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 마크 트웨인 걸작선
마크 트웨인 지음, 김욱동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마크 트웨인.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
작가의 이름과 작품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읽어본 적 없다. 유명한 동화나 소설을 내가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기억을 거슬러올라가보면 실제로 그것을 책으로 접한 일이 없다. 대부분 TV에서 만화영화로 제작해서 방송해주는 것을 보고는 이미 내가 그 작품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에 읽은 마크 트웨인 역시 그런 류의 작가였다. 도대체 그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름 다섯 글자 만으로도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드는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바로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 책을 감싸고 있는 띠지에는 '125년만에 빛을 본 마크 트웨인 미공개 작품 국내 최초 수록!'이라는 화려한 문구가 있었다. 이거 정말 기대되는데? 

이 책은 5편의 단편들로 구성된 단편집이다. 그 중에 첫번째로 실린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라는 작품이 책의 절반정도로 차지할 정도로 길고 나머지 작품들은 다른 단편소설들에 비해 상당히 짧게 느껴졌다. 나는 마크 트웨인에 대한 사전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5편의 단편을 읽었는데 아마도 작가는 상당히 말이 많고 약간은 고집스런 노인네가 아니었을까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글을 보면 글쓴이를 상상할 수 있지 않는가.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5편 모두 엄청나게 말이 많고 쉴틈이 없었다. 내 상상이 맞다면 이런 노인을 할아버지로 둔 손자손녀는 이야기에 굶주리지 않았을 것이다.

<해들리버그를 타락시킨 사나이>라는 작품에서는 정직을 최대 모토로 삼고 있는 해들리버그라는 한 마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나이가 의문의 편지와 함께 남긴 돈뭉치로 인해 빚어지는 마을 사람들의 부정직과 불신을 그리고 있다. 무조건 정직하게 사는 것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은 생기지만 그래도 돈뭉치 앞에 모두 안면몰수하는 모습에서 서글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두번째 실린 <100만 파운드 은행권>에서는 한 지지리도 가난한 외국인이 어느 두 노신사의 내기에 걸려들어 100만 파운드 은행권을 가슴팍에 꽂고 한달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액수가 너무나 커서 잔돈을 거슬러줄 수 조차 없는 고액권을 들고 다니는 가난뱅이를 사람들은 환대하고 존경하고 우러러 본다. 실제로 사용할 수 없는 돈일지라도 그는 그 한장의 고액권으로 한달동안 떵떵거리며 살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또 돈을 벌기도 한다. 그의 용기있는 모습과 대담한 마음가짐이 대단해보이는 한편 허름한 차림새에 문전박대하던 사람들이 돈 앞에서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 살살거리는 모습에서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네번째 실린 표제작 <살인, 미스터리 그리고 결혼>이라는 작품은 우습게도 '쥘 베른'을 등장시킨다. 얼마 전 쥘 베른의 <지구 속 여행>을 읽었는데 그런 모험소설들이 쥘 베른이 사람을 고용해서 이상한 여행을 시키고 그 여행담을 뻥튀기해서 만든 것들이라니.. 다른 작가를 희화화시키는 마크 트웨인의 기발한 재치에 감탄했다.
<캘러베러스 군의 악명 높은 점핑 개구리>와 <귀신 이야기>는 상당히 짧은 이야기였는데 솔직히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잘 모르겠다. 미국식 웃음 포인트와 나의 사고방식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마크 트웨인의 수다스런 이야기의 향연을 읽고 난 지금, 드디어 '마크 트웨인'을 읽었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게다가 국내 첫 수록된 미공개작품이라니. 역시나 그의 이름은 허명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의 유명한 미시시피 3부작을 읽어볼까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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