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의 역습 - 빚 청산 인생역전 성공기
트렌트 햄 지음, 문희경 옮김 / 북앳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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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혼한지 이제 1년 반. 뱃속에는 새생명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한여름에 아기가 태어나고 나면 최소한 1년 동안은 육아휴직으로 쉴텐데, 휴직기간동안 수당 받는게 월급에 4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라, 뭐 내 벌이는 없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남편 월급만으로 1년을 살아야하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고민이다. 4월1일부터 보험제도가 바뀐다고, 실손보험이 없는 남편의 보험을 4월이 되기 전에 꼭 넣어야 한다며 친지 중에 보험설계사를 하시는 분이 적극 권유(강요?)하여 한번 만나고, 또 남편이 총각시절부터 몇 구좌 넣어두었던 변액저축보험의 해지환급금이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100프로가 안 되는 것에 격분하여, 그 보험설계사도 만나고.. 이렇게 두 명의 나름 가정재무관리를 한다는 분들을 만나고 나니, 지난 결혼생활 1년반동안 난 뭘했나 싶어졌다.

재태크의 재 자도 모르고 살았는데, 그런 거 관심없었는데 이제 닥치고 보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도서관에서 각종 재테크 책을 빌려 읽게 되었다. 적립식펀드니, ETF니, 변액보험이니, 채권이니.... 금융상품이라면 은행의 예금과 적금밖에 몰랐던 나에게 신세계나 다름 없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또하나의 재테크책, 트렌트 햄의 <월급쟁이의 역습>. 빨간 겉표지에 유리지갑이라고 표현하는 월급쟁이가 역습을 펼친다는데 손이 안 갈 수가 없었다. 나나 남편 또한 월급쟁이로, 우리도 금융권에 역습이 가능할까? 라며 읽기 시작했다.

결론을 말한다면, 이 책은 재테크를 공부하기 시작할 때 제일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금융 상품의 장단점을 나열하며 우리에게 이런 금융상품에 가입하여 이런 방법으로 돈을 굴리면 최대의 수익을 가져갈 것이다 라고 가르쳐주지 않는다. 재테크에 앞서 마음가짐을 먼저 설명해주고 있다. 빚을 가장 먼저 청산하라.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불필요한 지출의 틈새를 막아라. 등등.

구체적인 방법이 나열된 재테크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뭔가 고리타분하고, 도덕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방법론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재테크에 대해 정신적으로 철저하게 무장을 하고 있어야만 올바른 재테크가 가능한 것 같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대출까지 받아가며 주식에 투자해서 그동안 어렵게 모은 종잣돈을 다 날린다면, 그건 바른 재테크가 아니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항상 준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느 날 누군가가 내가 평소 동경하던 일을 멋진 사업계획으로 꾸며서 같이 일해보자며 다가온다 해도, 내가 벌어놓은 돈이 없어 당장 내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한다면 과연 직장을 때려치우고 그 사업에 동참할 수 있겠냐며... 평소 꿈꿔오던 일도 내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내게 다가온다. 오늘도 빈둥빈둥 놀지 말고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오늘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재테크 책을 읽고 자기계발서를 읽은 듯 마음이 정화되고 뭔가 의지가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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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설계도 - 그리면 200% 이루어지는
쓰루오카 히데코 지음, 고지영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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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면 200% 이루어지는 꿈의 설계도>라는 제목은 꿈꾸는 것을 생생하게 그리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자기계발서의 한 종류라는 것을 너무 속보이게 드러내는 책 제목이다.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과 비슷할 테니 별로 기대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글쓴이 소개글을 읽고 덥석 이 책을 집게 되었다. 이 책의 지은이 쓰루오카 히데코는 1년간 의류대리점에서 일하면서 혼자서 20명 분의 실적을 거뜬히 올리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 능력을 인정받아 기업의 경영 기획팀으로 인사이동되어 실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컨설팅분야로 진출하고 승승장구하였다. 그러다가 "전설의 호텔"을 만들기 위해 지금은 고군분투하며 주위에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고 한다. 단순히 꿈을 그리고 적고 말하면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책 안의 내용은 흥미롭게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니었다. 자연스런 서술형 방식으로 이야기하듯이 시간 흐름대로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 작은 소제목을 달아서 그 제목에 맞는 자신의 "전설의 호텔" 에피소드를 풀어놓는 방식이므로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미리 기한을 정하라", "어려운 길을 선택해보자", "다른 사람을 기운나게 하라" 등등. 결국 책을 다 읽긴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감동은 썩 느껴지지 않았다. "전설의 호텔"을 만들기 위해 지은이가 차근차근 해냈던 일들을 순서대로 말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옷가게 점원에서 말로만 떠벌리는 것이 아닌 실제로 행동에 옮겨 진짜 호텔 CEO가 되어 있는 지은이는 분명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다. 모두들 현실에 발이 묶여서, 이것 저것 안 되는 핑계만 잔뜩 늘어놓아 스스로 벽을 만들고는 꿈과 현실은 다르다고 하소연하는 데 비해 쓰루오카 히데코는 한 발 한 발 직접 내딛고 있는 것이다. 늘 마음으로만, 생각으로만 '실제로 나는 어릴 때 이렇게 되고 싶었는데....' 라며 씁쓸해하고, 이제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했기 때문에 이 직장을 박차고 나와 꿈만 쫓아가는 것은 무리라며 그냥 현실에 안주해버린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럴 것이다. 쓰루오카 히데코처럼 호텔을 짓겠다는 거창한 꿈은 설령 꾸진 못하더라도 지금 내 자리에서 충분히 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가지 꿈들은 꼭 실천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라는 지은이의 충고는 지금 나를 미소짓게 하고 있다. 습관처럼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내 모습에서 주변 사람들이 부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나를 꺼려하지 않도록, 나는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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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녀의 일기장
전아리 지음 / 현문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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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장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책의 장르는 성장소설이야.'라며 읽었던 모 책이 영~ 맘에 들지 않았기에 그 때부터 성장소설을 싫어하기 시작한 것 같다. 잔잔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의 그 소설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책을 끝까지 읽지도 못했던 것 같다. 성장소설이라 함은 주인공이 청소년 쯤이고 그가 이런 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서서히 성장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일텐데 일단 다 커버린 나는 어린 아이들의 성장기가 유치하기 짝이 없어서 그런 것들을 읽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전아리'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나보다 나이는 몇 살 더 어린데 온갖 문학상이란 문학상을 다 받았댄다. 질투와 시기가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어린 마음에 '칫, 안 읽어!'라고 하다가, 그래도 궁금증이 일었다. 도대체 얼마나 잘 썼으면 상을 모조리 독차지했을까? 그래서 골라든 것이 <직녀의 일기장>인데, 성장소설이란다. 하긴, 그녀가 받았다는 대부분의 상들은 다 청소년문학상이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니 다 그 또래 이야기겠지, 뭐. 읽어? 말어? 고민하다가 일단 열페이지만 읽어보자 생각하며 첫장을 펼쳤다. 흠,, 술술 읽힌다. 꽤 재미있기도 하다. 

고등학생인 직녀는 아마도 문제아인 것 같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학교의 주임선생이 - 나 학교 다닐 때는 '학생주임 선생님'을 줄여서 '학주[학쭈]'라고 불렀었는데.. 뭔가 어색하다 했더니 호칭의 차이였군. - 직녀부터 호출하는 걸 보면. 집에서도 아들만 챙기고 온갖 구박을 다 받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좀 더 어릴 때 똘마니로 키우던(ㅋ) 연주라는 친구와 새침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민정이라는 친구가 있다. 다른 학교와 싸움이 붙었는데 어떻게 할까요? 라며 문자로 물어오는 후배들도 있다. 그렇게 직녀의 일상에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여기 밑에 지방에서는 저런 문제 여학생들을 '깡X'이라고 한다. 흠, 지금도 그런 말을 쓰려나?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이제 십년이 다 되어가다보니, 요새 세상처럼 하루가 다르게 무섭게 변하는 때에 십년전 이야기를 하려니 왠지 불안하다. 어쨌든, 나는 그런 부류가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런 부류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부류도 아니었다. 유독 '깡X'들은 키가 큰 조숙한 아이들이 많았다. 나는 키가 작아 키 큰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다. 다 고만고만한 아이들끼리 끼리끼리 어울리는 법이다. 그래서 그네들의 생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여기 <직녀의 일기장>에 나오는 직녀는 그래도 진짜 진짜 못된!!!! 그런 아이는 아닌 것 같다. 뉴스에 나오는 정도의 사건은, 작가가 일부러 묘사를 안 한건지 아니면 그 정도 사건은 피해가는 머리좋은 '깡X'인건지.. 그래서 그런지 직녀는 애정이 가는 캐릭터이다. 아들만 유달리 챙기고 감싸며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는 아들이지도 않은데;;;) 자기는 대놓고 무시하는 엄마를 미워하고 싫어하지는 않는다.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연주에게 화가 났으면서도 계속해서 연주의 눈치를 보고 신경쓰는 귀여운 구석도 있다. 또 봉사활동 하러 갔다가 알게 된 골칫덩어리 짝동생 (나 학교 다닐 때는 '양동생'이라는 말을 썼을텐데.. 이 에피소드는 건전한 봉사활동 이야기라서 '짝동생'이라고 하는 가보다.)에게 은근히 관심을 가져주기도 한다. 마지막에 간호대에 가서 간호사가 되겠다는 직녀의 원래 의도는 약간 불순했지만, 그래도 상상을 해보면 완전 친절한 전형적인 간호사는 못 되더라도 무심하면서도 은근히 환자들을 잘 챙기는 간호사가 될 것 같기는 하다. 

재밌고 유쾌하게 읽기는 했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날파리나 어릴 적 정경자 같은 약한 자와 같은 입장에 있는, 혹은 있었던 사람들도 이 책을 유쾌하게 읽을까? 왜 영화와 드라마와 소설 같은 데에서 주목받는 것은 일등 아니면 문제아일까? 아주아주 평범한, 평범한 중에서도 가장 평범한 그냥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들 수는 없을까? <여자,정혜>같은 영화 속 주인공은 또 없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의 최근작인 <팬이야>는 스물아홉의 여성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아직 스물아홉이 되지 않은 작가가 스물아홉의 일상을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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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영웅전설 - 제8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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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의 <지구영웅전설>을 읽고 책 읽고 난 느낌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쓰려다가 반쯤 쓰고는 지워버리고 말았다. 줄거리를 설명해야 하는데,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는 알겠지만 그 과정을 간결하게 표현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서 말이다. 나는 알지만, 내 글을 혹시 읽게 되는 다른 사람은 못 알아들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결국 짜증나서 덮어버리고 말았던 거다. 그래도 이 책은 꽤 임팩트가 있는 독특한 책이라서 엉망진창이라도, 짧게라도 뭔가 남기고 싶어서 다시 '글쓰기'버튼을 눌렀다. 그래서 아마 다른 사람의 이해력과 무관하게 그냥 '끄적끄적'이 될 것 같다. 

한국의 약간 모자란(?) 아이가 슈퍼맨을 만나 미국으로 날아가 '정의의 본부'에서 '바나나맨'으로 거듭 태어나 세계의 평화를 위해 싸우는 이야기!!!! 라고 하면 되려나? 확실히 한 템포 숨죽이고 냉정한 입장에서 다시 책을 바라보니 저번보다는 조금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등 만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들이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여기저기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만화 속 영웅들이라고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바나나맨의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작가의 상상력에 동참해보면, 우리는 영웅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수많은 악당들과 빨갱이들에게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으니까. 

배트맨 이야기에 나오는 수많은 악당들은 그런 캐릭터를 창조해낸 만화 작가의 상상력에 존경을 보내게 만든다. 특히 매력적인 악당은 '포이즌아이비'라고 식물학자에서 악당으로 변신한 캐릭터인데 식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뭐, 결국엔 배트맨에게 지고 항복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면 영웅들이나 악당들이나 어찌나 포부가 큰지... 자기 주변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더 나아가 우주를 정복하고 자기 발 밑에 두고 싶어하는 욕망에 가득찬 인물들이 아닌가. 거기에 비하면 오늘 하루 잘 살아내고 내일 걱정할 게 없는 편안한 삶만을 추구하는 우리네, 아니 나의 이 안일하고 소박한 꿈은 정말 보잘 것 없지 않은가. 그런데 '포이즌아이비'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악당들은 평범한 소시민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배신당하고 난 뒤 악당으로 변신하는데, 그럼 처음부터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는 말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 후에 그들을 '나쁜 무리', '악당'으로 평가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누가 그들은 '악당'으로 규정하는가? 그렇게 판단하는 나름 '좋은 사람'은 과연 티끌하나 더러운 점 없는 깨끗한 사람들인가. 나쁜 무리의 입장에서는 '좋은 사람'이 '나쁜 놈'인 거다. 결국 착하고, 나쁘고 이게 결정하는 게 아니라 '힘'이 결정하는 거 아니겠나. 

소설 속에서 슈퍼맨과 배트맨 등이 '정의'라고 실천하고 수호하는 것이 과연 '정의'가 맞을까? 슈퍼맨과 배트맨이 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정의'가 된 거다. 그리고 사리판단을 옳게 하지 못하고 그저 남들 하는대로 따라가는, 대세에 따르는 바나나맨 같은 무리들이 그들을 추종하는 것이다. 다수와 소수가 싸우면 다수가 이기는 거,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다수가 무조건 옳다고는 할 수 없다. 불편한 진실 때문에 소설을 다 읽고 정말로 불편해졌다.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처음 읽고 배꼽빠지게 웃었다. 그리고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읽고 쓸쓸해지면서 또 따뜻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박민규'라는 이름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앞선 두 작품보다는 만족도가 떨어진다. 그래도 그의 다른 작품을 또 읽고 싶다. 이 작가는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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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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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세번 하고 성이 다른 세 아이들이 있는 작가의 집 이야기. 내가 알고 있던 <즐거운 나의 집>은 어쩌면 이렇게 무심하게 단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여태 그렇게 알고 있었고, 어떻게 기회가 닿지 않아서 읽지 못했었다. 베스트셀러인 것 같은데, 남들 다 읽고 좋다, 좋다 추켜세워주고 그러면 왠지 거부감이 드는 그런 느낌도 있었다. 그러다 어쩌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는데 이틀 만에 다 읽어버렸다. 포스트잇도 꽤 여러개 붙여놓고.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이 책을 소개해달라고 그러면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책 뒷표지에 나와있는 문구처럼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인데, 딱딱하게 잘난 척 얘기하지 않고 그냥 감상만 얘기하자면, 참 따뜻한 이야기야. 그리고 반짝반짝 빛이 나고."라고. 

아빠와 새엄마 밑에서 살다가 고 2 어느 날, 갑자기 엄마의 집으로 찾아온 첫째딸, 위녕. 위녕은 성이 다른 두 남동생 둥빈과 제제, 그리고 길에서 데리고 온 두 마리의 귀여운 고양이 코코와 라테, 서점 아저씨, 친구 쪼유 등등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성장해 간다. 

이 소설은 작가 공지영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래서 이 글을 쓰는데 조심스러워진다. 허구 속 인물들이라면 거리낌없이 과감히 비판도 하고(사실 비난이 더 가깝겠지.) 잘잘못을 따지면서 나만 옳소!라며 잘난 척을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인물들을 모델로 하여 소설이 쓰여졌으니 아무리 이건 일단 '소설'이고 '허구'에 의해 쓰여졌다고 하더라도 소설 속 인물들에게 코멘트를 다는 게 쉽지가 않다. 그리고 사실, 코멘트를 달 생각도 그다지 없다. 내가 보기에 여기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특별히 잘못하는 일도 없고 다들 각자의 방식대로 꽤나 착하게(?), 재밌게 잘 살고 있으니까. 

이 소설에는 마치 자기계발서에 있을 법한 멋들어진 말이 자주 나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와~ 이 말 좋다~'라며 탄성을 내질렀지만, 그 뒤에는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멋진 말을 입 밖으로 꺼내서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위녕의 친구 쪼유가 자기 엄마는 위녕의 엄마처럼 품위있고 멋지지 않아서 짜증난다며 말하는 것처럼 우리 엄마도, 우리 아빠도 책 속에 나오는 엄마의 말처럼 (때로는 고등학생인 위녕도 이런 말을 한다!) 고귀한 말은 안 하신다. 하지만 결국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똑같지 않은가. 그래도 제일 처음 나에게서 탄성이 나오게 한 문구를 소개해보자면, "아침마다 생각해. 오늘은 우주가 생겨난 이후로 세상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날이다. 밤새 나는 이렇게 죽지 않고 살아 있다.......힘이 들 때면 오늘만 생각해. 지금 이 순간만. 있잖아. 그런 말 아니? 마귀의 달력에는 어제와 내일만 있고 하느님의 달력에는 오늘만 있다는 거?"(49쪽) -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을 걱정하고 있지만 말이다. 

위녕과 그의 엄마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나를 감동시킨 것은 엄마의 부모님인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그 분들의 딸인 엄마와의 관계였다. 위녕에게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절대적인 '엄마'이지만, 엄마 역시 그 부모님의 자식이었던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 몇 몇 있는데 그 때마다 눈물이 뭉클 고였다. 엄마 집으로 들어온 위녕을 보고 외할머니가 어린 손녀의 사진을 몇번이고 꺼내어 눈도 만지고 코도 만지고 그러면서 그리워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위녕 아빠와 이혼하고 딸과 떨어져지내게 된 후, 그리고 두번의 아픈 기억이 있을 때마다 아주아주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던 위녕 엄마의 방문 앞을 밤새도록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번갈아 가며 지키고 서 있었다는 이야기도 해준다. 나중에 외할아버지가 암에 걸려 큰 수술을 하게 되었을 때, 외할아버지가 위녕 엄마에게 해 준 이야기도 읽어 보면 위녕 엄마의 아빠로서 그는 행복하고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두 분은 사랑스러운 딸(위녕 엄마)을 믿고 보듬어주고 아껴주었던 것이다. 외할머니는 위녕의 사촌인 또다른 손녀가 속을 썩일 때 처음에는 그 손녀를 이해하다가 나중에는 본인의 딸(위녕에게는 이모)을 가슴아프게 하는 게 미웠다고 얘기한다. 손자손녀도 사랑스럽지만 그보다 먼저 내 새끼에게 마음이 더 간다는 말이었다. 

위에도 말했지만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나쁜 사람 없이 대부분 다들 순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특별히 큰 사고를 치는 일도 없고 가족들 사이에서 아웅다웅 다투기도 하지만 또 서로에게 기대며 웃어버리는, 그래서 참 따뜻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직장 때문에 떨어져 살고 있는 부모님이 더욱 생각났다. 오늘은 집에 내려가는 금요일, 얼른 시간이 흘러가 집에 도착해서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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