롭게 등장하고 20~30대가 주로 일하는 산업 섹터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만 근속연수(경력)가 길고, 고령자들이 많이 일하는 전통적인 산업쪽은 특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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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쪽

"인마, 해 줄 거 다 해 주고 챙겨 줄 거 다 챙겨 주는 게, 그게 관리야? 그게 시중드는 거지, 관리야? 해 줄 거 다 해 주고 챙겨 줄 거 다 챙겨 줘야 일하겠다는 놈은 아무 일도 안 하겠다는 놈이야. 관리는 그런 놈들부터 제일 먼저 솎아 내는 게 관리고. 걔네들은 관리가 안 되니까!
(중략)
"책임은 지는 게 아니야. 지우는 거지. 세상에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없거든.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멍청한 것들이나 어설프게 책임을 지네 마네, 그런 소릴 하는 거야. 그러면 너나 할 것 없이 다들 자기 짐까지 떠넘기고 책임지라고 대가리부터 치켜들기나 하거든."

168쪽

각자가 각자 져야 할 짐을 지는 것 뿐이다. 진실이란 오직 그렇게 스스로 짊어지는 것으로만 지탱될 수 있는 것이다. 각자의 몸만큼, 각자의 몫만큼. 책임감, 도덕, 그 밖에 소장이 이야기한 모든 번드르르한 것들이 마찬가지다. 자신의 몫부터 하고 난 다음에, 감당해야 할 것들을 스스로 감당한 다음에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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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갇힌 나라, 동아시아와 중국 - 꿈의 주택정책을 찾아서 2
김수현.진미윤 지음 / 오월의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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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주택정책을 말아적인 자의 변명을 보느니 김민규님의 현정부 주택정책 백서 <모두가 기분나쁜 부동산의 시대>를 읽으렵니다.

5년 동안 한국 주택가격 12.5% 올랐다는데 본인의 과천 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가격은 10억에서 19억 넘게 됐으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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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t 2021-11-10 17: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재 목록 보니까 돈 건물 이런 거에만 게걸스럽게 달려드는꼴. 욕심 부리는 건 니 자유인데 없어보이는 건 니 책임. 현 정부보다 인권의식 품격 졸라 낮아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