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사
세계역사연구회 지음 / 삼양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떠올려보면 한 단원의 가장 첫 부분에는 그 당시의 세계 정황이 나오고 그 후에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을 개괄적으로 설명해놓은 것이 생각난다. 너무 두루뭉실하게 유럽에서는 르네상스 시기였다, 그리고 그 때 우리는... 이런 서술방식에 도대체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는데 왜 세계 역사를 한 두줄로 알아야 하는가 의문이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만 해도 외워야 할 왕, 사람 이름, 연도, 지명 들이 넘쳐나는데 상관도 없는 세계사를 알아야 하는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질문이었던 것 같다. 나 혼자만 사는 세상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끼리만 사는 세상도 아니므로 세계의 다른 나라와 우호적 혹은 적대 관계를 만들며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걸 몰랐던 것 같다.
지금도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누가 대통령이 되었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교 전략이 바뀌고 있지 않는가. 예전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더더욱 문을 닫아걸고 우리끼리만 잘 살자는 얘기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세계 정세를 읽는 눈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세를 읽기 위해서는 그 전 역사부터 하나하나 찬찬히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세밀하게 알지는 못해도 '상식으로 알아두어야 할'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사>를 펼쳐들었다. 

책을 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마치 세계사 교과서 같다는 생각이었다. 사진 많고 읽기 쉽고 흥미가 생기도록 유발하는 잘 만든 교과서 같았다. 그래서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나에겐 교과서가 아니라 술술 읽혀나가는 큰 사건 위주의 세계사가 궁금한데 이 책에는 문명의 발생부터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대문명이 어디서 발생했는지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제목 그대로 '상식' 수준에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교과서 마냥 지루하게 말이 길지는 않았다. 딱 알아야 할 부분만 알려주는 것이다.
'고대문명의 발원, 아시아' 편에서는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우리에게 친숙한 <삼국지연의> 속 내용에 나오는 삼국시대, 남북조시대 등과 국사시간에 배운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역학관계 덕분에 쉽게 읽혀졌다. 미리 알고 있는 내용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찬찬히 정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처럼 내가 알고 있는 부분에는 조금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근대, 근세 유럽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므로 조금 어렵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읽어나가다 보면 큰 그림이 그려졌다. <다빈치코드> 같은 팩션을 읽을 때면 남들보다 이해력이 떨어지는 건지 어려움을 느끼곤 했는데 그것은 내가 역사적 배경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그런 팩션을 다시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잘 이해하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사'는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가 모여 미래에는 과거가 되는 것이니까. 그 세계사에 우리나라가 조금 더 큰 역할을 맡았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그 수많은 나라들 중의 한 나라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나라 중의 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건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겠지? 수많은 챕터로 나누어진 이 책을 읽고 나면 관심 가는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 다른 책을 스스로 찾아들고 있을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나는 영국의 처녀왕 엘리자베스1세 에 관한 책이 어떤 게 있나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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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5
루이스 캐럴 원작, 마틴 가드너 주석, 존 테니엘 그림, 최인자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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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앨리스" 이 캐릭터는 '빨간 머리 앤' 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이다. 분명 어릴 적 이 동화를 읽었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막상 책을 펼쳐들고 읽고 있으니 완전 새로운 내용들이었다. 나는 도대체 앨리스에 대해 뭘 알고 있었던 걸까? 이번에 읽은 '앨리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간단한 동화책이 아니라 루이스 캐럴의 원작에 마틴 가드너가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주석을 달아놓은 주석판이다. 북폴리오에서 나온 큼지막한 이 책을 펼쳐들고는 앨리스의 신기하고 엉뚱하고 심오한 여행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이상한 나라와 거울 나라 모두 현실세계가 아니고 동물이나 카드, 체스의 말, 괴물 등이 말을 하고 심지어 앨리스와 함께 논쟁을 벌이고 시를 외우는 등의 요상한 나라이다. 그 속에서 겪는 일들이 두 편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굳이 두 개의 이야기로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두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인 것처럼 스르르 융합되었다.

어느날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시냇가에 앉아있다가 옷을 입고 회중시계를 들고는 어딘가로 급하게 뛰어가는 토끼를 보고 그를 쫒아간다. 토끼굴로 떨어지면서 이상한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에게는 온갖 신기한 일들이 벌어진다. 우선 앨리스의 몸의 크기가 멋대로 커졌다가 줄어들었다가 다시 커지기를 반복하면서 곤란한 일들이 발생하는데 여기서 앨리스는 이렇게 말하고 생각한다. "집에 있을 때가 훨씬 즐거웠어.~그렇지만 이런 게 더 흥미로운 인생이잖아! 이제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76쪽) -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7살짜리 꼬마아가씨가. 완전 현실안주형인 나에게 앨리스의 이런 생각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다. 최대한 변화가 없고, 늘 무사히 오늘 하루를 넘기기를 바라는 내가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비슷한 예로 거울 나라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헤메게 된 앨리스는 "나는 아직 돌아가지 않을거야. 다시 거울을 통과해서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건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그럼 모험도 끝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226쪽) 이렇게 말한다. 아,, 점점 부끄러워지고 초라해지는 내 모습이여. 단지 7살 어린이의 재미를 추구하는 행동이라고 폄하를 한다고 해도 재미보다는 실리를 찾는 내 모습이 창피한 건 마찬가지이다.
여왕 말과 함께 있던 앨리스가 주변을 구경하면서 하는 말. "만약 이것이 세상이라고 하면 결국 세상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거대한 체스 게임이겠죠. 와,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제가 그 말들 중의 하나라면 얼마나 좋을까요!"(235쪽) 정말 그런걸까? 이 세상을 거대한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그 안의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팍팍한 현실이 조금은 부드러워지고 재미있어질까? 인생은 하나의 연극이고 나는 그 주인공이다, 는 것과 비슷한 것 같은데 지금 내 고민이나 마음 아픈 일들은 그저 게임이 흥미롭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해서 결국 모든 것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앨리스는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앨리스 이야기에서 특별히 큰 줄거리는 없었다. 그저 앨리스가 신비로운 나라에서 여러 등장인물들을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새로운 모험을 하는 것들이 흥미롭게 적혀있었다. 다만 그 속에 담긴 심오하고 깊은 의미를 잘 알아채지 못해서 이해가 더딘 것은 분명했다. 또한 이런 이야기는 영어실력이 월등하다면 원서로 읽어야 제맛일 것이다. 온통 언어유희들의 향연이라서 주석을 읽다보면 그 흐름이 깨지게 마련이고 기발한 언어의 조합들이 영어를 쓰지 않는 나에게는 그저 상관없는 단어들이 질서없이 배열된 것에 불과하게 보였다. 물론 찬찬히 주석을 읽어보면 작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린이용 동화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적절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흥미로운 모험이야기를 만들어내다니. 

솔직히 주석 부분은 꼼꼼하게 읽지 않았다. 주석판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해놓았지만 그 주석이라는 것이 너무 사소한 것부터 너무 심오한 것까지 구별없이 빽빽하게 적혀 있어서 솔직히 눈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그 중에서 특별히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던 주석부분이 두군데 있었다. 여왕과 함께 갑자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 앨리스가 이렇게 달리는 이유가 뭐냐고 여왕에게 묻자 "자, 여기에서는 보다시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면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단다. 어딘가 다른 곳에 가고 싶다면, 최소한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만 해!"(238쪽) 이런 대답을 듣게 된다. 여기에 달린 주석에는 이 문장만큼 앨리스에서 많이 인용된 문장은 없을 거라고 한다. 대개 급변하는 정치상황에서 이런 말을 많이 한다고 한다. 정말 그러고 보니 그렇다. 모두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 때 같이 움직여야지 그나마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있지 남들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우리는 그렇게 떠들고 있지 않는가. 실제로 뉴스에서 저 구절을 들은 것도 같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는 앨리스의 말에 한사람은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두 사람은 달라. 적절하게 돕는다면, 일곱 살로 남을 수도 있어."(301쪽)라고 말한 험프티 덤프티의 말에 앨리스가 급히 화제를 바꾸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여기에 달린 주석에는 이 구절이 앨리스 책에서 가장 미묘하고 신랄하고 놓치기 쉬운 경구라고 하는데 그 의미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미국인들은 이해했을까? 내가 영어를 쓰지 않아서 모르는 건가.. 

아무래도 이 동화는 어린이용 동화가 아니라 어른용 동화인데다가 그것도 아주 심오한 철학동화인 것 같다. 어릴 때 이 책을 읽지 않은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릴 때 읽고는 이해하지 못해서 좌절하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다 커서 읽은 앨리스는 언제 다시 한번 천천히 정독을 해보면 또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큼지막하고 이쁜 책이 책장에서 온갖 위용을 다 자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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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 마크 트웨인 걸작선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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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크 트웨인.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
작가의 이름과 작품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읽어본 적 없다. 유명한 동화나 소설을 내가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기억을 거슬러올라가보면 실제로 그것을 책으로 접한 일이 없다. 대부분 TV에서 만화영화로 제작해서 방송해주는 것을 보고는 이미 내가 그 작품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마크 트웨인 역시 그런 류의 작가였다. 도대체 그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름 다섯 글자 만으로도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드는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바로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책을 감싸고 있는 띠지에는 '125년만에 빛을 본 마크 트웨인 미공개 작품 국내 최초 수록!'이라는 화려한 문구가 있었다. 이거 정말 기대되는데? 

이 책은 5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그 중에 첫번째로 실린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라는 작품이 책의 절반정도로 차지할 정도로 길고 나머지 작품들은 다른 단편소설들에 비해 상당히 짧게 느껴졌다. 나는 마크 트웨인에 대한 사전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5편의 단편을 읽었는데 아마도 작가는 상당히 말이 많고 약간은 고집스런 노인네가 아니었을까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글을 보면 글쓴이를 상상할 수 있지 않는가.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5편 모두 엄청나게 말이 많고 쉴틈이 없었다. 내 상상이 맞다면 이런 노인을 할아버지로 둔 손자손녀는 이야기에 굶주리지 않았을 것이다.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라는 작품에서는 정직을 최대 모토로 삼고 있는 해들리버그라는 한 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나이가 의문의 편지와 함께 남긴 돈뭉치로 인해 빚어지는 마을 사람들의 부정직과 불신을 그리고 있다. 무조건 정직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생기지만 그래도 돈뭉치 앞에 모두 안면몰수하는 모습에서 서글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두번째 실린 <100만 파운드 은행권>에서는 한 지지리도 가난한 외국인이 어느 두 노신사의 내기에 걸려들어 100만 파운드 은행권을 가슴팍에 꽂고 한달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액수가 너무나 커서 잔돈을 거슬러줄 수 조차 없는 고액권을 들고 다니는 가난뱅이를 사람들은 환대하고 존경하고 우러러 본다.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돈일지라도 그는 그 한장의 고액권으로 한달동안 떵떵거리며 살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또 돈을 벌기도 한다. 그의 용기있는 모습과 대담한 마음가짐이 대단해보이는 한편 허름한 차림새에 문전박대하던 사람들이 돈 앞에서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살살거리는 모습에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네번째 실린 표제작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이라는 작품은 우습게도 '쥘 베른'을 등장시킨다. 얼마 전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을 읽었는데 그런 모험소설들이 쥘 베른이 사람을 고용해서 이상한 여행을 시키고 그 여행담을 뻥튀기해서 만든 것들이라니.. 다른 작가를 희화화시키는 마크 트웨인의 기발한 재치에 감탄했다.
<캘러베러스 군의 악명 높은 점핑 개구리>와 <귀신 이야기>는 상당히 짧은 이야기였는데 솔직히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미국식 웃음 포인트와 나의 사고방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마크 트웨인의 수다스런 이야기의 향연을 읽고 난 지금, 드디어 '마크 트웨인'을 읽었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게다가 국내 첫 수록된 미공개작품이라니. 역시나 그의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의 유명한 미시시피 3부작을 읽어볼까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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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종교
역사연구모임 엮음 / 삼양미디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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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의 종교는 무엇입니까?" 라고 내게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고민해본다. 어머니가 절에 다니시는데 엄마를 따라서 절에 가서 법당에 들어가 절을 하기도 한다. 엄마의 영향으로 불교나 절에 대해서는 친숙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는 불교를 믿습니다."라고 탁 얘기하기는 뭔가 찝찝하다. 불교에 대해서 내용을 속속들이 아는 것도 아니고 완전한 믿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익숙하다는 것뿐이라서 내 종교라고 얘기하기는 그렇다. 그렇다고 종교라는 것에 아무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영화에서 성당에서 결혼식을 하는 장면이라든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는 소녀의 모습이라든지 그런 장면을 보면 왠지 성당이나 교회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궁금한 점 하나는, 도대체 성당과 교회, 천주교와 기독교는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주변에 교회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성당다니는 언니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듣는 이야기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이 책을 만났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종교>

이 책은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이렇게 3대 종교를 상식 수준에서 설명하고 있다. 불교의 종파나 역사는 아무래도 중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배운 것들이 있어서 조금이나마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어머니에게 알음알음 들은 것이 책에 나올 때는 '아~ 엄마가 얘기하시던 게 이거였구나.' 하면서 혼자서 유레카를 외치기도 했다.
기독교는 크게 가톨릭과 개신교로 나눌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교회는 개신교이고, 성당은 가톨릭이다. 가톨릭과 개신교에서는 예수를 잉태해서 낳은 마리아의 종교적인 위치가 크게 다르다. 가톨릭에서는 성모마리아, 마리아님으로 존칭하지만 개신교에서는 마리아를 단지 예수의 모친으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물었을 때 들었던 대답이었다.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싶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슬람교에 대한 설명도 찬찬히 나온다. 우리에게 비친 이슬람교는 테러를 일으키는 무지막지한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나쁜 이미지가 있는데, 사실은 무슬림들은 평화 제일주의자라고 한다. 선제공격은 금지되어 있고, 전투를 하지 않는 노약자, 여성들을 죽이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기가 발전하면서 무차별하게 공격을 당하게 되고, 먼저 공격을 당하게 되면 그대로 끝나버리는 현대전의 성격상 먼저 공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 말에는 어폐가 있지만 그래도 이슬람교라는 종교 속에 녹아있는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나쁜 이미지는 조금이나마 불식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천지창조에서부터 모세의 십계까지 내가 그리스로마신화 정도로 알고 있었던 것들이 구약 성경속의 내용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놀랐다. 성경 속 내용은 교회나 성당을 다니든, 다니지 않든 우리 생활 속에 다양한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차분하게 요약된 성경 내용을 읽고는 왜 성경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고 하는 우스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각 종교들의 전파 과정과 역사를 읽어보면, 그게 그대로 유럽이나 동아시아 등 전세계의 역사가 되어버린다. 그만큼 사람들 삶에서 종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안식을 구할 수 있는 종교가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규정하고 사회를 바꾸는 파워가 되었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힘도 생긴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부패와 부작용을 없애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종교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정말로 어디 가서 불교나 기독교, 혹은 이슬람교에 대해 무지하지는 않은 정도로, 살짝 알은 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게 종교에 대한 소개를 해주었다. 더 관심이 생기는 분야에 대해서는 스스로 더 공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교에 대해 잘 몰라서 답답하고 궁금했던 점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이제 다시 내 종교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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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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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책표지에 한자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배경 위로 '아버지의 편지'라는 정자체의 책 제목. 뭔가 위엄과 무게가 있어 보였다. 이 속에 들어있는 아버지들의 메시지는 책표지에서 느낀 그 위엄과 무게를 고스란히 담고 있을까, 호기심에 책장을 열었다.
이황, 유성룡, 박세당, 안정복, 박지원, 박제가 등 우리가 익히 이름을 들어보았던 조선시대 학자, 관료들이 자식에게 보낸 편지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미쳐야 미친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등을 저술했던 저자 정민님의 이름에 더욱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편지 한통의 내용에 저자가 꼼꼼하게 해설을 달아놓았고, 책 뒷부분에는 모든 내용의 원문을 실어놓아서 혹 한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공부꺼리가 될 듯하다. 

책에 나오는 조선시대의 아버지들은 본인들이 뛰어난 문인, 학자, 관료들이다 보니 자식들에게 거는 기대가 대단했다. 물론 어느 아버지가 자기 자식에게 기대하고 타이르지 않겠냐만은. 대부분의 편지에 마음을 다스려 열심히 글을 읽고 공부하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그 시절에 과거시험도 지금의 대학수능만큼이나 아주 중요한 시험이었을터, 과거시험을 치르고 나온 아들의 성적이 궁금해 미리 아는 사람을 통해 성적을 전해 듣고는 실망하고 아쉬워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부모 마음이란 것은 똑같은가보다.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다그치지 않고, 이 책은 이런 방법으로 읽고 외우는 것이 좋다는 식으로 공부방법까지 제시해주는 엄하면서도 자상한 아버지들이다. 이식은 아들 면하에게 "글쓰는 재주 같은 것은 잘하고 못하고를 따지지 말고, 날마다 시 한 수나 작은 문장을 지어보는 것"(113쪽)을 권했고, 유성룡은 아들들에게 과거시험에 합격할 만한 좋은 글과 문구만 공부하는 약삭빠른 짓은 하지 말라며 "대저 배움을 이루고 못 이루고는 내게 달린 것이나, 세상과 만나고 만나지 못하고는 운명에 달린 것이다. 오직 마땅히 자기가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를 다하고서 하늘에 운명을 맡길 뿐이다."(89쪽)라고 가르침을 주고 있다. 가슴에 되새길 만한 따끔한 한마디였다. 

백광훈의 편지 속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무리 뛰어난 문인이고 학자라고 하더라도 가난 앞에서는 방법이 없는 법이다. 그는 아들에게 "우리 집의 환곡 갚기도 부족하여 거듭 욕을 당할까 염려되는구나."(56쪽) 라며 섬에 들어가 도토리를 많이 주워서 환곡도 갚고 구황대책으로 삼는 것이 어떻냐고 말한다. 여기에 저자가 해설을 달아놓은 부분이 참 재미있었다. "사람은 다람쥐가 아닌데 도토리로 어찌 온 식구가 한 겨울을 난단 말인가?"(57쪽) 

공부, 과거 이야기 말고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아들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다. 이것은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편지에 녹아있다. 박지원은 손자가 태어나서 기쁜데 아들이 손자의 생김새를 자세히 적어주지 않는다고 어찌나 섭섭해했는지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박지원이 맞는가 싶을 정도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렇게나 사랑하고 아끼던 손자는 할아버지의 애틋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에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편지를 받아 본 지가 꽤 오래되고 보니, 그립고 답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구나." (224쪽)라는 직접적인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요즘 아버지와 자식들간의 서먹서먹하고 불편한 관계에 비하면 오히려 그 당시의 부자지간이 더 도타웠던 것 같다. 

요즘은 전화가 워낙 일반적으로 사용되는데다가 목소리가 아니어도 휴대폰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소식을 전하려면 편리한 수단과 방법이 다양하다. 하지만 마음이 부족해서인지 가족들간의 따뜻한 안부를 묻는 일이 하나의 과제처럼 되어버렸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아버지의 편지들을 읽어보면 부자지간에 어지간히도 편지를 주고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그 때는 편지만이 소통수단이었으니까 당연한 거지만, 관직 때문에 혹은 공부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끼리 인편에 편지를 부치고, 먹을 것을 부치고, 답장을 기다리고 하는 짧지 않은 시간에 정은 더욱 쌓였던 것 같다.

훌륭한 관료에 학자에 문인들이다 보니 편지글 속에서도 막힘이 없고 좋은 문장들이 많았다. 특히 박지원의 편지글들은 아들에게 보내는 사사로운 편지글이지만 마음에 드는 좋은 글귀가 많았다. 그 중에 한 가지 재밌는 표현이 있었다. "그 사람은 술만 취하면 망령된 사람이다. 절대로 아이를 안게 해서는 안 된다. 껄껄."(222쪽) 다른 편지들을 보면 원문에 충실히 해석해놓은 듯했는데 '껄껄'은 도대체 원문에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 궁금했다. 60여페이지에 걸친 원문들은 아마도 내가 보지 않을 것 같은데 이 표현 때문에 이 글의 원문을 찾아보았다. 한문으로는 "好笑好笑"라고 나와 있었다. 술주정꾼인 귀봉에게 손자를 안기지 마라는 얘기를 하면서 박지원 자신도 많이 웃었나보다. 저렇게 웃음소리까지 표현한 것을 보면.

깔끔한 책 표지에 원문을 다 실어놓고 하나 하나 해설한 것은 좋기는 좋았으나, 그냥 읽어도 충분히 이해될 만한 쉬운 내용의 편지조차 거의 똑같은 글을 두번 적은 듯한 해설은 조금 아쉬웠다. 꼭 편지 하나에 하나의 해설을 붙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싶었다. 편지의 주인공의 편지를 쓸 당시의 상황이나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곤란한 편지에 해설이 적혀 있는 것은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되고 좋았는데 그런 글에 해설을 좀더 보충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래도 조선시대의 아버지들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마음이 푸근해지고 왠지 자세를 바르게 하고 글을 읽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특히 젊은 아빠들이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요즘 젊은 아빠들은 귀여운 자식들을 끔찍이도 사랑하니까 뭐든 안 해주고 싶을까. 조선시대의 엄하면서도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들의 무게 있는 메시지들을 보면서 자신도 아이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을지 고민도 해보고 한번 아이에게 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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