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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 왜 지금 중국이 문제인가?
한청훤 지음 / 사이드웨이 / 2022년 8월
평점 :
십대시절 역사책, 홍콩 대중문화와 김용의 무협소설을 통해 중국에 대해 막연한 호감이 있었을 뿐인 제가 시진핑 시대의 중국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계기가 한청훤님이 2016년에 블로그에 연재한 <시진핑의 중국은 어디로 가는가>시리즈였습니다.
피라미드식 시스템을 통해 치열하게 단련되고 검증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과 국가주석이 통치하는 '만만디'의 대국이 어쩌면 이렇게 혐오스러울 정도로 후안무치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던 제게 중국정치에 대한 큰 깨달음을 주셨죠. 그 후로 한청훤님의 중국관련 글들은 꼭 챙겨보고 있습니다.
2018년에 나온 임명묵님의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이 저같은 한국인들에게 시진핑과 중국정치의 방향에 대한 훌륭한 가이드북 역할을 해주었지만, 저는 한청훤님의 글들도 책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한청훤님은 다년간 중국에 거주하셨고, 백 회 이상의 출장 경험이 있는 중국의 사위로 민간기업에서 중국 관련 업무를 하시다보니 학자들의 책도 탐독하시면서, 그들의 중국정치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까지 직접 듣고 이야기를 나눈 분이니까요.
중국정부가 발표하는 공식문서들의 신뢰성이 거의 없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중국이라는 영역에서 이런 민간 전문가 분들이 소중합니다.
이 책의 제1부와 제2부는 시진핑의 중국공산당 정권이 이렇게 중화제일주의를 내세우는 일인독재 무뢰배 국가가 된 원인을 간결하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직도 중국에 대해 호감이 있거나 무관심한 분들에게 특히 유용할 듯 싶네요.
제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제3부였습니다. 중공 당국이 숨기고 있는 인구센서스 결과의 진실에 대한 한청훤님의 추측과 중공 정권이 사교육 전면금지 등을 갑자기 추진한 배경, 호구제도라는 중국만의 굴레에 대한 지적 등에 감탄했습니다.
추천하신 <보이지 않는 중국>을 꼭 찾아봐야 할 것 같고, 중국이 겉으로 내세우는 호언장담과 달리 내심 매우 초초하고 불안한 상태라는 근거로 제시한 지적들이 설득력있었습니다. 3기 시진핑 집권기의 유일한 타개책이 대만 침공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한청훤님의 전망이 타당해보이는 근거들이죠.
제4부 대한민국이 해야할 일들에서 전임 문재인정부의 대중외교정책에 대한 평가(<짱개주의의 탄생>같은 책을 굳이 언급한 그 분을 생각하면 이런 관대함이라니. ㅜ.ㅜ)와 신남방정책의 계승, 반도체 초격차의 유지, 한일간 전략적 파트너십 모색 등의 제안에 동의합니다.
단 하나, 한청훤님과 제 생각이 다른 부분은 저는 대한민국에게 통일은 재앙이기 때문에 통일을 위해 중국에게 어떤 것도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더군요.
중국에 대해서는 국내외 저자들의 온갖 책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중국이라는 불편한 이웃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국인들의 운명이죠.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중국에 대한 책들의 저자 중에 한청훤님처럼 중국을 다룬 서구 학자들의 명저들을 섭렵하면서, 중국과 경쟁 중인 한국 민간기업에서 일하며 중국인들과 활발하게 만나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바쁜 분이 포동이 자매와 함께 놀아줄 시간을 쪼개가며 이 책을 쓴 이유는 포동이 자매와 그 친구들이 살아갈 앞으로의 한국사회가 앞으로 10년 이상 중국이 야기할 지정학적 폭풍우를 유연하게 넘겨서 동아시아 자유시장경제의 보루이자 문화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시대의 한국인들에게 이 책이 널리 읽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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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쪽
그래서 시진핑에게 있어 대만 통일 카드는 중화 제국 복귀라는 자신의 역사적 사명과 중국 공산당 영구 집권이라는 이념적 목표, 자신의 장기 집권 안정화라는 정치적 목적,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달성시켜 줄 수 있는 최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카드가 쓰이는 유력한 시간대로는 시진핑의 3연임 결정 후인 2023년부터 네 번째 임기가 결정될 중공 당대회가 있는 2027년 사이가 꼽히고 있는 중이다.
180쪽
한번 농촌 후커우로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농촌 후커우이며 자녀들에게 자동적으로 세습된다. 교육, 취업, 사업, 복지 등의 영역에서 후커우 제도가 가하는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다. 후커우 제도는 고소득 지역의 도시 중국이 저소득 지역의 농촌 중국을 흡수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며, 이 제도가 남아 있는 한 중국이 대만과 한국의 중진국 탈출 모델을 모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188쪽
중국이 2022년 올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되는 시점)의 경우 한국이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걸 비교해 보면, 중국과 한국은 불과 4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중국의 1인당 소득 수준이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걸 생각해 보면 경제 수준 대비 중국의 고령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